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뷰카 시대 지속가능성의 실험실 - atomy(애터미)
윤정구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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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의 모 기관에서 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강의 요청이 왔다. 수강할 구성원들의 성격을 듣고 나는 세 개의 제목을 건넸는데 “초뷰카시대, 핫 잇템 ’나‘”라는 제목을 반겼다. 주제 의식은 차치하고 왼통 영어를 섞어놓아 스스로 썩 맘에 들진 않으나 그들은 아주 좋아했다. 뭔지 트렌드하고 신박하고 특별나 보이는 제목이라고. 엄(숙)근(면)진(지) 풍이라면, “혼돈의 시대, 나부터 챙기기”쯤 될까?



지금이 변화를 상수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유동성(volatility), 예측이 불가능한 불확실성(uncertainty), 여러 개념들이 얽히는 복잡성(complexity), 명료하지 않고 두루뭉실한 모호성(ambiguity)이 확대되는 초뷰카시대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언제는 그러지 않았을까? 학자들의 연구에는 통계로 존재하지만 나 개인의 삶에서는 언제나 뷰카시대였던 듯하다. 몇 년 전쯤에서부터 나를 알아가기 위한 다양한 탐색들이 있었다. 여전히 방황 중이나 나를 들여다보고 보살피는 일이 이제는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방기 방치한 만큼 나 아닌 모습으로 널부러져 있는 나를 발견하며 울고 웃고 화내고 달래고 얼르다가 지금에 와있다.



리더십, 인권, 사회복지, 코칭, 예술 교육, 철학 교육, 심리 교육 등을 파며 나를 알아가는 탐색으로 실험실을 가동 중이다.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이제 VUCA적 자아(Ego)가 정체성을 정립하며 참나(True-Self)가 언뜻 비치기도 한다. 사람은 7년마다 세포마저 바뀐다고 하는 근거를 본 적이 있다. 그 사이 내 마음이나 정신, 영혼의 세포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했을까? 나를 파고 파는 일이 재밌는 일과가 된 면도 있다. Strenth로서의 힘, 일치성으로의 진실 등을 화두로 붙들고 있다.



와중에 <초뷰카시대, 지속가능성의 실험실>을 읽으면서 개인과 조직의 ’자기조직화‘가 자기 인식과 자기 관리를 통해 ’나‘ 혹은 ’기업‘을 재디자인하는 것임을 깨닫는다. 저자는 IBM, 유니레버, 사우스웨스트 항공, 링크드인, 레고 그룹, 컨테이너 스토어, 파타고니아, 캠벨, 펩시, 3M, 매리케이, 다논, 홀푸드마켓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유수의 다국적기업과 한국의 에터미를 함께 배치하고 이들 기업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들이 가진 공통점이 초뷰카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나의 경영방식, 방향성, 존재이유에 대한 질문의 답이다. 이 기업들을 백년기업 혹은 백년기업이 될 후보군으로 꼽는 이유가 뭘까?



그들에겐 목적의식이 분명하지만 무겁지 않고, 그 목적을 따라 기업윤리를 세우고 나아가려는 노력이 나타난다. 자기네 회사 옷을 자꾸 삼으로써 지구 환경을 더욱 해치지 말고 고쳐 입으라고 권하는 파타고니아. 역설적이게도 자본주의의 성을 견고하게 만드는 직업군들의 일상복이 되어 안정적 매출을 자랑한다. 3M은 매년 쏟아내는 1천개의 신제품들이 CO2배출을 얼마나 혁신적으로 줄였는지, 얼마나 에너지를 절약했고 일반인들의 교통 편의를 얼마나 개선했는지를 기준으로 설정한다. ’세상은 더 편리하고 혁신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세상이 된다는 것‘을 회사의 사명으로 선언했으니까.



저자가 한국의 공의기업으로 조심스레 내세운 애터미는 어떤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견되는 기업환경에서 유전자복권을 타서 세속적 성공을 얻어낸 골리앗 기득권 세력들과는 다른 행보를 간다. 세칭 피라미드로 분류되기도 했던 네트워크 마케팅 사업자로서 불명예스러운 명명을 끊임없이 자기조직화를 이뤄 공의를 향한 질서를 이뤄가고 있다. “유전자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엘리베이터를 제공해 성공에 대한 체엄을 나누고 편편한 운동장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애터미는 성공에 대한 체험을 민주화한 회사이다.” - P 383



