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의 작은 정원들 - 무너진 나를 다시 세우는 골목 정원 이야기
최윤선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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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자연이 우리를 회복시키는 데에 거창한 숲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공원 귀퉁이에서 홀로 빛나는 붉은 열매 하나로도, 지친 마음이 조용히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을 느낍니다.

p.192


 흔히 요양이라고 하면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에서의 삶을 떠올리게 된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산, 바다, 강 등으로 떠나 자연을 느끼며 여유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다. 사실 우리는 자연과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덜어내주는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학병원 간호사로 바쁘게 살아오던 저자는 어느 날 갑자기 번아웃 증상을 경험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으로 남을 돌보는 대신 자기 자신을 돌보기 시작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천천히 자연을 통해 회복하는 경험을 한 그는 이제 산림치유지도사이자 숲해설가로 활동하며 식물 관찰을 통한 성장 치유 수업을 이어가며 많은 이들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나누고 있다. 숲에서 배운 자연이 지닌 삶의 지혜. «북촌의 작은 정원들»은 바로 그 배움의 기록이라고 한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되고 꼭 읽어보고 싶었다. 책의 제목에 나오는 북촌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익숙한 공간, 늘 같은 자리에서 반겨주는 초록 생명들. 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다는 걸 아는 이유는 그들을 배경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무심히 지나쳤던 식물들을 좀 더 관심 있게 바라보며 동네를 걷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우리 동네의 풍경들을 더욱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과 걷는 다섯 개의 길에는 저마다 다른 표정의 정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정원의 담장은, 걷는 이가 나무 한 그루 앞에 멈춰 서는 순간 스스로 두르게 되는 '마음 정원'의 담장이기도 합니다.

p.5


'정원'이라는 말은 '담장 안, 나만의 자리'라는 뜻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정원을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스로를 돌보는 자리'라고 정의한다. 우리 선조들이 창과 기둥 사이로 경치를 빌려와 감상했던 것처럼 북촌 곳곳에서 만난 식물들을 빌려와 이 책에 담아 다섯 개의 정원으로 나누었다.


책은 식물 이름의 유래, 식물이 있는 곳, 식물의 모습과 식생에 대한 자세한 설명, 그리고 때론 식물이 심어진 배경까지도 알려준다. 모든 식물을 사진으로도 확인할 수 있기에, 실제로 책을 들고 지도를 따라 보물(식물)을 찾아 떠나는 모험 같은 산책을 나서기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북촌 주민으로서 북촌을 즐기는 또 하나의 특별한 방법을 찾은 듯해 기쁘기도 하다.




 북촌을 돌아보며 식물을 발견하고 그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쌓는 것도 즐거운 일인데, 이 책에서는 그것에서 더 나아가 저자가 식물들의 모습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와 통찰을 아낌없이 나눠준다. 자연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하나같이 경이롭고 신비하다. 그런 자연과 가까이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이 치유될 수 있음을 끊임없이 보여주고, 살아가는 방법까지도 배울 수 있다.


 혹독한 겨울을 거치고 잎을 피워내기도 전에 꽃망울을 터뜨리며 내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나무. 수정이 끝나면 색을 바꿔 자신은 충분하니 주변을 돌아보라 말하는 꽃. 굽고 휠지언정 자신이 가야 하는 방향으로 끝내 가지를 뻗어내는 나무. 이 책이 결국 전하고 싶었던 것은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살아가도 괜찮다는 위로와 격려이자, 나를 돌보고 주변과 연결하는 다정한 온기일 것이다. 




 꼭 대자연에 둘러 싸인 공간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어디서나 자연을 느낄 수 있다. 길가에 핀 작은 꽃 한 송이, 누군가의 집 담장에서 뻗어나가는 덩굴, 바쁜 일상에서도 몇 번은 마주치게 되는 가로수까지. 우리가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와중에도 늘 우리와 함께하고 있는 식물들. 자연이 건네는 말을 들으며 살아가는 삶은 결국 나를 돌아보는 삶일 것이다.


 지쳐서 마음의 여유를 잃은 이들에게, 좀 더 다정한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고 싶은 이들에게 특히 추천하는 «북촌의 작은 정원들». 책을 따라 주변을 관찰하며 북촌을 걷는 것만으로도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북촌에 놀러 오는 이들에게도 이 책을 따라가는 여정이 또 다른 즐길 거리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북촌을 걷는 일은 식물의 시간과 역사의 시간을 함께 걷는 일입니다.

이 책이 지친 마음에 건네는 작은 초록색 처방전이 되기를 바랍니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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