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설정한 편목에 따라 전체의 구성과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먼저 오랫동안 <사민총론>과 <총론>(또는 <사민총론>)으로 명명한 <서론>과 <결론>부터 설명한다. 본론의 앞뒤에 실린 두 편의 글은 책의 저술 동기와 과정을 가볍게 밝힌 글이 절대 아니다. 주거지 선택의 문제가 발생하는 역사적 과정과 사회적 구조를 예리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라보는 지은이의시각과 기준을 제시한 깊이 있는 의론문議論文이다. 따라서 두 편의 글을 서문이나 머리말, 발문이나 맺음말 같은 제목으로 쓰는 것은 옳지 않다. - P23

첫째로 제시한 기준은 ‘지리‘로 청담은 주거지 선택에서 지리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풍수지리의 관점이 두드러진다.
둘째로 제시한 기준은 ‘생리‘인데 실질적으로 서술상 가장 우선에 둔 관점이다. 경제활동이 왕성하고 교통과 물류가 원활한 지역을 제시하는 등 경제지리적 관점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셋째 기준은 ‘인심‘이다. 지역의 인심과 풍속이 상식적인 기준이다. 청담은 팔도 인심을 총평하며 출발하고는 있으나 곧바로 사색당파의 역사적 전개에 초점을 맞춰 서술하였다. 사대부가 사는 곳은 인심이 고약하다고 진단하고 사대부가 살지 않는 곳을 주거지로 선택해야 한다는 뜻밖의 결론을 냈다. ‘인심‘은 조선 후기 당론의 전개 과정을 잘 정리한 글로도 알려졌다.
마지막 기준은 ‘산수‘로 분량도 많고 비중도 크다. 전국 산수와 명승의 현황을 정확하고 균형감 있게 파악하여 설명하였고, 평가가 합리적이고 묘사가 아름다워 명승 전문서로서 《택리지》의 가치를 높였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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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공히 동양과 서양은 두 거대 제국의 유산을 밑거름 삼아 동시대에 르네상스를 구현해나가고 있었다. 그래서 마치 유럽이 이념적으로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고전을 부활시키고자 했으나 실제 과학적 유산들은 이단시했던 이슬람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명과 조선 역시 이념적으로는 자국 중심의 중화中華(문화) 회복을 전제로 내세웠지만 오랑캐로 멸시하던 몽골의 유산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족漢族의 경학으로 새롭게 이름 붙이고자 했던 『사서오경대전』 역시 상당 부분 원대 주석학의 업적이었다. 이처럼 현실적 수용과는 달리 이념적으로는 독자성과 자주성을 강조하기 위한 사상적 무장과 재편이 필요했으며, 이에 따라 전통에 대한 재인식과 대대적인 문물제도 정비가 이루어졌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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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과잉 사회 - 성비 불균형이 불러온 폭력과 분노의 사회
마라 비슨달 지음, 박우정 옮김 / 현암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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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사람이 숫자화된 세상에서 벌어진 인류의 비극. ˝음모론˝이 아닌 ˝음모˝ 그 자체였던 것에 관한 내용.
여성들에게는 물론이거니와, 남성들에게도 큰 의미를 줄 수 있는 책이다. 더 이상 모든 사안을 (능력주의를 포함하여) 자신의 탓으로만 돌리지 않고 여성들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데에 참여할 동기를 심어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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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족과 신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여성들에게 사회의 수용도가 높아진 점은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결혼대행업과 마찬가지로 성매매와 결혼 매매의 일반화는 성별 선택이 만연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성별 선택의 결과를 간과하게 만들 수있다. 카우르는 여성 부족 현상이 "우리가 바라는 대로 성 감별 낙태의 감소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라고 탄식했다. - P275

특이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반복되는 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성비 불균형이 높은 지역으로 팔려 간 여성은 결혼 후에 남편의 남자 형제들과도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여성이 여러 남성과 결혼하는 일처다부제는 한때 중국과 인도의 일부 지역에서 가족의 토지를 아들들 사이에서 나누지 않기 위해 시행되었지만 널리 확산되지는 않았다. 오늘날 아시아인들은 대부분 그런 풍습에 눈살을 찌푸린다. 그리고 아들 여러 명을 위해 여성 한 명을 사는 부모들은 보통 그 사실을 이웃들에게 숨기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일처다부제는 팔려 가는 여성에 대한 수수료에 반영될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여러 남성과 성관계를 가져야 하는 여성은 더 높은 가격에 팔린다.
다른 암울한 사례는 구할 수 있는 아내가 사춘기 이전의 소녀밖에 없는 경우다. 인도는 전 세계 아동 결혼의 40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오랫동안 아동 결혼이 많이 이루어진 나라인데 독신 남성이 넘쳐나면서 이런 경향이 촉진되었다. 특히 성별 선택이 가장 성행하는 북서부 지역의 상황이 심각하다. 라자스탄주에서는 매년 4월에열리는 축제인 악샤야 트리티야 Akshaya Tritiya에서 소녀들이 정기적으로 결혼을 하는데 그중에는 유아들도 있다.
중국에서도 아동 결혼이 증가하고 있다. 유아나 어린 소녀를 사서 미래의 남편과 함께 키우는 민며느리제라는 사라졌던 풍습이 다시 등장했다. 부모들은 일찍부터 결혼 시장을 장악해놓음으로써 안심할 수 있고 나중에 아들이 괜찮은 신붓감의 환심을 사는 데 필요할 돈을 어떻게 모을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 P276