책에서는 애터미가 어떻게 자기 회사의 종업원들에게 열의를 북돋워야 할까를 종업원체험을 통해서 국면마다 온전한 사람으로 일으켜 세우는 성장체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들은 존재목적, 긍휼, 혁신, 신뢰잔고라는 선명한 계기판으로 고공비행 중이다. 세계적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암웨이를 앞지른지 이미 몇 년이 되었다. 본질에 충실한 기업들과 합작으로 소비자들이 소비할 수 있는 적정선을 찾아 고품질의 것을 적정하게 책정한다. 1품종 1기업의 기본 신의를 지키고 거래사들과는 현금 결제는 기본이고 선결제도 감행한다. 직원들의 4일제 근무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자발적인 사회 공헌으로 기부의 새역사를 써가고 있다. 2021년 말 기준 글로벌 포함 매출 2조 2,000억 원, 회원 수 1,600만 명, 23개의 국외법인을 거느린 회사가 되었다.



공의기업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분리되지 않고, 나선형의 구조를 이루며 나아가고 의미를 창출한다. 현재에 서서 미래를 선택하여 초깃값으로 자기 조직화한다. 나비 한 마리의 날갯짓에 불과했던 일렁임이 전 세계를 흔드는 태풍이 된다. 에터미는 미래의 주인인 아이와 그를 양육하는 일하는 여성과 협력업체를 자신들의 미래이자 주된 관심 공동체로 설정했다. 100년 기업을 꿈꾸며 긍휼감으로 돌보고 함께 할 미래로 생각했다. BTR(미국 내 200개 대기업) 연합체가 ’목적 경영‘에 기반한 ESG 가치를 선언한 지 1년 후였던 2020년, 이사회의 승인을 거친 후 서명한 기업이 1개뿐이라는 씁쓸한 기사를 봤다. 말로만 전 세계의 이슈를 일으켰을 뿐, 실천하는 목적 경영 기업이 선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보여준다.



그래서 지구와 사회 공동체, 종업원을 가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하는 ESG 운동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돕는다고는 하고 전 세계가 ESG 경영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우리나라에서도 민관 어디에서고 다 ESG를 끌어다 쓴다. ESG는 방법론적으로 떠들 무언가가 아니다. 실천의 삶으로 기업의 문화가 되어야 할 절대성을 지닌 기준이다. 세계 최대 투자회사인 핑크 래리가 매년 연초에 자신들의 투자회사들에게 서한을 보낸 내용에서도 확실하고도 분명히 밝히고 있다. ESG에 기반한 기업의 존재이유, 목적 경영을 지향성으로 갖지 않는 기업들에게는 투자할 수없음을 분명히 고지한다.



비단 기업 환경만이 아니다. 개인 경영에 있어서도 자기조직화는 필수적이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에 의미를 두고 있는지 분명히 알고 가야 혼선도 줄이고 지속가능한 삶을 설계할 수있다. 책은 사회 전반의 시대상, 자각적 자기로 살아가는 일, 공의기업의 방향성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스스로 플랫폼이 되어 자원을 연결하고 운동장을 다지고 춤판을 벌여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도 오로지 집중할 것은 어떻게 거인의 어깨에 기댈 것인가가 아니라 거인을 물리고 내 내면의 탐색과 탐구로 나를 아는 일이 가장 귀하다. 나는 왜 존재하는지? 나는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있는지, 어떨 때 가장 행복해지는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방향성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곳곳에서 싱크홀을 만나고, 사막의 바람이 한바탕 휩쓸고 간 자리에서 망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속가능한 일들은 오로지 ’진실‘했을 때 가능성의 문이 열리고 끝까지 집념으로 불들 수 있게 된다. 자기자비로 나를 긍휼함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나는 좀 더 단단해진 나를 만나면서 내 앞에 있는 타인도 그렇게 짠하고 애쓰는 존재임을 인식한다. 비로소 나를 지탱하던 애도가 그에게로 넘어가는 순간이다. 데리다의 말처럼 ’나는 애도한다, 고로 존재한다.‘ 너에 대한 애도가 시작된다는 것은 관계 맺음이고 긍휼감으로 상대의 고통을 헤아리는 행위이다. 나도 조직도 나의 존재 이유 안에서 자기로의 삶에 살게 되기를......



한달 후, 만나게 될 수강자들과 나눌 이야기들은 아마 이 책에서 많은 부분 영감을 얻게 될 것 같다. 여기에 영화 <작가 미상>,<더 디그>,<문신을 한 신부님> 쯤의 이야기가 덧대어진다면 제법 꼴을 갖추겠다. 초뷰카시대, 핫 잇템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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