과학, 창세기의 우주를 만나다 - 물리학자의 눈으로 탐구하는 천지창조의 비밀
제원호 지음 / 패스오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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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발달해서 인류가 점차 마법의 세계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후, 종교는 인민을 우매하게 만드는 아편이라고 비난받기 시작했다. 저는 애초에 개인의 현실 일상과 정신적인 종교의 생활을 분리하자고 생각하는 주의이지만, 종교인들은 유물론자들의 비판이 불편했을 것이다. <과학, 창세기의 우주를 만나다>은 작정하고 신앙심 깊은 과학자의 입을 빌어와 성경무오론을 펼치는 일종의 성경쉴드서이다.


저자는 물리학 박사로, 과학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성경구절을 해석하여 들려준다. 이 책의 추천서들은 과학과 종교의 만남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은 신도들이 읽으면 더욱 좋다. 아무래도 성경을 해석하는데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창세기를 해석하기 전에 일반 과학상식을 먼저 들려주기 때문에 기초적인 교양 물리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것이다. 나 또한 저자만큼 신실하지는 못하더라도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서 과학의 언어로 종교의 추상적인 암호를 해석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자연현상을 영적인 영역에 대입하여 전개해나가는 저자의 논리전개가 흥미로웠다.


<과학, 창세기의 우주를 만나다>에서는 창세기의 과정을 3개의 큰 과정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그것은 시간, 공간 그리고 빛의 창조 과정인데, 저자는 이 세 가지에 대해 물리과학적인 친절한 설명을 한 후, 성경에서는 그 이야기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해석해준다. 자연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이 곧 성경의 오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수수께기가 성경에 어떻게 변용되어 적혀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로서 저자는 성경이 단지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닌 인류의 심원한 지혜가 담겨있는 보고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과학자로서의 저자의 연구가 담겨있는 빛 부분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절대자로서의 빛 혹은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종교나 혹은 지식을 갈망하는 이유에 대해서까지 알게 해준다. 시간 안의 존재와 시간 밖의 존재의 시선은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이로서 아직도 자연의 모든 것을 밝히지 못한 인간이 지금까지 밝혀낸 과학적 사실만으로 성경이나 인간의 정신적 영역에 대해서 섣부르게 진단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솔직히 현대시민으로서의 나는 읽으면서도 억지스럽게 성경의 옮음으로 결론내리는 것을 보면서 마냥 찬성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앙을 가지고 있는 신자로서는 문장을 훑기만 했던 창세기 구절을 다시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고자 하는 교양인으로서는, 과학과 종교-두 학문이 이분법적으로 서로를 배척하는 진영이 아니라 인간의 시야를 넓히고 정신세계를 확장하는데에 기여하는 지식의 한 도구이며 두 가지를 융합하여 세계를 바라보고 말하는 것에 대해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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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의 심리를 묻다 - 우리가 몰랐던 권력자의 모든 것
최진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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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의 심리를 묻다에서 권력자란, 곧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뜻했다.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을 지낸 저자는 유형별 인간론, 한방론, 심리학, 혈액형, 유전 등 인간의 성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방면에서 근거를 끌어와 역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성격과 리더십을 논한다.


처음에는 음식론과 혈액형, 한방궁합론 등과 같이 이야기를 늘어놓아 유사과학서같은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초반 본문에서는 계속 에너지와 외향성/내향성 이야기, 궁합과 같은 뜬구름잡는 추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도 제대로 대지 못하면서 연예인이나 헐리웃 스타들의 두 세가지 이야기로 주장을 폈다. 


그러나 이 책은 정통 심리학 서적이나 과학서적이 아니다. 이 책을 리더십과 권력자의 무의식적으로 드러나는 성향 파악하기를 위한 시사서적으로 접근해서 읽어보면 어떨까. 대통령들의 어린시절을 분석하는 2번째장부터 흥미가 당기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들이 비극적인 어린시절과 청년기를 보낸 것은 놀랄만한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나이가 장노년층에 이르렀거나 이미 유명을 달리한 그들의 나이를 생각해보자면 한국은 그때 막 내전을 끝내고 쑥대밭이 되어있던, 한창 격동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전쟁을 겪으면 사람들의 마음이 거칠어지기 마련이다. 역대 권력자의 부모들도 모두 전쟁과 현대사의 피해자들이었고 가혹했던 날들이 그들의 성정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지은이의 분석이다. 물론 권력자는 평범한 사람들보다 유약하거나 카리스마가 없으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은 그 거친 시기를 잘 이겨내고 극복하려고 애썼을 것이고 그게 그들의 성격이나 인간성으로 자리잡았다고 보는게 맞을 것이다.


