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것에도 감정이 이입되곤 했습니다. 이를테면 소설이라던지, 그만 그 안의 여주인공이 되어버린다던지, 그리고 현실로 돌아왔는데 그 주인공과 삶이 같지 않은데도 비슷한 궤적이었다고 생각하면, 나는 왠지 꽁꽁 얼어버린듯했어요. 입을 꽉 다물고 허공을 응시한 채 앉아있곤 했지요. 지극히 고집이 세고, 제멋대로이고, 주어진 환경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아가는 어떤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심지어 그 소설가의 실제 어린 시절이란 것을 확인하기라도 한다면. 나는 더 꼼짝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10년쯤 전에. 아무런 의도 없이 저지른 나의 무표정이 그때 왜 그에게 상처였는지를 이제 와서 깨달았어요. 그저 무엇이든 맞서고 견디려는 준비만이 충만하여 아무래도 그 따뜻한 공기 안에는 적응하긴 힘들었던. 그리하여 그 누구의 곁에도 제대로 머무르지 않았던. 결국 상대에게 별달리 원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언제나 제멋대로일 수 있었던. 상대의 마음에 들도록 잘 보이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몰라도 상관없었던. ㅡ 아무 상관없는 것 같아도. 정말 그런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어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