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판을 향해 있기를 대충 스무 해, 칠판을 등지고 서서 허튼소리 하기 마흔 해를 넘기니 삶이 저물었다고 말하곤 하는 처지이다. 그러나 그 사이 이른바 교훈적인 얘기를 칠판을 등지고 서서 늘어놓은 적은 없다. 지혜롭게 살아오지 못한 터수라 주제넘게 생각된 탓이다. 그럼에도 어디서 본 얘기가 아니라 삶의 길을 걸어온 사이 실감한 것을 얘기한 적이 몇 번 있다. 평생 반려의 선택과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한 소견을 요청받았을 때다. 그때 얘기한 것이 들국화 경험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근사해 보이지만 가까이 가보면 온전한 것은 찾기 어렵다, 아니 찾아지지 않는다. 사람도 그와 같아 가까이서 보면 크고 작은 흠결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명심하면 너무 완벽주의로 흘러 무던한 사람을 놓치는 경우는 생기지 않을 것이란 것이 나의 생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람의 선택이란 대체로 체념의 한 형식이기도 하다는 막연한 생각을 토로하고 나서 역시 주제넘다는 생각이 들어 반복하지 않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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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와 자본주의 - 여성, 자연, 식민지와 세계적 규모의 자본축적 아우또노미아총서 45
마리아 미즈 지음, 최재인 옮김 / 갈무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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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상 약간의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느껴졌지만, 여성(그리고 남성)의 권리 신장 및 생존과 지구의 모두가 누리는 진정한 공생에 관하여 고뇌를 하고 있다면 두께를 감수하고서라도 읽을 만하다. 80년대에 마리아 미즈의 책(가부장제와 자본주의, 1986)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바람계곡의 나우시카, 1984)이 등장했지만 그때와 비교하여 나아진 듯 나아지지 않은 현 상황이 애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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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도 살인이며 인간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반칙일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가 얘기된다는 사회에서 자살의 부정적 국민은 더욱 크게 부각된다.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교통사고율이 높다는 것과 함께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생명의 외경에 대한 감각이 상대적으로 희박하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자진이란 말의 유통소거는 안타까운 일이다. 논리가 아니라 심정이다. - P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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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양수천자와 여아낙태가 여아 신생아에 대한 살해보다 훨씬 인도적인 방법이라고 옹호했다. ‘여아 신생아를 살해하거나 여아를 학대하는 것보다는 여아낙태가 나은 것 아닌가? 여성에 대한 대우를 개선할 만한 어떤 대안이 있는가?‘(Kumar, 1983: 64).
나는 가부장적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암울한 여성혐오적인 표현은 여성 스스로가 체화시켜 이를 다른 여성에게 적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쿠마르가 위에서 한 조언 같은 암울한 표현은 다시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관계는 언급도 되지 않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변화노력을 옹호한 것도 없다. 여성 스스로 절명하게 하는 것만이 해결책으로 제시되어있다. 이는 우리에게 빈민을 섬멸함으로서 빈곤을 퇴치하는 것을 제안한 인구통제기구의 논리를 상기시킨다. 그러나 이는 그보다 더 끔찍하다. 여성이 여성 살해를 최종 해결책으로 제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 P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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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서복관은 웅십력과의 만남을 계기로 생애에서 중요한 전환기를 맞이한다. "나라를 잃는 자는 항상 그 문화를 먼저 잃는다"라는 스승의 말이 그로 하여금 불혹을 넘긴 나이에 학문 연구를 시작하도록 만들었다. -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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