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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민카 식당에 눈이 내리면
조수필 지음 / 마음연결 / 2023년 12월
평점 :
한겨울의 설경 특히 프라하 성을 뒤로 한 카렐교에서의 설경은 프라하를 대표하는 풍경이다. 특히 새해가 시작될 때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든 프라하는 그야말로 겨울 왕국과 같은 면모를 나타낸다. 이 소설은 체코 프라하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함과 안타까움을 함께 내포하고 있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안타까움에조차 따스함이 감싸고 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조수필 작가이다. 대학에서 방송학을 전공하고 방송국에서 구성작가로 일했다. 타인의 생애를 들여다보고 활자로 옮기는 작업을 하면서 사람에 대한 탐구심이 커졌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은 체코살이가 변곡점이 되어 지구 반대편에서 책을 짓고 있다. 저서로는 <모두가 붙잡을 때 체코로 이사했다.>가 있다.
체코 프라하 카렐교위에서 겨울 풍경과 그 풍경 안에 있는 사람을 묘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곳에 '수빈'이 서 있다. 신혼여행 때의 행복을 말한 자리에서 이혼을 극복하려는 지금은 가진 것을 모두 내려놓으려 그렇게 프라하를 방문했다. 그러한 그녀와 비행기에서 그리고 숙소에서의 뜻밖의 만남으로 언니, 동생이 되어 단짝이 된 유학생 '단비'. 프라하에서 한식 식당인 마민카 식당을 운영하는 소설의 한 축인 '해국'이 있다. 어머니와 사별 후 어머니의 '프라하에 가면 좋겠다'라는 말을 가슴에 품고 공무원이던 직업마저 내려놓고 무작정 프라하로 와서 엄마라는 뜻의 마민카 식당을 차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사람들을 하나의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 주인공 '지호'가 있다. 그는 어려서 프라하로 이민 와서 그곳에서 자랐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존재이지만 마음속 깊이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 이외에 그들의 관계를 더 깊게 만들어 줄 마민카 옆 세탁소 주인 '에블린'과 그의 딸 '아델카'까지 어느 한 인물을 중심으로 쓰인 이야기가 아닌, 모든 이들이 주인공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프라하라는 생소한 장소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이지만 마치 우리나라 어느 조그만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인 양 거부감 없이 몰입하게 된다. 이름도 발음도 생소하지만 마민카 식당 번역하자면 엄마 식당이라는 설정 자체가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푸근함에 식당이라는 장소적인 따스함이 있는 탓인듯하다. 서로가 서로를 만나며 나누는 일상적인 대화로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아픔을 조금씩 치유해 나가는 과정들이 소설로 만들어진 허구의 세상 같지 않다. 지금 당장이라도 내 옆에서 벌어질 것만 같은 일들이며 대화인 때문일 것이다. 그러기에 더욱 몰입이 된다. 특별한 사건 사고가 없지만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교향곡처럼 소설 속의 인물들이 서로가 서로를 위로하고 또는 위로받으며 일상을 살아간다.
체코 프라하에서 벌어지는 짧은 시간 속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삶을 축소해서 담은 듯 따뜻함을 몸에 두른듯한 느낌의 책이다. 체코에 살고 있는 작가의 글이라 더욱 생생한 프라하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덤이라 할 수 있겠다. 얇은 책이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은 책이다. 새해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 조용히 읽어볼 책으로 추천드린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