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2 세트 - 전2권
고이시 유카 지음, 현승희 옮김, 신쵸사 협력 / 서교책방 / 2026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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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작품에 감동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을 것.

그렇기에 작품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때로는 싸울 것.

난 그게 교열의 본래 자세가 아닐까 싶어.

p.69,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



출판사 직원이라고 하면 보통 편집자나 마케터가 먼저 떠오른다. 출판사 SNS 등을 통해 이들의 활약을 자주 접할 수 있는 데다, 최근 국내 예능 프로그램에 대형 출판사 편집자가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의 완성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교열자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화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는 바로 그 숨은 공로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야기는 편집부를 지망했으나 왜인지 교열부로 배정받은 신입 미즈가키가 10년 차 베테랑 교열자 쿠쥬 코코로를 사수로 만나며 시작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1896년에 창립한 일본의 대표적 출판사인 신쵸사(新潮社)다. 세심한 교열로 정평이 나 있으며, 나쓰메 소세키부터 무라카미 하루키까지 일본 최고의 문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곳이기도 하다.


"100년 뒤에도 남아 있을 한 권을 만든다"라는 이들의 의지는 자연스레 교열이라는 작업의 무게감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출판사의 조직 규모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어떤 출판사들은 교열자가 따로 없어서 편집자가 교열 일까지 도맡아 하거나 프리랜서 교열자에게 외주를 맡기는 반면, 신쵸사 교열부에는 무려 50명의 직원이 소속되어 있다고 한다. 이는 출판 업계에서도 매우 이례적인 규모다. 교열이라는 작업이 작품의 깊이에까지 관여하는 만큼, 이 거대한 교열부의 존재는 편집자가 본연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셈이다.





작품을 통해 들여다본 교열은 단순히 글자의 맞춤법이나 오탈자를 잡아내는 1차원적인 교정에 그치지 않는다. 문맥에 맞지 않는 어색한 표현을 다듬고, 작가가 쓴 내용에 오류가 없는지 팩트를 꼼꼼히 검증하는 고도의 작업이다. 시대적 배경에 어긋나는 물건은 없는지, 시간 흐름에 논리적인 모순은 없는지, 인용된 자료의 출처가 정확한지 등 생각지도 못한 곳까지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PC(정치적 올바름) 관점에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표현도 많다.


특히 한자를 혼용하는 일본어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교열의 고충도 눈에 띄었다. 한자의 쓰임새를 검증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자의 발음을 알려주는 '후리가나(요미가나)' 표기까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한 특정 단어가 글에 최초로 등장할 때 이 후리가나를 달아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처음에는 누락되었다가 글 중간에 뜬금없이 표기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오류는 원고를 꼼꼼히 살피는 교열자의 숙련된 눈썰미에 바로잡히곤 한다.





언어적 특수성뿐만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는 작업 환경 역시 교열의 난이도를 극도로 끌어올린다. 여전히 원고를 수기로 작성하는 작가들이 있는데, 그가 악필인 경우에는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거의 '해독' 수준의 작업이 필요하다. 작가별 글씨체를 해독하기 위한 전용 사전까지 만드는 교열자들이 있다는 대목에서는 매뉴얼을 중시하는 일본인 특유의 성향이 엿보여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그 누군가의 집요함이 다음 작업을 더 수월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집요함에 대해 좀 더 말해보자면, 개인적인 취미로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하는 교열자들이 그것에 대한 열정으로 책이나 사전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책들이 실제로 다양한 작품 교열에도 유용하게 쓰인다고 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윤이나 효율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의 집요함은, 결국 출판계에 몸담은 사람들이 '책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작가의 문장에서 시작해 수많은 사람들의 치열한 노력과 정성이 켜켜이 쌓여 온전한 한 권의 책이 완성되는 과정은, 책을 좋아하는 나에게도 묵직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을 읽는 내내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불황이라고 하는 출판 시장의 현실과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은 늘어나는데, 정작 글을 읽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라던 어떤 조사 결과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만들어 많이 판다! 출판사는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라는 작중 편집자 카노 레이코의 말처럼, 완벽을 향한 이들의 집요한 열정이 더 많은 독자를 책으로 이끄는 실질적인 동력이 되기를 바라게 된다.





교열자라는 직업이 궁금한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책 자체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를 추천하고 싶다. 책 한 권이 내 손에 들어오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닿아 있는지 알고 나면, 무심코 넘기던 책장도 조금 더 각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헌신하는 사람들의 직업 정신을 엿보고 싶은 이들에게도 추천한다.



문장은 사람 그 자체이기 때문이야.

저자의 마음, 편집자의 마음, 독자의 마음은

사전을 들춘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냐.

p.73, «비교하고 검토하는 교열부의 쿠쥬 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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