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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감댁 여인들 - 세 자매가 선사하는 따스한 봄바람
이지원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는 점이 조금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몇 장 넘기기도 전에, 익숙하지 않던 시대와 공간은 오히려 더 또렷하게 인물들을 비추는 배경이 되어주었습니다. ‘홍대감댁’이라는 오래된 집안에서 살아가는 여성들, 그들의 말 없는 표정과 조용한 움직임이 오히려 더 많은 말을 건네는 듯했습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크게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감정’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억울함을 삼키고, 또 누군가는 침묵으로 삶을 견뎌냅니다. 겉으로는 고요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는 끊임없이 흔들리는 내면이 있었고, 작가는 그것을 아주 섬세하게 짚어냅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 단정하기 어려울 만큼 여러 인물들의 시선이 교차하고, 그 속에서 각자의 사연과 감정이 차곡차곡 쌓여갑니다. 어떤 장면은 짧은 대사 한 줄만으로도 마음에 오래 남았고, 또 어떤 인물은 읽고 나서도 한동안 잊히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요란한 사건이나 반전 없이도 충분히 흡입력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바쁜 주말 중 잠깐 읽을 생각이었는데, 어느새 끝까지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긴 호흡 없이도, 조용히 스며드는 문장들이 참 좋았습니다.
『홍대감댁 여인들』은 말없이 존재하던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자리를 내어준 소설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조용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독자인 나조차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 속에서, 이런 조용한 책 한 권이 주는 울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