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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
박성주 지음 / 담다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삶의 의미나 정답은 인생마다 다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인생을 여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p.193
«낯선 거리 내게 말을 건다»는 여행을 통해 삶을 사유하고 통찰하는, 저자의 여행 기록이자 삶의 기록이다. 저자를 따라 멋진 사진들과 함께 낯선 곳을 걷다 보면 그곳의 풍경에 푹 빠져든다. 마치 내가 저자가 된 듯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고 분위기에 젖기도 하며. 그렇게 깊어진 생각은 내면을 파고들어 결국 나를 돌아보게 하고, 삶을 관조하게 한다. 저자는 일상이나 인생도 여행과 다름없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며 기록하고, 돌아보며 또 다른 깨달음을 얻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여행길. 우리는 무엇을 위해 여행을 하고, 여행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며, 무엇을 얻게 될까.
여행 중 길을 잃는다면 허둥대지 말고 잠시 쉬었다 가자.
잠잠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그러다가 털고 일어나 힘을 내 보자.
여행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고 가야 할 길은 예정보다 멀고 복잡하다.
p.227
나의 어릴 적 꿈 중 하나는 전 세계를 여행하는 것이었다. 여행에 큰 관심이 없던 초등학생 시절, 어쩌다 캐나다에 가게 되며 처음으로 외국에 나갔다. 비행기를 탈 때까지도 별생각이 없었는데, 심심해서 들춰본 잡지에서 산타마을이 있다는 핀란드 이야기를 읽고 처음으로 내가 모르는 세상의 다양한 장소가 궁금해졌다. 캐나다에서 잠시 초등학교에 다니며 생활했던 것도 꽤 즐거웠던 터라, 나의 여행에 대한 욕망은 점점 커졌다.
20대가 되며 드디어 내 돈으로, 내 마음대로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어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당시 나의 여행은 저자와 같은 사유하며 기록하는 노련한 50대의 여행과는 조금 달랐다. 여행의 목적이라곤 두 눈으로 세상을 확인하는 게 전부였던, 몹시 계획적인 듯 그렇지 않은 듯했던 날들. 마음 가는 대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녔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거나 받는 일에도 계산이 들어가지 않았다. 심심한 순간들마다 새로운 만남이 있었고, 좋았던 기억도 나빴던 기억도 추억으로 치환되었다. 대단한 기록이라도 남겼다면 좋았겠지만, 사진 파일은 통째로 날려버렸고, 블로그의 짧은 일기 몇 줄만이 그 시간이 실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해 줄 유일한 증거가 되었다. 그마저도 나만 알아볼 수 있는 형태지만. 그래도 돌아보면 어떤 위기의 순간에도 여유가 넘쳤으며 새로운 발견과 만남으로 가득한, 어설프고 엉망진창이었지만 순수하고 즐거웠던 기억이다.
계획과는 다른 일상을 늘 만나지만 흔들릴 이유는 없다.
어떤 계획이든 나름의 목표가 있고 그보다 근본적인 꿈이 있기 마련이다.
p.96
지금까지 살아오며 가장 열정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그 시간들이 사진도 기록도 없이 그저 머릿속에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아쉬워질 때가 있다.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지만, 그렇다고 그 안에서 허우적대며 움켜쥐려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여행을 하며, 일상을 이어가며, 책을 읽으며, 똑같은 매일조차 새로운 여행이 될 수 있기에. 또 다른 기록과 추억을 쌓아가다 보면 언젠가 다시 떠오르는 것들이 있기에. 40대가 된 나에게도 그때의 기억은 또 다른 사유가 되어 덧씌워지고 있다. 지금 내가 하는 추억은 결국 당시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내가 사랑했던 것들과 지금의 나를 만든 것들에 대해.

천천히 걷다 보면 보이는 것이 있고 천천히 적다 보면 드러나는 진심이 있다.
p.120
책을 읽으며 저자가 이동 수단만을 고대하며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는 부분에선 웃음이 새어 나왔다. 우리 집에도 그런 아이가 있는데 똑같은 사람이 또 있을 줄은. 아이는 기차와 비행기를 유독 좋아한다. 전에 타본적이 없다는 이유로 여기저기를 빙 둘러서 천천히 가는 기차를 굳이 타기도 하고, 기차와 비행기 타는 시간 자체를 즐기기 위해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지나치며 만나는 새로운 풍경들 또한 좋다는 아이의 얼굴을 보면 정말 순수하게 즐긴다는 게 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어릴 때부터 멀미로 고생을 해왔다. 특히 차와 뱃멀미를 심하게 해서 그것에 타고 있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기차나 비행기 정도에서만 무언가를 조금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동하는 그 시간이 힘들어 어딘가에 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멀미 같은 건 아무래도 좋고, 나도 나만의 낭만을 찾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멀미가 나는 그 순간에 바로 후회하긴 하겠지만, 저자의 말처럼 실패한 여행도 언젠가는 그리움이 될 테니. 책을 읽으며 지난 삶과 추억을 떠올리고, 새로운 방식의 여행에 영업당하는 것이 꽤나 근사하게 느껴진다.

내가 희망하는 곳까지 힘을 내어 나아가게 하는 것이
내게는 여행이고 글을 쓰는 행위다.
p.86
일상을 사유하고 기록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으며 생각보다 금방 다가올 나의 50대를 그려본다. 읽고 쓰는 일은 내 삶에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 계속해서 놓지 않고 싶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원동력을 어디에서 얻을 수 있을까. 어릴 적 바라던 나의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만, 지나친 열정으로 불태우는 버라이어티한 하루보다 큰 감정 기복 없이 편안히 흘러가는 하루가 더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지나간 것을 욕심내지 않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면 좀 더 근본적인 나만의 인생의 의미에, 여행의 목적에 대한 대답에 닿게 될까. 미래의 나는 어떤 새로운 모습이 되어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하며 그리게 될지 궁금해진다.
여행은 오늘도 끝나지 않고 이어진다.
내 의지대로 살아가는 날이 지속되는 한은 그렇다.
나다운 여행을 기록하는 일도 멈출 수 없다.
기록을 통해 여행이 온전해진다.
누구나 그런 여행을, 그런 글을 쓰는 인생이 되길 바란다.
p.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