중국의 공안 관료들은 해마다 수천 명의 여아가 유괴당한다고 추정한다. 유괴되는 여아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경찰은 ‘베이비 컴 홈‘이라는 온라인 등록소와 부모들이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보고할 수 있는 DNA 데이터베이스를 만들었다. 세계의 한모퉁이에서 딸을 가진 부모들은 탐탁지 않은 선택에 직면해 있다. 딸을 소개업자에게 팔아 하층계급의 여성으로 만들든지, 혹은 유괴당하지 않도록 단단히 지키든지 선택해야 한다.
외국으로의 여성 매매는 최소한 국제이주기구 같은 국제조직들의 감시를 받는다. 그러나 국내의 다른 지역으로 보내질 위험에 처한 여성들에 대해서는 살피는 사람이 없다. 일단 여성이 목적지에 도착하면 남편이나 포주가 지정되어 완전히 그들 소유가 된다. 타이완이나 한국에 사는 베트남 신부들과 달리 북서부 지방으로 보내진 인도 북부 출신 여성들에게는 도움받을 곳도 그녀의 권리를 설명해줄 법정대리인이나 안내서도, 언어나 문화 교육도 없다. - P277

그들은 결혼을 주선한 뒤 부부가 정착하기를기다렸다가 가족의 귀중품을 들고 한패인 신부와 함께 도망쳤다. 수사관들은 중개인들이 젊은 여성들로 구성된 범죄 조직을 이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지난해에 왜 특정 지역에서 신부가 도망친 사건이 열두 건 가깝게 일어났는지 설명해주는 대목이었다. 인도 언론은 이런 여성들을 "가짜 아내"라고도 불렀다. 2009년에는 중국 시골 주민들이 매우 흡사한 계략에 넘어갔다. 그해에 산시성 어느 도시의 경찰은 팔려 온 신부가 도망친 사건을 열한 건 기록했다. 이곳에서도 경찰은 범죄 조직에 속한 여성들을 의심했다. 신부 중 세 명이 몇 달 사이에 도착해 중국의 같은 지역에서 온 친구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수천 달러의 신붓값을 들고 같은 날 달아났다.
소녀들이 거리에서 납치되고 젊은 신부가 사기꾼으로 밝혀지는사회는 당연히 살기 좋은 곳이 아니다. 하지만 성비 불균형이 불러온 인신매매와 매춘의 증가는 안전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좀 덜 분명한 방식으로 사회를 변모시킬 수도 있다. 성과 결혼의 상품화는 재산이 많은 가족이 아들의 아내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점점 더 여성이 부족해지고 신부를 얻으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모들이 모으는 돈의 액수와 그 외의 자산이 급격히 늘어난다. - P278

다른 학자들은 잉여 남성의 화산으로 성병 발생이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은 이미 세계에서 가장 면밀하게 HIV와 에이즈를 관찰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감염률이 아직 전염병 수준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지난 몇십 년 동안 에이즈는 특히 주요 위험군에서 급격하게 상승했다. 2008년 중국에서는 에이즈가 전염병 가운데 주요 사망원인이 되어 결핵이나 광견병보다 에이즈로 사망한 사람이 더 많았다. 이러한 증가와 병행해 중국의 HIV 보균자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한때 HIV는 주로 정맥에 주사하는 마약으로 전염되었지만 점점 성관계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매춘이 증가하는 데다가 중국 남성들은 미국 남성들보다 콘돔 사용률이 낮아서, 성관계로 감염된 사람들의 수가 중국 전체 HIV 보균자 중 44퍼센트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의 매춘을 연구한 경제학자 이번스타인과 샤리긴은 더 많은 잉여 남성이 성년이 되면서 그 비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의 성매매 비율이 꾸준히 유지될 경우 중국의 편향된 출생 성비로 인해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는 남성의 수가 2~3퍼센트 증가할 것이며, 이런 변화는 다음 30년 동안 HIV 감염 인구가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오랫동안 독신으로 지내는 남성이 단지 매춘부만 자주 이용하라 볼 수는 없다. 잉여 남성들은 보건 연구자들이 ‘교량 인구‘라고 부르는 집단, 즉 고위험군에서 저위험군으로 바이러스를 옮기는 집단이 되기도 한다. 잉여 남성은 10대와 20대 때 매춘부에게서 HIV에 감염될 수 있다. - P279

