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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거 그려서 20년 살아남았습니다 - 좋아하는 일, 꾸준히 오래 하면, 생기는 일
정헌재(페리테일) 지음 / 아워미디어 / 2023년 9월
평점 :
책 내용으로 들어가 전에 저자는 참 부러운 분이다.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감히 좋아하는 일이라 자신 있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일에 사명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라 말하기는 너무 어렵다. 스스로도 꽤 오랜 기간 동안 같은 일을 해오고 있고 지금도 하고 있지만 누군가 '당신은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책 표지를 보자. 정말 이쁘고 귀엽다. 살짝 굽어 골목길에 여러 가지 색깔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이 책의 기둥인 보라 요정, 오랑이, 흰둥이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어디까지가 사진이고 그림인지 경계가 모호하지만 상관없이 서로 잘 어우러져 있다. 그리고 양각으로 쓰여 있는 글씨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년'이라는 단어이다. '20년이란 시간 동안 귀여운 것들을 그리며 한 길을 걸어왔구나.'라는 진한 감동이라고 해야 할까?
책은 4개의 큰 단락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리고 그 안에 소주제를 넣어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무엇으로 -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흰둥이, 보라 요정, 오랑이
어떻게 - 인생을 커피처럼 마시는 태도에 대하여
매일매일 귀엽게 - 작지만 소중한 털 뭉치들과 함께
그렇게 살아간다 - 지금 하는 일의 결과를 보고 싶다면
저자는 잔잔한 이야기들을 펼쳐냅니다. 감동스럽게, 고통을 참아내며, 미래를 바라보며 만들어 낸 이야기들이 연못에 파문이 일듯 감동의 물결을 만들어 준다.
"어떤 칭찬은 인생을 가로질러 끝까지 함께 갑니다." (P.83)
"쉽게 얻으면 쉽게 잊습니다. 돈이든 마음이든 무엇이든. 특히 남이 나에게 준 것은 더 말입니다."(P.162)
"저는 없는 이유를 찾느라 시간을 허비하고, 없는 이유를 만들어 자신을 혼내던 때가 있었습니다."(P.179)
"내 운동화는 한 번도 말려 올라갈 만큼 뜨거운 곳에서 고생한 적이 없네." (P.242)
"아버지와 나빴던 기억은 이제 다 희미해졌지만 좋았던 기억은 점점 더 생생해집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안타깝습니다." (P.264)
"저는 이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요. 귀찮아져서, 마음이 사라져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설명이 필요 없는 것들이 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P.356)
400페이지의 책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읽었다. 얼마나 읽었나, 또는 얼마나 남았나 한 번도 따져보지 않고 쭉 읽어내려갔다. 중간쯤 읽었을 때 메모를 했으면 더 좋았을 것들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대로 읽기를 계속했다. 에세이를 여러 권 보면서 감정이입을 하며 읽기가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공감을 하지만 그 안으로 녹아들어 가 나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게 보았다. 저자가 아파하면 내가 아팠을 때를 생각하게 되고, 아버지를 그리워하면 나 역시 아버지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느낌을 온전히 받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경험을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20년 동안 하며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내용을 읽어보라. 그러한 경험을 갖추었을 때의 내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고, 그 경험을 갖춘 분들은 예전의 추억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림이 너무 귀엽다. 꼭 경험해 보시길 추천한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생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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