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미와 가나코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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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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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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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족스러운 현실에서는 과거가 괜찮은 도피처가 된다.

요즘 한주간 드라마 방영 편수를 보면 3~4편의 사극은 기본이다.

사극 시청률이 꽤 나온다는 것은 지금 시기가 불안하고 어렵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덕혜옹주>는 시기를 '대단히 잘' 탄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꽤 안전하고

뒤숭숭한 시기에 태어난 덕분에 각광받았으니까..

 

개인적으론 '덕혜옹주'를 몰랐다.

조선의 마지막 왕 몇몇을 나라도 못 지킨 무능함의 표본이라 생각했던 내겐

고종의 딸이라는 그녀는 관심 밖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내 선입견을 바꿀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소설 <덕혜옹주>는 덕혜옹주 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걸 알리는데에 만족해야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가벼워서 왕족의 유능한 변호인이 되지 못했고

소설의 중심축이었던 덕혜옹주의 심리도 작위적이어서 불편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했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우국충정을 예리하고 처절하게 묘사하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쉽다.

어떤 리뷰에선 중간중간 나래이션이 등장해 작품의 흐름을 끊는다고 했는데

그 말에 백번 공감한다.

결국 명확한 상황도, 캐릭터도 없다.

누구를 위한 소설인가도 의문이다. 복순이 스토리가 더 기억에 남은 걸 보면...

 

허구와 사실 사이에서 줄타기는 언제나 어렵다.

그래서 정말 잘 만든 소설은, 독자가 허구와 사실을 구분할 수 없을만큼 리얼하다.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욕의 역사는 입술을 깨물만큼, 주인공의 아픔은 눈물이 날만큼 끌어내려서

행복이든 불행이든 아름다운 결말로 피워주어야 한다.

덕혜옹주가 탈출하고 '무영'의 외사랑을 결론짓고 유치뽕짝 엔딩을 맺을 지라도

'흥미와 완성도'라는 팩션의 자질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시작은 있었지만 결말은 없는 서사.

허구와 사실 사이에서 시종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 덕분에 

힘겹게 사료를 뒤진 작가의 공로가 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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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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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건 아닌데, 근래에 처음 접한 두 작가가 모두 강원도에 산다고 했다.  


<하우스>의 박정석씨. 그리고 <굴라쉬 브런치>의 윤미나씨.

<굴라쉬 브런치>는 강원도 이야기가 아니라

프라하, 두브로브니크, 블레드.

옮겨 적는데도 철자를 몇 번이나 확인해야하는 낯선 땅 여행 에세이다.

체코의 프라하는 언제나 로망으로 간직하고 있는 장소라 흥미롭고,

두브로브니크, 슬로베니아의 블레드 같은 유럽의 시골은 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장소였는데

이 책을 읽고 결국 여행 로망이 두개나 추가되는 행복한 불상사가 일어났다.

 

행간마다 푸짐한 묘사들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다. 

아는 게 지나치게 많아 다치겠다며 질투어린 시선을 마구 보냈다.

덕분에 봐야할 영화. 봐야할 책, 들어야 할 음악.

숙제를 한 아름 안고서 책을 덮었다.

 

** 지식인들은 나쁘다.  

꽤 많이 보고 읽고 산다고 생각할 무렵 나타나서는 나를 의기소침하게 한다.  

사상 관련 서적은 다 빼버리고도 보고 싶은 것들이 한 가득이다. 

 
책 

보후밀 흐라발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

카프카 <석탄통에 걸터앉아>= <양동이 기사>

실비 제르맹 <프라하 거리에서 울고 다니는 여자>

토머스 만 <베네치아에서의 죽음>

 

영화

플로리아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타인의 삶>

테리 즈위고프 감독<판타스틱 소녀백서>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 <그르바비차>

데이비드 린치 감독 <스트레이트 스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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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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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 이발관' 이라는 그룹의 보컬이시랬다. 저자 이석원 씨가...

하지만 그룹도 음악도 전혀 모른다.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의 월요일 고정 게스트란다.(지금도 진행형일까?)

나는 새벽 0시에 라디오를 듣지 못하는 오전형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히 누군지 모른다.

전혀 모르는데 책을 샀다.

저자는 본문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사람이 책을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훗~! 그 점에서 만큼은 내가 백점짜리 독자인 셈이다.



자신감도 잠시. 책을 읽는 내내 죽는 줄 알았다.

공감하는 부분이 많아서 기쁜 게 아니라 공포스러웠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다채로운 고민들을

나보다 십여년 전에 태어난 사람도 똑같이 하고 있다는 걸 발견한 바람에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확신 하나가 무너지고 말았다.

어제까지도 내가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찾아가 고민을 털어놓았던 것은

그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가졌던 시기를 지나왔고

그 고민을 반드시! 아주 잘! 해결했왔을 것이라는 전제가 확고했기 때문이었는데

이 에세이 덕분에(?) 나는 더이상 나보다 어른인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



"나도 이십대 때에는 불안했지만 지금은 괜찮아.너도 다 잘될거야"

이런 이야길 들으려고 가까이 갔다 뺨만 한 대 맞았다.

"니가 하는 고민은 남들도 똑같이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그 고민이 해결될거라는 희망은 버렷!!"

아...네.



이 책으로 '보통의 존재'가 될 수 있을 거란 꿈은 버리시길. 

책을 다 읽고 나면 '불안한 존재'가 되어 있을 테니...

다만, 어줍잖은 위로가 아닌 섬뜩한 공감이 주는 희열이

그 정도 불안 쯤은 신경쓰지 않을 수 있을 만큼, 보상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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