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받은 고양이 펠리스»는 김명철 수의사가 쓰고 최연주 작가가 그린 동화책이다. 미야옹철로 잘 알려진 김명철 수의사는 고양이가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최연주 작가는 그림책 «모 이야기»로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했는데, 세계인을 사로잡은 섬세하고 따뜻한 그림이 이 책에서도 빛을 발했다.

나는 16살 고양이 두 마리를 반려 중이다. 평소에 김명철 수의사님 영상을 자주 본다. 또한 최연주 작가님의 그림을 몹시 좋아하는 오랜 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반가웠다. 좋아하는 두 분의 콜라보라니! 서평단 모집 글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신청했다.
책을 화면으로만 봐도 설렜는데 실물로 받아본 책은 기대 이상이었다. 심장이 아플 만큼 귀여운 그림들과 따뜻한 내용에 초등 아들과 함께 몇 번이나 읽고 또 읽었다. 함께 보내주신 억새풀 장난감도 몹시 귀엽고 묘르신들도 마음에 들어 했다. 다만 사진을 찍을 때면 소심해지는 묘르신들이라 사냥을 즐기는 모습은 담지 못했다. 나이가 들며 사냥놀이에도 전만큼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고마워요!!)

고양이 왕국 최고의 말썽쟁이 펠리스. 어느 날 여왕님의 수염을 태우는 아주 끔찍한 사건을 일으키고, 그 벌로 인간 세계에서 인간으로 살아가게 된다. 인간 세계에서 고양이를 위한 7가지 선행을 베풀면 다시 고양이 왕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인간 세계에서 펠리스는 수의사로서 살아간다. 처음 인간의 몸을 갖게 된 펠리스는 낯선 감각에 불편함을 느끼고, 어떤 것이 선행인지도 알지 못해 고민한다. 동료 수의사인 엘리사의 조언을 통해 고양이들을 관찰하고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펠리스는 그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떠올리고 도움을 주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펠리스의 선행을 돕기 위해 고양이 왕국에서 파견 나온 루루도 힘을 보탠다. 낮에는 인간, 밤에는 고양이의 모습으로 악행을 저지르고 다니는 악명 높은 고양이 칼릭스의 방해에도 펠리스는 계속해서 선행을 이어나가고, 결국 고양이 왕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고단한 길 생활에 힘이 되어줄 물건들을 만들어내거나, 유기당한 고양이의 새 가족을 찾아주는 등 펠리스의 선행을 따라가는 과정은 몹시 감동적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고양이 왕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던 펠리스가 점점 마음을 열고 진정으로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펠리스의 다섯 번째 선행은 고양이의 마음을 들을 수 있는 청진기를 만들어 낸 것이었는데, 이 청진기를 통해 알게 된 칼릭스의 속마음이 안쓰러웠다. 또한 이 청진기는 혼자 남겨질 엘리사를 위한 것이기도 했다. 펠리스가 기억하지 못하는 엘리사와의 과거 이야기가 마지막에 나오는데, 이 내용을 알게 되면 펠리스가 엘리사와 동물 병원에서 함께 일하게 되는 것이나 엘리사에게 남기고 간 선물이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저주받은 고양이 펠리스»를 읽으며 고양이의 마음뿐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는 수많은 생명들을 떠올리고,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동안 눈에 보이는 것으로만 가볍게 판단하고, 철저히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는지. 늘 인간의 이기심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결국은 나도 인간의 입장에 서서 선입견에 빠지고 마는 것은 아닌지.
책은 작은 생명들의 마음에 귀 기울이게 만들지만, 현실을 둘러보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슈들이 맴돈다. 최근에 고양이가 새를 사냥하는 문제로 살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는 사람이 있어 여기저기 시끄럽다. 그런데 정말로 고양이가 근본적인 문제일까? 애초에 새의 서식지를 파괴한 것은 인간인데, 인간을 살처분하자고 주장할 순 없으니 그러는 걸까? 새를 살리기 위해 고양이를 죽인다는 발상이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인지 끔찍할 따름이다. 공존의 의미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듯하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기술을 무기로 지구 생태계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하며 자연의 질서를 엉망으로 만든다. 하지만 결국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공존하는 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론이다. 자연을 보존하고, 다양한 생물들의 터전을 망가뜨리지 않으면서, 함께 살아가는 것.

약간의 다정함이나 관심이 나와 내 주변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함께 행복할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사람 간에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모든 걸 통제하려는 오만함을 내려놓고, 우리 주변의 작고 약한 생명체들에게 조금만 더 다정해져도 괜찮지 않을까?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림과 이야기를 통해 주변을 더 찬찬히 둘러보며 넓은 의미의 배려나 공존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더더욱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