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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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극혐‘이란 표현을 ‘극혐‘한다.
특정인 혹은 단체를 향한 혐오적 표현이 불편하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COVID-19‘에 대한 호칭도 그러하다. 학계는 ‘COVID-19‘라고 명명하고 대한민국 행정부는 이를 ‘코로나19‘라고 칭하였지만, 누군가는 꾸준히 ‘우한폐렴‘이라고 표현한다.

또한 중국발 감염이 한창이던 한달전에는 ‘스페인 독감‘의 사례를 들며, 코로나와 코리아의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10년 후 전 세계가 ‘코리아 바이러스‘라고 오해할꺼다˝라는 ‘주장‘도 많았다.

나는 이런 표현들이 불편하다. 그렇다고 내가 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는 극적인 중립 상태는 아니지만(당연히), 그런 표현들이 불편했고 이 책을 선택한 이유였다. [선량한 차별주의자]는 그 이유를 충분히 만족시켜줬다.

책은 3단계로 구성된다. 우리는 모두 (최소한) 선량한 ‘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그 차별이 형성되는 과정과 올바른 대응책을 제시한다. 요약컨데,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밝힌것처럼 ‘결정장애‘라는 농담에서조차도 우리는 차별을 하고 있고, 그 차별이 차별로 느껴지지 않게하는 ‘나를 포함한‘ 다수의 동조가 있다. 이를 넘어서 모두에게 평등한 사회로 가기위해서는 의식있는 자의 노오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노오력은 비꼬는 표현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을 의미한다.)

저자는 많은 예시에서 미국과 서유럽/북유럽의 사례를 든다(서유럽과 북유럽의 명확한 경계는 어디인가?). p.118에서 소개되는 사례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미국 애틀란타에서는 인종을 이유로 접객을 거절한 숙박업소의 사장이자 변호사가 연방대법원에게 참패를 당했지만, 부산의 한 공중목욕탕은 피부색을 이유로 접객을 거부했고 손님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손님을 다른 업소를 안내했다. 미국은 1964년, 대한민국은 2011년의 일이다.
(심지어 두 사례는 신고 및 소의 주체가 다르다. 하나는 차별의 가해자이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이다.)

물론 현 시점에서 인종차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10년전에도 나에게 원숭이 소리를 흉내내며 낄낄거리던 철없는 백인 대학생들이 있었고,지금도 서구권의 많은 여행기에서도 심심찮게 들리는 피해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피해담의 주인공들이 이 곳 한반도에서는 가해자가 된다.

결국엔 다수와 인식의 문제다.

저자는 결론부에서 (p.200) ˝부정청탁을 근절하기 위한 법을 제정 할 때 부정청탁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은 직접적인 규율의 대상이기 때문에 논의에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반영하여 법을 훼손하게 두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라고 하지만 이미 가치판단이 들어간 ‘부정‘을 제외하고 생각해보자.

‘청탁‘의 사전적 정의는 ‘청하여 남에게 부탁함‘이다(표준국어대사전). 우리는 살면서 많은 부탁을 한다. 축의금 대납을 부탁하기도 하고, 길을 좀 내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간혹 어떤 권력자는 자신의 딸의 이력서를 지인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이 모든 청탁의 옳고 그름을 가르는 지점은 청탁의 의도이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청탁을 여러 법령을 통해 규제하고 있고, 이를 흔히 ‘부정 청탁‘이라 일컫는다.

차별금지법은 바로 그 ‘부정‘을 규정하려는 시도이다. 쉽게 말해 뇌물금지법을 만들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당신이 무엇이 뇌물인지 잘 모르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 말이다.

소수의 공정한 인식을 바탕으로 헌법재판소에서 특정 법을 위법으로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를 바탕으로 법령을 제정하는 것은 결국 다수의 ‘사회적 합의‘가 필수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여러 단체에서 201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것과 나를 포함한 많은 이가 그동안 ‘선량‘했었다는 변명거리와 함께 ‘차별‘을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생각해볼만한 문제
1) ‘한국인‘는 무엇입니까?
: 한반도에서 태어난 한민족, 대한민국 국적 소지자, 한국어를 제1언어로 구사하는 이, 본인이 한국인으로 생각하는 이
2) 한국땅에서 ‘한국인‘과 ‘비한국인‘에게 어느정도의 평등이 필요한가?
: 모든 것 > 정치참여 > 사회적 보장제도 > 의료 보장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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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tereading 2020-03-31 2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디오북으로 들으니 더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