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카렐 차페크 지음, 김희숙 옮김 / 모비딕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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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대신해 새로운 종을 ‘창조’하고 싶었던 늙은 로숨의 실패와 달리 세상에 자신의 ‘물건’을 내놓고 싶었던 젊은 로숨의 계획은 인류를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키려고 하는 도민과 그의 일당을 만나면서 성공하는 듯 보였다. 세상은 그들의 로봇으로 가득 찼고, 그들 역시 자신감으로 가득차있을때 그들은 헬레나를 만난다.

헬레나는 그리스신화에서 트로이전쟁의 시발점이 된 여인으로 ‘최고의 미녀’와 ‘배신’을 상징한다. 아프로디테의 도움을 받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는 헬레나를 꼬드겨 트로이로 함께 도망치고, 이를 되찾기 위해 스파르타와 그리스 연합군은 장장 10년의 전쟁을 벌인다.

도민과 그의 로봇도 비슷한 운명을 맞았다.
헬레나는 젊은 로숨과 도민이 로봇에게 주지 않은 ‘감정’에 많은 집착을 보였고, 결국 갈 박사와 함께 그들에게 ‘인간다움’을 선물하기에 이른다. 아픔과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로봇들은 자아를 찾아 계몽했고, 결국 ‘로봇혁명’을 시도하고 이는 성공한다.

재밌는 것은 로봇의 ‘혁명’이 호모 사피엔스의 그것과 매우 밀접하게 닮아있다는 것이다. 로봇 라디우스로부터 시작된 그들의 계몽은 ‘만국의 로봇’에 의한 봉기를 통해 과거세력을 몰아내고 지구의 지배자가 되지만 이내 곧 종의 지속성에 있어 큰 문제가 있음을 깨닫는다. 새로운 로봇을 생산할 설계도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전 지구적 지배자 다몬은 본인을 피실험체로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스스로의 생존 욕구가 종의 영속성보다 우선하면서 이 또한 포기하게 된다.

바로 그때 프리무스와 로봇 헬레나가 등장한다. 프리무스는 그의 라틴어(Primus) 뜻인 ‘최초’에 걸맞게 종 최초로 다른 로봇을 사랑하는 로봇이다. 그리고 그 사랑의 대상이 호모 사피엔스를 멸절하게 만든 헬레나와 동명이인이라는 점은 다분히 역설적이지만 알퀴스트의 마지막 창세기 독백을 떠올리면 꽤나 근사한 배치인 것 같다.

이 희극은 마치 인류의 역사책처럼 보인다. 인류는 계속해서 무엇인가로부터 해방을 꿈꿨다. 기근, 전쟁, 질병 등이 좋은 예이다. 그와 동시에 해방은 다른 무엇인가에 종속됨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에서 농업혁명 이후 농부의 삶은 그 전 수렵채집인의 삶보다 결코 낫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주자, 구글의 신입사원 ‘브랜든’은 본인의 트럭생활을 지난 ‘15년부터 꾸준히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선택은 둘 중 어떤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둘 중 어떤 하나를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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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tereading 2020-01-29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키님은 러시아의 백미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