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불만족스러운 현실에서는 과거가 괜찮은 도피처가 된다.

요즘 한주간 드라마 방영 편수를 보면 3~4편의 사극은 기본이다.

사극 시청률이 꽤 나온다는 것은 지금 시기가 불안하고 어렵다는 말과 같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덕혜옹주>는 시기를 '대단히 잘' 탄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 인물에 대한 이야기는 꽤 안전하고

뒤숭숭한 시기에 태어난 덕분에 각광받았으니까..

 

개인적으론 '덕혜옹주'를 몰랐다.

조선의 마지막 왕 몇몇을 나라도 못 지킨 무능함의 표본이라 생각했던 내겐

고종의 딸이라는 그녀는 관심 밖이었다.

이 소설을 읽고 내 선입견을 바꿀 수 있었다면 좋겠지만

소설 <덕혜옹주>는 덕혜옹주 라는 인물이 있었다는 걸 알리는데에 만족해야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 가벼워서 왕족의 유능한 변호인이 되지 못했고

소설의 중심축이었던 덕혜옹주의 심리도 작위적이어서 불편했다.

전지적 작가 시점을 사용했으면서도

등장인물들의 우국충정을 예리하고 처절하게 묘사하지 못했던 점이 가장 아쉽다.

어떤 리뷰에선 중간중간 나래이션이 등장해 작품의 흐름을 끊는다고 했는데

그 말에 백번 공감한다.

결국 명확한 상황도, 캐릭터도 없다.

누구를 위한 소설인가도 의문이다. 복순이 스토리가 더 기억에 남은 걸 보면...

 

허구와 사실 사이에서 줄타기는 언제나 어렵다.

그래서 정말 잘 만든 소설은, 독자가 허구와 사실을 구분할 수 없을만큼 리얼하다.

역사책이 아니라 소설을 만들기로 결심했다면 반드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치욕의 역사는 입술을 깨물만큼, 주인공의 아픔은 눈물이 날만큼 끌어내려서

행복이든 불행이든 아름다운 결말로 피워주어야 한다.

덕혜옹주가 탈출하고 '무영'의 외사랑을 결론짓고 유치뽕짝 엔딩을 맺을 지라도

'흥미와 완성도'라는 팩션의 자질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한다는 것이다.

시작은 있었지만 결말은 없는 서사.

허구와 사실 사이에서 시종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한 덕분에 

힘겹게 사료를 뒤진 작가의 공로가 퇴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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