다음장 권력자가 유머감각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유머스럽기로 유명한 미국의 역대 대통령의 예를 가져온다. 한국은 군사정권 시절부터 정부가 권위주의적이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관료들이 유머감각을 기를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유머는 연설에서 그들의 이미지를 좋게 하고 대중에게 인기를 얻게하는 효과가 있다. 유머감각과 업적순위에 대한 이야기는 권력자의 재치와 넓은 시야, 여유있는 마음가짐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혈액형과 형제관계에 대해서 분석한 이야기는 재미로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권력자의 이야기이니만큼 대통령 개인의 성향이나 형제관계가 차지하는 비율은 적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선은 작게는 한 캠프, 크게는 정당과 국민의 절대 다수와 외부 세계의 요인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큰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서의 대선에서 붙게될 라이벌들과 그들의 향후의 움직임은 유사과학과 3, 40년 전의 기억만으로 결정되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신앙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에게 그리 큰 요소는 아니었지만, 내부적으로는 다양한 비리에 연관될 가능성이 있고 외부적으로는 외교와 국가 이미지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다룬 것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앞으로의 한국 사회에서 필요로하는 지도자는 모세형 보다는 다윗형이라는 저자만의 결론이 마음에 든다. 기독교의 텍스트를 가지고 왔지만 역대 대통령 중 6인이 기독교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일리있었다. 이제는 대중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고민하는 다윗형 지도자가 앞으로의 한국에서는 더 필요하다고 한다, 


저자의 다양한 시각과 색다른 분석을 통해서 역대 대통령의 성격과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 대통령의 인성과 그의 정치인생의 맥락에 더욱 깊은 관심을 갖게 되어서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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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남자는 모두 비정했었다
쓰게 이쓰카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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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마치 하드보일드 소설같은 이 책은 다소 느슨해진 요즘에 다시 한 번 사회는 전쟁터고 비지니스는 가혹하다는 약육강식의 법칙을 일깨워주는 자기계발서이다. 굉장히 단도직입적으로 생각해서 한 장, 한 장 군더더기 없이 직설적인 말과 충고를 던진다. 독자가 불편하거나 듣건 듣지 않건 아랑곳 않고 이 책은 세상의 비정함과 그렇기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정한 사람들의 행동관찰기를 풀어낸다.

