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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의 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0.
구체의 뱀.
미치오 슈스케의 장편 소설이다.
일본 작가들의 소설은 대부분 비슷하다.
글쎄 뭐라고 할까.
마치 회를 초장에 찍어 먹지 않고 그냥 먹는 그 밋밋함이라고 할까.
그런데 이 일본인 작가의 소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소설은 첫 문장부터 시작해서 끝날때 까지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고 내 눈을 본드로 고정시켜 놓았다.
특히 그의 문장력은 능글맞을 정도로 딱딱 타이밍에 맞춰
나를 놀라게 했는데
그것은 그의 감각과 어우려진 하나의 계획일 것이다.
소설의 승패는 문장력이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백한 문장에서 부터 화려한 수사체까지.
이 소설속에서 그의 문체는 시종 담백하다가
중요한 지점에 가서는 화려하게 변신한다.
주인공의 내면을 표현할때 보이는 그의 문장력은 과히 놀랍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독자가 공감하는 표현을 찾아내기가 어디 쉬운가.
그런데 이 소설에서 100이면 100.
독자의 가슴을 점령하는 그의 탁월한 문장에 '아'하는 감탄사만 줄줄이 나왔다.
그것도 자주 쓰지 않고 요긴하게 썼다는 점에서
더 놀라웠다.
맛있는 음식 매일 먹으면 질린다.
가끔 가다 먹어야 더 맛있게 느껴지는데
그걸 미치오 슈스케는 기가 막히게 잘한다.
1.
토모는 열일곱살이다.
그는 이웃집에 얹혀 산다.
그가 하는 일은 흰개미를 박멸하는 것이다.
어느 날 우연히 어떤 집에서 한 여자를 알게 된다.
토모코라는 이 여자는 토모의 마음을 흔들어 버린다.
이 여자는 토모가 좋아했던 사요라는 여자와 닮았기 때문이다.
사요는 자살을 했다.
그 이유가 자신때문이라고 믿는 토모.
토모는 자신을 질책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또 한번 소설은 반전을 던져준다.
2.
p 158 토모코는 내 손에서 스노돔을 집어 들고 위아래를 뒤집었다.
구체 안쪽에서 가랑눈이 둥실 날아올랐다.
제목이 구체의 뱀이다.
구체가 뭘까하고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스노돔이었다.
구체 안에 눈이 내리는 그 스노돔이 소설의 상징이었고
인간들의 허상을 극명하게 보여 준 것은 뱀이었다.
소설속에 하나의 상징인 뱀은 어린왕자에서 나오는 보아뱀이다.
보아뱀은 코끼리를 삼킨다.
자신이 스스로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큰 동물이다.
결국 인간들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삼키며
자신만의 구체를 만들며 살아간다.
인간들은 본능적으로 스스로를 방어 한다.
심리학에서 변명이나 핑계는 자신을 보호하는 수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다.
즉, 자신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하나의 장치인 것이다.
인간들은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칭찬을 듣기 원하며, 아주 사소한 칭찬이라도 자랑하고 싶어한다.
마치 디젤엔진으로 가는 기차에서 석탄이 떨어지면 갈수 없는 것 처럼.
인간은 자신을 내세우려고 한다.
존재감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기때문이다.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 구체를 만들며
그 안에서 보아뱀처럼 버거운 그 무엇을 삼키는지도 모르겠다.
3.
이 소설은 미스터리라고는 하지만
글쎄, 다른 미스터리하고는 수준면에서 한차원 높다고 봐야 한다.
물론 그 바탕에는 슈스케의 가공할만한 문장력도 있고
문학소설이라 불러도 될 정도의 상징성도 있기 때문이다.
예술성과 상업성을 동시에 겸비한 소설이다.
밤을 새고 싶다면 이 소설을 적극 추천한다.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도서를 읽고, 저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서평이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