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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창세기의 우주를 만나다 - 물리학자의 눈으로 탐구하는 천지창조의 비밀
제원호 지음 / 패스오버 / 2019년 10월
평점 :
과학이 발달해서 인류가 점차 마법의 세계에서 깨어나기 시작한 후, 종교는 인민을 우매하게 만드는 아편이라고 비난받기 시작했다. 저는 애초에 개인의 현실 일상과 정신적인 종교의 생활을 분리하자고 생각하는 주의이지만, 종교인들은 유물론자들의 비판이 불편했을 것이다. <과학, 창세기의 우주를 만나다>은 작정하고 신앙심 깊은 과학자의 입을 빌어와 성경무오론을 펼치는 일종의 성경쉴드서이다.
저자는 물리학 박사로, 과학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성경구절을 해석하여 들려준다. 이 책의 추천서들은 과학과 종교의 만남이라고 소개하지만 사실은 신도들이 읽으면 더욱 좋다. 아무래도 성경을 해석하는데에 방점이 찍혀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창세기를 해석하기 전에 일반 과학상식을 먼저 들려주기 때문에 기초적인 교양 물리학에 관심있는 분들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것이다. 나 또한 저자만큼 신실하지는 못하더라도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서 과학의 언어로 종교의 추상적인 암호를 해석해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고, 자연현상을 영적인 영역에 대입하여 전개해나가는 저자의 논리전개가 흥미로웠다.
<과학, 창세기의 우주를 만나다>에서는 창세기의 과정을 3개의 큰 과정으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그것은 시간, 공간 그리고 빛의 창조 과정인데, 저자는 이 세 가지에 대해 물리과학적인 친절한 설명을 한 후, 성경에서는 그 이야기가 어떻게 적혀 있는지 해석해준다. 자연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것이 곧 성경의 오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수수께기가 성경에 어떻게 변용되어 적혀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다. 이로서 저자는 성경이 단지 허무맹랑한 소리가 아닌 인류의 심원한 지혜가 담겨있는 보고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과학자로서의 저자의 연구가 담겨있는 빛 부분에서는 시간을 초월한 절대자로서의 빛 혹은 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가 종교나 혹은 지식을 갈망하는 이유에 대해서까지 알게 해준다. 시간 안의 존재와 시간 밖의 존재의 시선은 다를 수 밖에 없으며, 이로서 아직도 자연의 모든 것을 밝히지 못한 인간이 지금까지 밝혀낸 과학적 사실만으로 성경이나 인간의 정신적 영역에 대해서 섣부르게 진단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솔직히 현대시민으로서의 나는 읽으면서도 억지스럽게 성경의 옮음으로 결론내리는 것을 보면서 마냥 찬성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신앙을 가지고 있는 신자로서는 문장을 훑기만 했던 창세기 구절을 다시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고자 하는 교양인으로서는, 과학과 종교-두 학문이 이분법적으로 서로를 배척하는 진영이 아니라 인간의 시야를 넓히고 정신세계를 확장하는데에 기여하는 지식의 한 도구이며 두 가지를 융합하여 세계를 바라보고 말하는 것에 대해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