이 책은 일본 본토에서 매우 인기를 얻어서 20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비교적 얌전하고 남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며 겸양을 미덕으로 여기는 일본사회에서 거만하거나 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자신감이 있지 않고서는 섣불리 생각하기 힘들 것이다. 사실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불편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왜냐하면 저자는 성공의 규칙을 들먹이면서 책 속에서 은근히 자신도 그런 태도를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게 일본인이 쓴 계발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약간 이해가 간다. 한국에서는 자신감을 비치거나 적극적인 사람이 많다. 그래서 저자의 태도나 예시로 드는 사람들도 그저그런 거만한 사람들처럼 여겨질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던 일본 사회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면, 신뢰를 얻고 적극적이려면 보통의 일본 사람보다는 더 과하게 자만심 넘치는 말투와 태도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해를 하고 나면 책의 구성의 매우 단순하고 쉽다. 이 책은 챕터별로 성공하기 위해서 취하는 태도를 정리해놓고있다. 그리고 세부 장에서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리해놓고 있다. 모든 명제는 거꾸로 말해도 성립된다. 즉 인기있으려면, 적을 이기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고 투쟁본능을 유지한 채 상대를 제압해야 한다는 것이며 정에 끌리지 않고 이성적이면서 현실적이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항상 정확한 수치로 무장한 채 결단력과 카리스마가 있다는 것이고, 돈과 노동과 평판을 항상 좆는다. 그 밖에도 세세하게 나눠놓은 장마다 성공과 승부에 대한 잠언을 실어놓았다. 친절하게 마칠 때는 꼭 한줄요약도 곁들여져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만난 성공한 비지니스 맨들을 관찰하여 그들의 태도를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제목과 본문에서 남자를 강조하지만, 읽으면서 이것은 하나의 책 마케팅상의 이유일 뿐, 꼭 성별에 갇혀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쟁터같은 세상에 다친 사람들을 보듬는 힐링물이 한창 유행하는 우리나라 서점가에 다시금 현실론을 들고 오는 것만 같다. 잠깐의 휴식과 자신을 다잡았다면 다시 세상으로 뛰어들어가야 하는데 이때 현실은 승부이고 승부의 세계에는 어떤 머뭇거림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냉정하고 교만한 말투로 전해주고 있다. 오히려 비지니스와 승부의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읽었으면 좋겠고, 자신의 세계를 승부와 인간관계, 성취해야할 목표와 아끼고 가꾸어야 할 것들로 나누어서 냉정하게 임하는 태도를 배우게 될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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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노 사피엔스 경제학 - 스마트폰 신인류가 생존을 위해 알아야 할 최소한의 디지털 경제 원리
전승화 지음, 김정호 감수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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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전부터 말만 무성하게 들리던 4차산업이 대체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사람들, 앞으로 올 미래세계 전망과 먹거리 걱정, 미래세대의 속내 등이 궁금한 사람이 보면 좋을 입문서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젊은이드링 등장할 정도로 현대인의 폰 의존도가 높아진 현상을 가르켜 <포노사피엔스>라고 칭한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얼마나 높냐하면 스마트폰 금단현상을 가리키는 <노모포비아>라는 신조어도 생길 정도다. 영화관에서 2시간동안 폰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영화관에 가지 않는다는 사람도 생겼다.(그래서인지 요즘 영화관에선 폰딧불이 짓을 하는 비매너도 자주 보인다). 미래인류의 시초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디지털 노마드, 이 포노사피엔스들이 살아갈 세계는 어떤 경제구조와 사회구조를 갖추게 될까. 이 책은 <올웨이스 온라인> 시대가 될 미래의 디지털 세계를 맞이하는 법과 살아남는 법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먼저 책은 굉장히 쉽게 정리가 되어있다. 경제학이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겁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쉽고 자상하게 설명해준다. 마치 블로그에 올라온 연재글을 묶음한 것처럼 시각화가 잘 되어있고, 큰 글자크기, 중요도에 따라 다른 글자의 굵기와 색깔, 적재적소에 강조표기와 도표를 실어서 어려운 내용을 다룬 것에 비해 독자가 몰두해서 꼼꼼히 읽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시대, 스마트폰 독서에 익숙해진 독자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시간이 없어서 훑어봐도 중요하고 필요한 내용을 골라 집중할 수 있다. 마치 요점정리를 잘 해둔 문제집 같은 느낌도 준다. 


저자는 먼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한다. 과거와 대과거, 현재와 근미래, 그리고 앞으로의 시대를 정리하고 변하는 기술과 사회구조, 사람들의 인식을 비교하며, 상대적으로 큰 변화가 적었던 과거와 근현대와 달리 앞으로의 5년과 미래는 완전히 다르고 초격변의 시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Z세대의 등장을 소개하며 그들의 특성이 곧 디지털 세계의 특성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뒤이어 디지털이 가져다준 정보 혁명과 파괴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4차 산업혁명은 디지타이제이션을 의미하고 이는 곧 산업전체가 근본적으로 변환하는 총체적 대변혁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변혁은 양날의 검과 같아서 인간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디지털 파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술은 개개인이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보다 잘 개입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결국 주체인 우리들의 행동이 플랫폼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최근의 SNS양태를 보아도 알 수 있다. 과거의 아날로그 시스템은 능력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접근해서 조종하고 방향성을 접근할 수 있었고 변화는 느리고 신정하게 일어났다. 그러나 이렇게 빠르게 변하고 모든 사람들이 디지털화된 미래 세계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굉장히 빠르게 환경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시장이 될 수도 있고 플랫폼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 미래에는 인간이 아닌 AI도 지금보다 더 활발하게 개입하게 된다. 디지털 혁명과 파괴에 대한 암울한 진단은 결국 사람이 더 나은 판단력을 갖고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림에 따라 미래가 바뀌어 간다고 결론내리게 된다. 


그리고 3번째 장에서 비로소 그렇다면 어떻게 파괴적 결말을 피하고 합리적이고 인간다운 의사결정을 내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이야기가 포노사피엔스 경제학의 핵심인 부분이다. 미래에는 어떤 자원이 희소해질 것이며, 어떤 가치가 높게 평가받을지, 스스로 가치창출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설명한다. 이 책의 장점은 독자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챕터 끝부분마다 생각할 거리와 질문을 적어둔다. 


