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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는 인간의 태도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동규 옮김 / 쌤앤파커스 / 2026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 한줄평 ✒️
모든 가능성은 비판적 사고와 의문에서 비롯된다.
과학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혀주는 책.
아낙시만드로스는 현대 물리학과 지리학, 기상학, 생물학의 토대를 닦은 인물이다.
그런데 이 모든 업적보다 크고 중요한 일은,
그가 기존의 세계관을 비판적으로 사고한 최초의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p.11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를 읽게 된 경위는 사실 표지에 있었다.
'아낙시만드로스'.
처음 본 이름이었다. '최초의 과학자'라는 수식어가 붙은 인물인데, 이렇게 낯설 수가 있나?
표지에서 시작된 궁금증은 추천사와 책 소개를 읽으며 더 커져갔다. 도대체 그는 누구이며, 어떻게 과학 혁명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까?

아낙시만드로스는 밀레토스 학파의 철학자로 탈레스의 제자였다. 그는 고대 그리스에서 우리가 아는 한 최초로 자연주의 세계관을 제시한 사람이다. ≪자연에 관하여≫라는 산문으로 된 연구서를 썼다고 하는데 오늘날에는 남아 있지 않다. 다만 후대에 그의 사상을 인용한 인물들이 남긴 문헌들이 많이 있고,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아리스토텔레스라고 한다. 많은 고대 문헌에서 인류가 신과 관계없이 대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과 그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떠올리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낙시만드로스에서 비롯되었다고 증언한다.
아낙시만드로스가 활동하던 시기는 기원전 6세기로, 역사적 기록물의 양이 현저히 적어 당시의 지식수준과 문화적 기풍에 대해 잘 알 수는 없다고 한다. 다만 ≪길가메시≫, ≪마하바라타≫, ≪오디세이≫ 등 오늘날에도 잘 알려진 작품들이 이 시기에 쓰였던 것과, 바빌론의 기록을 근거로 하여 수학과 과학적 지식수준까지 추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시는 자연의 모든 현상과 역사를 신의 뜻으로 풀어내던 시대라는 것이다. 자연현상을 신과 상관없이 자연주의적인 관점으로만 해석하려는 그의 태도는 기존의 관행과 단절되는, 더 나아가 신성모독에 이르는 것이었을 것이다. 아낙시만드로스의 관점이 매우 새로운 사상임을 인지하면서도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다. 일례로 아낙시만드로스의 시대로부터 2세기 후에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을 타락시키고 신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아테네의 법정에 소환되어 사형을 선고받는다. 소크라테스는 아낙시만드로스의 가설, 즉 굳이 신을 들먹이지 않고도 대기 현상의 원인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유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과학은 세상을 생각하는 방식을 탐구하는 활동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우리는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지금껏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생각을 버린다.
과학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험이다.
p.199
아낙시만드로스의 비판적인 태도는 스승인 탈레스와의 관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그는 스승의 통찰과 지식을 온전히 흡수하면서도 스승의 오류를 지적하며 서슴없이 비판하며,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이것은 스승의 가르침을 의심하지 않으며 절대적으로 따르고, 가치관이 다른 이들을 무조건 배격하던 당시의 풍토에서 벗어난 제3의 길이었다. 그리고 이 길이 지식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주었다.

책을 읽어나갈수록 아낙시만드로스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의 제목이 어째서 '과학하는 인간의 태도'인지를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낙시만드로스의 사상을 현대적 의미의 과학으로만 접근한다면 수학적 원리 규명이나 실험은 없는, 관찰과 사유를 통한 비약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낙시만드로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확실성을 거부했고, 그런 태도를 지식 탐구의 기초로 삼았다. 호기심과 변화를 추구하며 고정관념을 벗어나 세계관을 혁신했다. 그리고 이것이 오늘날 과학적 사고의 기초가 되었다.
이 책은 결국 아낙시만드로스를 통해 과학에 대해, 과학적 사고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길을 찾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가능성을 열어 나가는 그의 모습에서 과학을 넘어 존재의 이유와 살아가는 태도까지 배울 수 있다.
과학적 사고는 세상을 새롭게 개념화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 태도다.
현재의 지식을 존중하면서도 언제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할 수 있다는 태도다.
이것이야말로 아낙시만드로스가 세계 문명에 남긴
가장 풍부한 유산이자 중요한 업적이다.
p.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