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궁금했다. 소크라테스 성공법칙? 단순하게 [인생을 성공하는 법칙], [투자를 성공하는 법칙] 이런 제목이었으면 그다지 호기심이 들지 않았을 것. 그러나 소크라테스의 성공법칙이라길래 그게 뭔데? 하는 마음이 스믈스믈 올라와서 결국 열심히 읽고 서평을 작성하게 되었다.
읽기 전에는 대화 기술 혹은 처세술에 관한 책인가 싶었다. 일터에서의 고민이 해결된다길래. 일터에서의 문제라면 거의 대다수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는 수만가지 마찰이니까 그럼 이것도 그런 갈등문제를 해결하는 책이겠거니 유추했다.
이 글을 시작하며 제일 먼저 들려준 이야기는 윌리엄 뮤어 교수가 닭을 관찰한 실험이었다.
뮤어 교수는 닭의 품종을 계량하려는 목표를 세웠다. 과정은 이랬다. 각 번식장마다 닭 알을 제일 많이 낳는 닭들을 선별해서 하나의 닭장에 모아 교배시킨다. 그렇게 번식한 다음 세대에서도 알을 제일 많이 낳는 닭들끼리 교배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몇 번 반복시킨다.
이 실험에서 뮤어 교수가 예상했던 대로라면, 실험 최종 결과물인 후손 닭은 아무 문제 없이 닭 알을 월등히 많이 낳는 우수한 품종이어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그러한 후손 닭들을 한 닭장에 모아두었더니 왜인지 공격성이 강해진 닭들이 같은 공간에 있는 다른 닭들과 서로 싸우다가 결국 죽어나가기 일쑤였다.
그 이유는 다른 닭들을 쪼고 할퀴는 공격성이 높은 개체가 알을 제일 많이 낳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란다.
때문에 그 닭들은 알을 많이 낳는 유전자와 함께 매우 공격적인 태도까지 같이 잇게 된것이다.
알 생산량을 늘리려 했던 목적과 다르게 알의 생산량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반대로, 뮤어 교수는 개체별이 아닌 단체별 단위로 실험 요소를 바꿔본다. 이번엔 알 생산성이 제일 좋은 닭 하나가 아니라, 번식장들 알 생산성이 좋은 단체 하나를 번식장으로 보내서 다시 몇세대 후의 결과를 지켜본 것이다. 그러자 이번엔 서로 쪼고 할퀴는 일 없이 알 생산성이 160퍼 가량 올라갔다고 한다.
이 두 실험 결과를 보여주면서 책의 저자는 [알 생산성이 좋은 1등 닭만 모으는 행위=정량적 수치만 따지는 것] [생산성이 좋은 닭=할퀴고 쪼는 것]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이를 무시했던 기업들의 다양한 예시를 소개한다.
나는 최고의 팀, 이라고 하면 당연히 매우 뛰어나고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룬 그런 팀을 떠올렸다. 굳이 내가 아니어도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 아닌가?
그런데 이 책은 개개인이 똑똑한 팀보다는 각 팀원 간에 심리적 안정감이 형성되어있어서 두려움 없는 대화가 원활한 팀을 최고로 뽑았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 즉 능동적 탐구대화가 활발한 팀을 가리키면서 왜 그런지도 다양한 이유와 함께 설명한다.
처음에는 이러한 전략, 주로 너도 만족하고 나도 만족하고 우리의 감정이 아주 좋다며 엄지척을 외치는 이 윈윈전략이 왜 좋은건지 머리로만 이해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협상테이블에서는 무조건 자신이 가질 수 있는 최대파이를 가져가는게 좋지 않을까하는 얄팍한 생각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느릿하게 책의 중반후를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단순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이 전략이 좋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간은 논리적인 사고를 하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설계되어있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과 결정에는 생각과 감정이 비합리적 선택에 관여한다는 사실.
이것은 이타적행동 찬성측이 자신의 모든 주장에 대해 제일 자신있게 제시하는 증거였다.
맨처음 내가 예상했던 것은 처세술이나 대화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반은 맞은 셈이다. 소크라테스 대화법인 생각과 대화 창조 이 세가지 중에서 생각단계, [지금 모든 정보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음을 깨닫기위해 잠시 멈추기]는 어떻게 보면 문제를 직면한 자의 처세술이고 [개방적 질문을 통해 심리적 안정 환경을 구축하기]는 어떻게 보면 대화법이었으니까.
나는 이 두가지 유형의 질문에 대한 분류가 꽤 좋았는데 하나는 개방적 질문이고 하나는 폐쇄적 질문이다.
폐쇄적 질문은 예/아니오 두가지 단답밖에 없는데 이 여기에 질문자의 감정이나 의도까지 들어가면 자칫 법정에서 심문할때나 자주쓰는 유도형 질문이 되기도 한다.
개방적 질문은 능동적 탐구를 통하여 고민해내고 대부분 단답으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요즘 힘든 일에는 무엇이 있나요? 오늘 하루가 어땠나요?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정해진 질문은 없고 그때그때 대답자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맞춰진 질문이다.
이러한 개방형 질문을 받은 상대방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곰곰히 생각하게 되고 일절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게 되면서 심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심리적 안정 상태에서 상대방과 충분한 대화를 하고 나면 이제 새로운 해결법을 찾는 창조 단계가 남아있다. 이 단계에서 우리는 다시 능동적으로 탐구하여 나 뿐만 아니라 이 고민에 연관된 모든 이들에게 이익이 될만한 결과를 찾는다. 그리고 이런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면, 우리 사회는 정량적사고와 숫자만을 따지는 비인간적 사회에서 한발자국 멀어지고 더 나은 인간사회를 구축하게 된다.
어렸을 적 사회적 배려를 명목으로 여러가지 행동에 제약을 받으면서 내가 이 행동을 왜 해야 하는건지 이해를 못하는 일이 많았다.
다행히 사회적 눈치로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살아오곤 했지만 가끔 왜 그렇게까지 착하게 살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웠다.
그저 [착한게 옳다]라는 단순한 주장은 나에게 사회의 주관적 취향 이상으로 별로 와닿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책은 눈 앞의 이익보다는 이유있는 착함이 옳다는 그 명제를 행동경제의 관점에서 여러 종류와 예시와 이유와 근거로 아주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당연히 선과 악중에 선택을 하라면 우리는 선을 택해야 하는거 아니야? 악은 나쁜 것이야. 그러니까 선을 선택해! 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닌, 차분하고 냉철한 분석적 시각으로 왜 우리는 타인의 감정을 고려한 선택을 해야 하는지 친절히 설명을 해주는 책이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 3단계인 생각, 대화, 창조 이 과정을 알기 위해 읽었다.
이 책을 누군가에게 추천한다면 대화법 말고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
이타적 행동이 타인뿐 아니라 나에게는 왜 좋은지 궁금한 독자, 혹은 타인에게 착함을 설명할때 이를 강요하기보다는 논리적 근거로 알려주고 싶은 독자라면 기분좋게 추천한다.
도서를 출판사에서 제공 받았으며 이에 솔직한 서평을 목표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