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주의 아이들 - 부모를 한국으로 떠나보낸 조선족 아이들 이야기 문학동네 청소년 8
박영희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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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흑룡강성 해림시에 살던 한 조선족 부부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들어왔다. 그들은 셋방을 얻어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각오로 팔을 걷어붙였다. 그런데 아내가 뜻하지 않은 임신을 하면서 부부의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그렇게 한국에서 태어난 미혜는 백일이 지날 무렵 엄마와 함께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서 해림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2년 뒤 엄마는 한국으로 다시 들어갔고 미혜는 외할머니 손에 맡겨져 언니와 함께 지냈다. ‘만주의 아이들’은 미혜와 같이 부모의 사랑 대신에 고통을 벗 삼아 살고 있는 조선족 아이들의 실상을 담은 이야기이다. 10년 만에(처음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본다면 과연 어떤 느낌이 들까.

 

10년 만의 첫 부녀 상봉, 자리는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엄마와 아빠가 함께 찍은 사진을 몇 장 가지고 있었지만 아빠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낯설었다. 엄마만 옆에 없다면 아빠는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흔한 아저씨일 뿐이었다. (p. 223)

 

부모와 친척들까지 돈 벌러 떠나면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학교 기숙사뿐이다. 학생들에게 기숙사는 막장(인생의 막다른 곳)이다. 한창 부모의 사랑 속에서 꿈을 키우며 성장해야 할 조선족 청소년들은 새장 속에 갇힌 새가 되어, 어둠속에 방황하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만주의 아이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어둡고 또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 줄기의 빛은 존재한다. 효범이와 그의 고모가 나누는 대화부분에서는 저절로 웃음이 지어진다. 물론 효범이에게도 고통은 있겠지만 그 아이의 곁에는 고모라는 큰 그늘이 있다. 그 그늘 아래서 효범이는 소방관이 되겠다는 꿈을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은 재물의 힘에 도취되어 자신의 의무를 등한시하는 조선족 부모들과 대조를 이룬다.

 

‘만주의 아이들’은 욕망에 미쳐 자녀를 방임하는 일부의……. 조선족 부모들을 비판하기보다 한국에 있는 부모와 만주에 남은 아이들을 잇는 끈이 되기를 소망한다. 남은 아이들의 고통 못지않게 한국의 노동자로 살아가는 부모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저자 박영희는 책의 말미에서 만주의 봄은 언제나 오는지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는 말로 조선족들의 서글픈 변화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였다. 그런 한편으로 만주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언젠가는 부모님이 돌아올 것이라는,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지금 현재가 아무리 절망스럽고 미래가 불투명해 보인다 해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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