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프네를 죽여줘
플로랑스 멘데즈 지음, 임명주 옮김 / 반타 / 2025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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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각종 폭력에 대한 경고.

이야기의 소재나 장면들이 상당히 불편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하지만 불행에 너무 익숙해진 사람은 불행하지 않으면 불안해진다.

불행은 그렇게 끔찍한 것이다.

p.74


 며칠 전, TV 채널을 돌리다 '키라라'라는 전자음악가의 공연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한참 그의 공연을 보다가 그가 2017년에 어느 시상식장에서 했던 수상소감을 듣고는 머리가 멍해졌다.

"친구들이 자살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키라라는 트랜스젠더인데,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만났던 친구들이 대부분 안타까운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음악이 아니었으면 자신도 같은 선택을 했었을 거라고 말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친구들이 계속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하겠다는 그의 말에서 슬픔과 의지가 동시에 느껴졌다.


 차별과 혐오 등 자신을 부정하는 시선들을 견디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부모가 생각하는 기준에 맞지 않아서, 남들과는 조금 달라서, 어딘가 조금 어긋나고 부족해서. 하지만 정말 이런 것들이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가,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게 맞나?


잠깐, 한 번이라도 나한테 내 자리가 있었던가?

p.21


 «다프네를 죽여줘»는 죽고 싶은 다프네와 누굴 죽여본 적이나 실제로 죽일 생각은 없는 킬러 마르탱의 이야기다. 다프네는 첫 번째 자살을 실패한 후 다크웹에서 살인청부업자에게 자신을 죽여달라는 의뢰를 넣으며 두 번째 자살을 계획한다. 마르탱은 처음으로 살인 의뢰를 받아 다프네의 자살을 돕기로 했지만 실수로 다른 사람을 죽이게 된다. 황당한 상황에서 둘은 앞으로의 일을 논의하기 위해 심리상담소까지 가게 된다.


 한편 다크웹의 살인청부업자 단체는 그들의 규정에 따라 10일간의 유예 끝에 의뢰에 실패한 마르탱과 의뢰를 했던 다프네까지 죽이기 위해 그들을 찾아온다. 그 과정에서 여러 인물들의 관계와 감춰졌던 비밀이 드러나는데, 이야기의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을 거듭하며 혼란스러워진다.


"다프네, 다프네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어요. 진정한 자신은 어딘가에 숨어 있기 때문이죠. 다프네는 위험에 처해 있는 자신만을 알고 있어요. 진정한 다프네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수많은 방어기제 속에 숨어 있어요. 다프네, 자신을 증오하면 안 돼요. 진짜 자신을 만난 적도 없잖아요. 다프네는 지금 자신의 것이 아닌 인생을 떠나려고 하는 거예요. 탈출구는 많아요. 어떤 탈출구가 있는지 곧 발견하게 될 거예요."

p.125


 책은 블랙코미디와 스릴러를 오가며 온갖 폭력적인 장면들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끝은 해피엔딩일 거라 믿었다. 아니, 제발 살아서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랐다. 책과 배움을 좋아했던 다프네는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만이 자신에게 남은 일이라고 생각했을까. 마르탱은 그의 아버지가 휘두른 폭력과 말들에 의문을 가지면서도, 왜 그 말들에 갇혀 살아왔을까. 답답함과 참담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다프네와 마르탱은 서로를, 그리고 모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늘 불안정한 세상에서 살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뭔가가 어긋나버린 두 사람의 만남은 놀랍게도 살아서 누리는 삶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생의 의지를 되살린다. 이야기의 결말은 내가 생각하고 바랬던 것과는 달랐지만, 이 또한 충분히 아름다웠다. 혹독한 상황 속에 여러 번 생을 포기하려 했던 다프네가 누군가에게 생의 의지를 전달하려 하는 모습이 몹시 따뜻하게 느껴졌고, 나에게도 위로가 되었다.


길고 험한 길로 들어섰다. 올라갈 때도 있고 내려갈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되돌아갈 수 없다. 그러니 묵묵히 앞만 보고 갈 것이다.

p.250


 삶이 늘 즐겁고 행복하기만 할 순 없지만, 어떤 고난은 우리를 성장시키고 어떤 고통은 우리에게 깨달음을 준다. 긴 터널을 지나는 동안에는 삶의 아름다움도, 행복도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내다 보면 언젠가 행복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렇게 찾아낸 행복은 또 다른 가능성과 새로운 미래로 우리를 이끈다. 다프네와 마르탱의 굴곡진 삶과 험난한 여정에도 그 끝이 해피엔딩이길 바라고 믿었던 것처럼, 자기 자신의 가능성을 믿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길.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삶에 지친 이들의 마음에 깊은 울림과 위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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