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특히 혼자 사는 여성이라면 주거침입이나 여성을 위협하는 불미스러운 사건 등의 이유로 낯선 이와의 접촉이나 방문이 불안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도 자취하며 소름 돋는 경험을 했던 적이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앞 집에 사건이 생겨 과학 수사대가 출동했던 것과, 내가 집에 없을 때 집주인 아저씨가 말도 없이 집을 들락날락했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되었던 것은 지금도 가끔 떠오를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다양한 일을 겪으며 혼자 사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져서, 인터넷 기사님의 방문이나 무거운 가구 배달 등 주로 남성들의 방문이 많은 일들이 생기면 친구들을 집으로 부르기도 했었다. 남성들을 잠정적 범죄자로 생각해서가 아니라 여성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근원적인 불안감이 있고, 그것이 경험에 의해 좀 더 큰 두려움이 되어있었다. (남성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 오해가 없으시길 바란다.)

«여자인데요, 집수리 기사입니다»는 이러한 여성들을 위해 여성 집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디자이너인 친구가 만화로 그려낸 책이다. 저자는 여성으로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편함에서 시작된 아이디어를 현재의 사업으로 발전시켰다. 여성의 입장에 국한되기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며 일을 꾸려 나가는 저자의 모습은 사업가로서도, 한 명의 작업자로서도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저자는 작업 후에 듣는 감사 인사와 응원을 통해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하지만 여성 인력이 거의 없는 직종이다 보니 편견 가득한 시선이 자주 따라붙는다. '여자라서~', '여자인데~', '여자가~' 등으로 시작하는 말을 듣거나 같은 상황에서 남자와 비교되는 등의 일들을 자주 겪는다고 하니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알 수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여자'라는 시선에서 벗어나 그저 한 사람으로 봐주길, 여성 수리기사나 기술자 등이 누구의 눈에도 이상할 게 없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저자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진다. 집수리 서비스 이외에도 인터뷰, 강연, 워크숍 등을 통해 여성 인력을 길러내고 여성의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과 인식을 바꿔가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What's in my bag?' 코너에서 여성들의 흔한 소품들 대신 공구를 소개해 주는 구성도 재미있다. 그간 쓰임을 잘 알지 못했던 것들도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어 기회가 되면 사용해 보려고 한다.

누군가의 작은 시도가 또 다른 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면 큰 흐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저자의 이야기와 삶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는 누군가에게 희망과 용기가 되고, 그런 도전과 의지들이 모여 사회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