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라는 심상치 않은 제목을 가진 단편소설집이 세상에 나왔다. 속필로 유명한 소설가 김영하의 신작 소설집인 이 작품은 즉흥적으로, 소위 필이 왔을 때 쓴 작품들이 지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작가의 말에서 그가 말한 바람처럼 자연스럽고 막힘이 없는 내밀한 유쾌가 문장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총 13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집을 살펴보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책의 맨 뒤에 적혀있는 박민규의 추천사이다.

 

도대체 뭘 추천하란 애기지? 살짝 화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이미 소름이 돋았을 독자들이 널리고 널렸을 테니까. 말하자면 베레타는 참 좋은 총이에요. 당연한 소릴 지껄이고 그걸 말이라고 해요? 핀잔을 들어야 하는 그런 기분이다. 김영하가 돌아왔다. 원 샷, 원 킬 사정거리 밖에서의 저격처럼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우리에게 내밀었지만 이 독서를 통해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김영하니까!

 

김영하는 박민규 등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로 손꼽힌다. 이는 그의 감각이 신선하고 실험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반면 모든 사람(세대)들이 공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불안요소도 공존한다. 독자들의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 역시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서 가장 관심이 간 단편은 로봇, 악어, 밀회였다. ‘로봇’을 읽으면서는 90년대 로봇이 주인공으로 나왔던 한 영화가 떠올랐고 ‘악어’에서 노래하는 한 남자를 보며 학창시절 노래를 부르던 내 모습을 추억했다. 이 작품의 테마를 말한다고 볼 수 있는 ‘밀회’는 짧은 영화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은 바로 ‘밀회’의 한 대목에서 따온 것이다.

 

1995년 ‘거울에 대한 명상’으로 등단하여 발표하는 작품마다 새로움을 추구해온 김영하, 한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상하고 특이하다고……. 이 기사를 보며 ‘작가는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박민규가 추천사에서 한 말처럼 원 샷, 원 킬 저격수와 같은 날카로움을 갖기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론바 ‘김영하표 소설’의 출발점이 그의 특이성은 아니었을까.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완전하지 않다. (현실의 우리들이 그러하듯이) 신비로운 목소리로 유명한 가수였으나 갑자기 목소리를 상실한 한 남자(악어), 카푸그라증후군이라는 뇌질환을 앓게 된 남편(밀회), 아름다운 피부를 잃고 자살한 여자(명예살인) 등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사건에 휩싸인다. 이런 모습들은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다.

 

김영하에게 소설은 어떤 것일까. 그는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어놓았다.

 

지금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나라는 존재는 어지러이 둔갑을 거듭하는 허깨비일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살아 있”는 것은 지금껏 내가 쓴 것들일 것이다. 그 책들이 풍랑에 흔들리는 조각배 같은 내 영혼을 저 수면 아래에서 단단히 붙들어주는 것을 느끼곤 한다.

 

어쩌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조각배를 붙들어주는 밧줄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점에서 이번 소설집은 완성품이 아닌 완성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나름대로 정의해 볼 수 있겠다.) 13편의 이야기에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기보다는 애피타이저처럼 즐기는 것, 저자가 독자들에게 바라는 궁극적인 희망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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