3장과 4장은 이 책을 읽는 이유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겠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에 현세대들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불안하면서 두근거리는 미래지향적이고 변혁적인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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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역사 (양장) - 문명을 꽃피운 5천 년의 기술
윌리엄 N. 괴츠만 지음, 위대선 옮김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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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의 방대한 분량에 지레 겁을 먹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잘 써진 책은 구성부터 남다르다. 이 책은 순서대로 금융의 기원, 발생의 원인과 확산, 전달을 기록한다. 문명에 따라 다르게 진화한 금융의 모습을 통해서 정치와 사회구조에 따라 다른 경제구조가 다른 금융환경을 만들어감을 알려주고, 반대로 금융이 제도와 문화와 사회에 끼친 영향을 진단한다. 마지막으로 금융구조와 금융에 대한 사고체계, 혹은 인간의 사고방식이 경제시스템에 반영된 모습을 설명해주며 새로 등장할 금융의 신세계를 전망하며 끝을 맺는다.

 

서문에서 친절하게 책의 구조를 설명해주었기 때문에 독자는 지은이의 친절한 에스코트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책의 두께 때문에 자주 목차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이 책의 목차는 그야말로 이 책의 이정표이자 구성을 한눈에 표현해둔 지도이다. 읽으면서 자주 참고하게 될 것이다. 경제에 문외한이어도, 금융의 발생부터 설명해나가는 역사서이기 때문에 어려운 용어는 설명이 풍부하게 되어 있어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처음 발생한 금융이 그리스의 아테네, 이탈리아의 로마로 전달되면서 그 뒤 그들만의 독자적인 정치제도 덕에 발달하는 이야기는 인류사, 세계사에서 이 책을 인용하여 따로 설명해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융과 언어라는 인류 문명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요소를 약소하게 서술하고 지나간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다. 세계사에서 주로 정치, 사회, 전쟁사를 다뤄왔지, 경제와 금융이라는 고도로 발달된 인간적인 사고체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적다는 것이 아쉽다. 지은이 같이, 경제학자이자 동시에 역사학자인 연구자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세계사를 보는 눈은 영영 애꾸가 되었을 것이다. 문명이 다양한 시스템으로 인해 발전한다는 것은 알지만 흔히 정치사가 비중있기 다뤄지기 십상이다. 물론 내 독서가 짧아서 그런 평가를 내릴 수도 있지만 역사라는 것을 배울 때 한 분야에 대해서 적어도 다섯가지 이상의 분야와 두 가지 이상의 반대되는 의견을 함께 들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상대적으로 뒤늦게 등장한 종교나 과학같은 것은 특수한 역사로 다뤄지곤 하는데, 금융은 인간이 씨족보다 큰 단위의 공동체를 꾸린다면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 밖에 없는 수단이었고, 사회와 정치 구조의 발전에 금융 발전의 역사가 함께 했다는 것을 알고나면 그 중요성이 간과되어 왔다는 것이 놀랍다. 이 책의 1장부터 3장까지는 그런 놀라운 역사를 따라가는 시간이 된다. 고대 사회의 기틀을 마련한 유럽의 세가지 문명과 거기서 발생한 원시금융을 다루고, 이후에는 인류사의 두 가지 축이 될 다른 문명, 유럽과 중국의 금융에 대해서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대의 금융이라고 할 수 있을 18~20세기 금융이론과 영미권의 경제 신세계를 다룬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아테네와 로마의 금융을 비교한 것은 고대유럽 사람들의 금융과 사회에 대한 사고개념을 들여다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는 혼재된 정치구조 속에서 무역과 대부업을 병행하는 혼재된 금융구조를 발전시켰다. 특히 그들의 회계, 계산, 계약 법 위에서 경제가 더욱 발달하게 되었다. 로마는 지배계급이 신용과 대출을 이용하여 현대의 주식회사와 유사한 방식으로 국가를 다스렸고, 아테네는 농업과 무역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국가로서 거래도중에 일어나는 불의의 사고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서 법정변론이 중요했다. 곧 정치가 경제를 보호하여 민주주의의 뿌리가 되었다는 흥미로운 결론이다.

