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편안한 죽음 - 엄마의 죽음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
시몬느 드 보부아르 지음, 성유보 옮김 / 청년정신 / 2015년 10월
평점 :
품절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느 드보부아르-

 모든 생물은 죽음을 전제로 태어난다. 우리는 언젠가 죽을 거라고 쉽게 말하지만 사실 그 말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은 건강하니까 무의식은 죽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어쩌면 망각의 축복일수도 있다.

시몬느 드보부아르는 본문에서 고백한다. 일흔여덟의 나이에 병을 얻은 엄마의 모습을 보며 “하늘 높이 날아가는 비행기의 엔진이 갑자기 멈춰 추락하는 것과 같은 무시무시한 예상 할 수 없었던 충격”이라 표현했다. 침상에 누워서도 생의 애착으로 희망을 버리지 않은 엄마를 통해서 “죽음은 한 개인에게 나타나는 돌발사건이자 무엇으로도 정당화 할 수 없는 폭력”이라 주장했다.

 

 작가는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와 계약결혼을 했으며 스캔들로 사회 이슈가 되었다. 이 소설은 엄마가 갑자기 경련으로 쓰러져 타박상을 입지만 종양을 발견 하게 된다. 엄마에게 복막염이라 속인다. 전문가라는 의사 앞에 무기력한 환자와 가족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는 엄마와 자신의 모습을 그린 자전적 이야기다. 엄마는 그녀를 자식이지만 사회적인 권위에 두렵고 어려워했다. 삶을 사랑한 엄마다. 그녀는 생과사의 경계에 선 엄마와 마음의 거리를 좁히며 오해를 풀면서 하루 하루 이별의 준비한다.

“ 부모들이란 자기자식들을 이해하지 못해. 그러나 그건 자식도 마찬가지지” p137

신앙심이 두터워 규율에 엄격했던 엄마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딸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딸의 태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회통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종양으로 쓰러진 엄마의 병을 확인하고 고통을 없애기 위해 수술이냐? 안락사냐? 에 대한 고독하고 힘든 선택의 딜레마를 경험한다. 그리고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당신의 엄마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누구를 위해서 ?

수술을 하면 생명의 연장 대신 장폐색증의 고통이 함께 한다. 의무적이고 차가운 의사의 한마디 “당신은 엄마가 더 살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다.”는 말에 엄마의 편안한 죽음을 내면 깊숙이 삼키며 수술을 시킨다. 엄마는 썩어가는 신체 기관 손상의 고통을 진정시키는 아편성분의 강력한 몰핀에만 오로지 의지할 뿐이다. 고상하고 품위 있던 자존심 높은 엄마는 인간의 죽어가는 최후의 모습이라 일괄하며 마치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고통을 참지 못해 자신의 오물을 침상에서 해결 할 것을 받아들이는 충격적인 모습을 보며 인간적인 연민을 느낀다. 결국 4주일 후 엄마는 침상의 고통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임종을 보지 못했다. 평소 그녀에게 신뢰를 주던 간호사와 의사는 말했다. 고통 없이 아주 편안한 죽음을 맞이했다고 말했다.

 

p 217

"그녀는 말한다. 자연사란 없다. 인간에게 닥쳐오는 그 어떤 것도 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야말로 세상에 그들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은 죽는다. 그러나 개인에게 자신의 죽음은 하나의 돌발사건이다. 죽음은 그가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할지라도 무엇으로든 정당화 할 수 없는 폭력이다."

쇼펜하우어는 경전을 빌어 말했다. “인간의 자연적인 수명은 백세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그 이전에 죽게 된다. 따라서 구십이 되어 아무 질병도 없이 졸도나 경련도 없이 숨을 헐떡이지 않고 안색이 변하지 않은 채 잠자는 듯 죽음을 맞이하는 일보다 더 큰 선물은 없다.”고 했다.

그녀가 원하던 엄마의 아주 편안한 죽음은 바로 “잠자는 듯 죽음을 맞이하는 선물 같은 죽음”이 아니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