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가축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야말로 모든 일의 원인이 인간이라고 여기는 인간중심적 사고일지도 모른다. - P89
글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갈 길을 찾아갔는데 돌이켜보면 그 방향은 내가 찾아준 것이 아니라, 이미 나있었던 것이었다. 내가 이야기를 나눈 친구와 선생님들로부터, 읽은 책으로부터, 만난 사람들로부터,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어떤 영향으로부터 말이다. 어쩌면 글쓰기란 기준에 맞게 구색을 갖춰 말을 만들어내는 일이아니라, 주변의 상황과 온몸으로 호응하고 있으므로 자연스레 빚어지는 어떤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 P106
증자는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매일매일을 돌아봤던 모양이다. 오늘날도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물 1리터 마시기‘ ‘군것질 안 하기‘ ‘5000보 이상 걷기‘와 같이 자기 관리용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증자에게 스스로를 체크한다는 것은 세상과의 연결 관계를 돌아보는 일에 가까웠다. - P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