 

메소포타미아의 경제력이 그시대 인간에게 미친 추상적이고 수학적인 사고, 아테네가 시민의 이익을 보호하고자 고도로 발달시켰던 정치적 시스템, 사람과 이익이 몰리던 르네상스 시기에 베네치아에서 발생한 현대적 금융상품과 시장의 기원은 이후 18세기 금융혁신을 통해서 인간이 자본을 목적에 따라 모을 수 있게 되면서 현대적 금융으로 발전하게 된다. 곧 사회의 단위가 달라지자 새로운 관점이 탄생하고, 시야가 넓어지고 새로운 자본이 탄생하게 되는 순이다.

 

미래와 기회를 이동하고 자원을 재배치하게 된 것은 세상을 생각하는 새로운 방법인 것이다. 시간 자체를 세속화하게 되었다. 베네치아 리알토의금융구조는 곧 유럽 각지로 퍼져나갔다. 시간에 가격이 매겨진다는 사실을 바로 깨닫게 되었다. 그 옛날 이탈리아의 금융업자는 시계를 보고 시간이 중요한 차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새로운 차원을 인식하게 된 것은 수학에 혁신을 일으키게 된다. 이리하여 계량과 경제적 의사결정에 초점을 맞춘 교육과정이 등장하게 된다.

 

공채와 국채를 발행한 유럽과 지폐를 찍어내는 중국의 각기 다른 국가주의가 빚어낸 정치도구를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저자가 아시아 사회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할지라도 중국대륙과 유럽대륙을 큰 비교축으로 삼은 것은 이해하기에 편하고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유럽으로 인식되지만 잘게 파편화된 국가와 도시의 국민이 갖게 되는 사고와 드넓은 땅덩어리에 하나의 국가, 잘 짜여진 관료시스템, 강한 전제군주에 의해서 통치되었던 국민의 사고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당연히 그들의 사회와 경제도구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이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금융에 대해서 흥미로운 것은, 현대중국이 사회주의를 채택한 것이 필연적이었다는 것이다. 중국은 고대부터 부양하는 국가의 입장을 굳혀 금융도 정부가 관리감독을 해왔고 금융이 국가의 통제를 벗어난 적이 드물었다. 인간 본성과 부패를 관리하고 넓은 국가의 면적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 중국은 철학과 윤리와 금융을 결합시켰다. 인간은 이익으로 움직인다는 명제를 전제하고 그 이익을 가지고 백성을 움직이는데 사용하였고 정부와 관료는 철저히 국가를 중심으로 생각하여 돈과 백성의 흐름을 조종하는 방법으로 금융을 사용했다.

 

4부에서는 현대 금융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른바 기획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연금과 주식과 보험의 등장은 미래를 기획하는 20세기 신인류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주식회사는 고대사회에서부터 원시적 모델이 존재했지만,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여러 곳에서 자본을 투자받아 더 많은 이익을 내기 시작한 17세기 부터를 본격적으로 본다고 한다. 새로운 금융질서는 흩어진 자본을 한데모아 강력한 파괴력을 갖게 하고 지역문화사를 지구사로 바뀌게 하는 동력이 되었다. 주식시장은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기획할 힘을 제공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대륙의 발견과 미국의 등장은 또다른 금융제도, 새로운 금융문화권이 발전하는 시작이 되었다. 미국의 등장은 가장 창의적인 금융실험이 되었다. 거의 모든 것을 금융상품으로 전환하여 미국정부가 현재 얻을 수 있는 자원으로 만들었다.

 

금융학자들이 돈과 시간을 연결한 관점은 혁명적이다. 새로운 관점은 인류의 사고방식의 도약, 문명의 도약을 의미한다. 계절의 순환과 교회에 얽매인 농경세계의 농업적 시간의 축은 시장과 상업이 생겨나고 농노가 자본주의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 속박되지 않은, 변경되는 자산과 불확실한 리스크로부터 책임을 분산시킬 수 있는, 가져오고 빌려올 수 있는 유동적인 시간으로 변경되었다. 미래를 지정하고 설계할 수 있는 세계가 금융으로부터 도래했다고 보는 것이다. 인간은 그토록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한 삶으로부터 달아나려고 했고, 금융상품의 등장은 그런 불확실성을 조금이라도 낮췄다는 진단이다.

 

수학적 사고가 힘들고 숫자에 약한 나로서는 역사나 개념보다는 기초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따라가기가 벅찼으면서도 주요한 내용은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이 워낙 잘 짜여진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두고두고 다시 꺼내어 읽고, 같은 시기의 다른 역사적 관점을 가진 책을 발견하면 두 관점을 같이 두고 읽어가면서 인류 사고의 전환과 확장에 대해서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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