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 허기를 채우며 시집을 읽습니다.
어쩐지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흐르니 식당 아줌마가
"아가씨. 와 우는 교~" 하십니다.
나는. 아, 추어탕이 너무 맛있어서요.라고 말하며 입으로 밀어 넣는 한 숟가락이 못내 목에 턱 걸려버렸습니다.
("하이고, 문디 지랄이대이~ ")

이 시는, 시들은.
마치 손글씨로 꾹꾹 눌러쓴 듯
모든 글씨에 좋은 냄새와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내가 아무 때나 문디 지랄같이 울어도 '다 안다, 다 안다'하시는 따뜻한 목소리가 있습니다.
.

최돈선 시집 <사람이 애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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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도 말했지만.
내 안에도 '싸나희 순정' 같은 게 있어요.

: 나가기 20분 전에 턱 일어나, 늠름하게 씻고 얼굴에만 늘 쓰는 보디로션을 파악 바르고, 주로 뛰기 좋은 신발을 신어요. 국수를 먹을 때는. 깍두기 그릇의 김치 국물까지 촥 넣어서 뜨거운 것만 가시면 후루룩 삼키고., 빵보다는 밥, 커피 외에 간식은 입에 잘 대지 않아요. 작업하면서 얼음 잔에 소주만 부어 마시거나, 최소한의 안주로 낮술을 멀쩡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약간 허기질 때 50년 전통 할머니가 손가락도 푹 담가서 내주는 순대국밥에 나눠마시는 소주 두 병을 좋아합니다. 바느질보다는 역시 망치질이나 수리가 편하고, 나도 살아가면서 딱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쇼핑은 기피하고. 군대 얘기는 좋아하는 편이며, 예쁜 여자를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가 돌아가지만 그래도 결국에는 오랫동안 좋아해온 한 여자에게로 정착해요. 그리고. 여자에게 번호를 딸 때는 밥을 사주는 것보다는 손금을 봐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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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 장주원 초단편소설집
장주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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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것에도 감정이 이입되곤 했습니다.

이를테면 소설이라던지, 그만 그 안의 여주인공이 되어버린다던지, 그리고 현실로 돌아왔는데 그 주인공과 삶이 같지 않은데도 비슷한 궤적이었다고 생각하면, 나는 왠지 꽁꽁 얼어버린듯했어요.
입을 꽉 다물고 허공을 응시한 채 앉아있곤 했지요. 

지극히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이고, 주어진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가는 어떤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심지어 그 소설가의 실제 어린 시절이란 것을 확인하기라도 한다면. 나는 더 꼼짝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10년쯤 전에.
아무런 의도 없이 저지른 나의 무표정이 그때 왜 그에게 상처였는지를 이제 와서 깨달았어요. 

그저 무엇이든 맞서고 견디려는 준비만이 충만하여 아무래도 그 따뜻한 공기 안에는 적응하긴 힘들었던.
그리하여 그 누구의 곁에도 제대로 머무르지 않았던.
결국 상대에게 별달리 원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제멋대로일 수 있었던. 
상대의 마음에 들도록 잘 보이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몰라도 상관없었던.



아무 상관없는 것 같아도.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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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그리움
림태주 지음 / 예담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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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바람이 분다. 미치도록 그립다."

미치도록 좋은 글이
미치도록 맑은 날에

(이미. 어떻게든)
미쳐있는 나에게로, 왔습니다 :)

.

'오늘도. 스스로의 관능에 반하신다는' 림태주 선생님의 책은.
그 글과, 그 사진의 이유가 분명
그 자리에 틀림없이 나타났습니다.
신기하고 존경스러웠어요.

그러니까 그 누가 허락하지 않아도
'오늘도. 스스로의 관능에 반하실' 림태주 선생님께서
오늘도 변함없이 관능을 뽐내고 계실 때
기꺼이
그 옆에서 영원히. 응원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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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
박후기 글.사진 / 문학세계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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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비가 내렸고 노란 우산이 생겼어요.
즐비한 차량을 높은 건물 차창 밖 아래에 두고 책장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읽는 건 굉장히 매혹적인 일이고, 생각과 마음을 새로 짓는 일로 여겨졌어요.

특히. 좋은 글은 나를 더 행복하게 하지요.


시의 수필집을 읽는다는 것은
그 시인을 읽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과연,
읽혀지는 그 시인은 수줍지 않을까요.
수줍지 않아서 수필도 쓸 수 있는 걸까요,
아니면 수줍지 않은 이야기만 쓰는 걸까요.
그렇지도 않다면 수줍은 이야기가 그에게는 수줍지지 않은 걸까요.

내가 시인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어요.
맨 마지막 장, 아무 것도 쓰여지지 않은 공백을 보면서. 과연 나는 무엇이라도, 쓸 수 있을까 싶었지요.
나는 열 살때. 시를 쓰지않고 무엇을 했던 건가 싶기도 했어요.
시를 쓰지 않았던 세상의 모든 열 살들은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고..

글들이.,
가까운 곳에 두고 자꾸자꾸 읽게 만들어요.

ㅡ기꺼이. 나를 내려놓고. 읽음.

박후기 시인의 첫 산문집
<나에게서 내리고 싶은 날>
(문학세계사)

삶의 굴곡에서 찾아낸 감성적 순간을 포착한 사진과, 그 결정적 순간의 단 상을 글로 섬세하게 그려낸 사진산문집이다. 박후기 시인은 힘들고 남루한 생활 속에서 멀어지고 지워진 것들, 바삐 지나오며 우리가 잊은 것들, 그리고 이미 존재하지 않는 것들마저 탁월한 감성으로 우리 앞에 되살려 놓는다. 지난 10년 간 시를 통해 처연한 경험의 미학을 보여 준 박후기 시인은 한 손엔 펜을, 다른 한 손엔 카메라를 들고 이번 산문집에서 삶의 비애와 진실이 담긴 쓸쓸한 풍경들을 따스하고 투명하게 펼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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