교량 인구는 사하라사막 남쪽의 아프리카 치역에 HIV가 퍼지는 데 한몫을 했으며, 2005년 잡지 《AIDS》에 기고한 미국과 중국의 의학 연구원들에 따르면 오늘날 아시아의 잉여 남성들은 "앞으로 HIV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에이즈 연구자들은 아시아 대륙의 성비 불균형은 아시아의 보건 활동을 재고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콘돔 장려, 성교육, 의료 교육 등 전통적인 조치를 강조하는 예방 전략에서 잉여 남성과 성매매 종사자들의 영향력을 인정하는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러한 인구학적 변화에 따라 젊은 미혼 남성을 대상으로 증가하는 성적 위험을 반드시 올바르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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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딸을 몇 명 낳은 뒤 아들을 낳기 위해 성별 선택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부모 자신들이 편향된 성비 때문에 개인적으로 고통을 겪지 않기 때문이다. 딸들이 자라 결혼 상대를 찾기 시작할 때 이들의 사정은 그리 나쁘지 않다. 우빙의 두 딸은 남편감을 찾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들이 독신으로 살며 우빙과 랴오리에게 의존할 경우 딸들이 결혼했으므로 부담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이웃들이 출산 제비뽑기를 조작한 사회에서 아들을 장가보내느라 가장 어려움을 겪을 사람은 첫 임신에서 순전히 50대 50 확률로 아이를 낳은 부모들, 즉 여아를 유산시킨 적이 없는 이들이다. - P52

우핑장은 이 소년들이 모두 함께 성인이 되었을 때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음을 알고 계획을 짜놓았다. 중국에서는 남성의 결혼 전망이 종종 그 부모가 신붓감의 마음을 끌 수 있는 재산을 얼마나 축적해놓았는지의 문제로 귀착된다. 이런 면에서 우핑장은 자신이 수집한 마오쩌둥의 배지가 아들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고 믿는다. 그는 20년 뒤에 중국의 수집가들이 문화혁명에 강한 향수를 느껴 역사의 작은 조각에도 큰돈을 지불할 거라고 장담한다. 그러면 아들들이 좋은 신붓감을 구할 수 있게 그 돈으로 차와 집을 사리라. 우핑장이 배지들을 빨간색 벨벳 천으로 안감을 댄 통에 넣어 빛이 닿지 않게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둔 것은 쌍둥이들을 위해서다. - P55

랴오리는 여아 태아 둘을 낙태한 이유가 아들을 낳는 것이 체면 유지에 중요하기 때문임을 내비쳤다. "아들이 없으면 낯이 깎이게 되죠."
어떤 면에서 여성은 여성의 가장 큰 적이다. 발전이 많은 여성의 삶을 개선시킨다고 여겨지고 많은 지역에서 실제로 그러하다. 하지만 생식의 문제에서는 반대 현상이 발생한다. 여성은 높아진 자율성을 아들을 선택하는 데 이용한다. 랴오리는 그런 모순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녀는 위신을 세우려고 여러 번 후기 낙태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말한다. "결국 그 자신도 여자인데." 하지만 그녀는 마치 쑤이닝의 성비 불균형이 다른 사람들이 일으킨 문제인 것처럼 거의 항상 3인칭으로 말을 한다. - P57

"여러분은 작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까?" 목사가 마이크에 대고우렁차게 말했다. 낮고 울리는 목소리였다. 그녀가 말한 작은 사람이란 너무 많은 것을 탐내는 사람, 엘리후가 설명한 것을 고난의 미덕으로 보지 않는 사람,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지 않은 데서 배우는 교훈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목사는 몇 가지 예를 들었다. 사람을 배경에 따라 차별하는 여자, 들먹거리며 자신의 출신을 망각하는 여자에 대해 말한 뒤, 다른 사람에게 아들을 낳으라고 강요하는 여자를 언급했다. "당신이 [이웃] 아들을 키울 겁니까?" 목사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 아이가 자랐을 때 당신이 돌볼 겁니까?"
긴 설교 중의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 말은 그 자리를 떠난 뒤로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 P58

중국과 인도, 한국, 베트남, 아제르바이잔에서 낙태 결정은 대부분 여성이 내린다. 임신부 자신이나 아들의 자녀에 관심을 쏟는 시어머니가 결정하는 것이다. 인도의 비정부기구인 여성개발연구센터의 보고서는 남편에게 두 번의 유산 사실을 감춘 어느 여성 이야기를 들려준다. 남편이 여아를 낙태하지 못하게 하자 그녀는 친정으로 도망쳐 낙태를 하고 돌아왔다. 결국 성별 선택은 모든 사람이 성공하려고 애쓰는 분위기에서 일어나며 여성은 비록 같은 여성을 희생시키면서 얻는 것이라 할지라도 위신을 세우려는 갈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02년 《생식 건강 문제 Reproductive HealthMatters》지에 실린 논문은 "아들을 가지려고 시도하고 아들을 낳음으로써 ‘여성의 의무‘를 다하라는 압박을 받는 여성들에게 성 감별 낙태는 엄청난 힘이 되어줄 수 있다"라고 명시했다. 좀 더 비극적인 다른 요인은 여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여성이 가장 잘 안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쑤이닝의 여성은 10대 소녀의 음핵이 잘리는 동안 소녀를 꽉 누르고 있는 아프리카의 할머니와 공통점이 많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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