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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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를 파고들던 부랑자 소년(제이크)은 잃어버린 구두를 찾으려고 하는 소녀(로사)와 조우를 하게 된다. 로렌스의 공장주들이 임금 삭감을 결정하자 노동자들은 전원 파업에 돌입한다. 로사의 엄마와 언니 애나도 집회와 시위행진에 참여하고 있었다. 소녀는 파업 그 자체가 싫었지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겁쟁이인 자기 자신을 탓할 뿐이었다. 제이크는 여름 하늘처럼 맑고 파란 눈을 지닌 걸리 플린 부인에게 마음을 빼앗겨 파업에 동참하기로 결심한다. 그래야 그녀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닐 수 있으니까.

 

캐서린 패더슨의 장편소설 ‘빵과 장미’는 1912년 미국 매사추세츠 로렌스에서 일어난 파업을 배경으로 이민 노동자 문제, 진정한 삶을 위해 노력한 이들의 모습 등을 그렸다. 패터슨이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이 작품엔 특별한 미장센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소녀와 소년의 일기를 보듯 역사적인 파업을 청소년의 시각으로 바라보는 24장으로 나눠진 책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소설은 추천사가 흥미롭다.(아니, 추천인이 흥미롭다고 하는 게 더 맞을까.) 그들의 추천사는 이 소설의 성격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작가는 약 100년 전 미국의 풍경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은 현재 우리의 모습이자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우리는 인류를 위한 시간의 시작 지점에 있다. 우리가 문제와 붙잡고 싸우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다. 수만 년이라는 미래의 시간이 있다. 우리의 책임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배우고 문제를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그 모든 것들을 후손들에게 전해주는 것이다.

 

파인만의 표현을 빌자면 우리에게는 (잘못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모든 것들을 후대에 전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빵과 장미’는 우리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동시에 문제의 해결책도 함께 제시하는 소설인 셈이다. 이 작품을 단순한 청소년문학으로 단정 짓기에는 그 경계가 애매하다.

 

노동자들은 아이들을 안전한 곳으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많은 아이들이 아픈데다 먹지를 못하고 있었다. 파업 중인 그들은 승리할 때까지 아이들을 뉴욕과 버몬트로 휴가를 보내게 된다. 자료조사에만 삼 년이라는 기간이 걸린 결과물답게 사실과 허구를 혼합하면서도 그 당시의 상황을 반영하려고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빵과 장미’에서 감동의 포인트는 적지 않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제르바티와 제이크가 서로의 마음을 여는 대목이라고 생각된다.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정이 깊은 노인 제르바티, 그리고 죽은 아버지를 내버려두고 버몬트로 가는 기차에 몰래 탄 제이크, 두 사람은 저마다의 상처를 간직하고 있었다. 사랑했던 아들을 잃은 슬픔과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소년과 노인이 한 가족이 되는 장면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1912년 파업에서 등장한 ‘빵과 장미’라는 구호는 노동운동에 있어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로렌스의 파업 노동자들은 생존을 의미하는 빵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필요했다. 로사의 엄마는 그것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우리의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도 원해요. 우리가 원하는 건- 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원하는 건, 그 뭐냐- 푸치니의 음악 같은 거예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것들도 어느 정도 필요해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엄마는 몸을 숙여 손가락에 잠긴 곱슬머리에 키스했다.

“우리는 장미도 원해요......” (p. 114~115)

 

생존권(빵)뿐만 아니라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권리인 인권(장미)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민 노동자들은 잘 알고 있었고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투쟁했다. 그 투쟁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되었으며 그들의 이야기는 지금도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다.

 

21세기인 현재에도 ‘빵과 장미 파업’은 계속되는 실정이다. 쉴 곳이 없어서 화장실에서 밥을 먹는 40만의 청소노동자들, 60만 명이 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 그 사람들이 과연 로사의 바람처럼 행복하게 살고 있는가. 이 소설은 우리의 삶과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모든 사람은 빵을 원한다,

그리고 장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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