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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우체국
무라세 다케시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
맨 마지막에 당신이 물었잖아.
인생에서 최고의 행복이 뭐냐고.
살아 있는 거야. 이상.
p.356
《세상의 마지막 우체국》은 천국으로 떠난 사랑하는 이에게 막대한 비용을 내고 편지를 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작가의 전작인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은 아이가 제목만 보고 도서관에서 빌려와서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펑펑 울면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기차역에서는 떠난 이들과의 마지막 만남을 그려냈다면, 우체국에서는 편지를 통한 마지막 진심을 주고받는 장면을 그려냈다. 두 작품 모두 상실과 치유라는 큰 주제는 같지만, 이 책에서는 만남 대신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정제된 말로 써 내려간 진심을 진정성 있게 전한다.
천국으로 떠난 이들의 사연만큼 남은 이들의 사연도 다양하다. 천국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다는 광고를 본 이들은 떠난 이들에게 꼭 전해야만 하는 절박한 진심이 있다. 연인, 가족, 반려동물 등 사랑하는 이가 떠난 지 49일 이내에만 편지를 부칠 수 있기에 더욱 조급하다. 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편지를 부칠 때 드는 막대한 비용이다.
책의 원제는 《切手がとっても高い郵便局で》인데 '우표가 매우 비싼 우체국에서'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매우 비싼 우표를 파는 우체국이라는 것.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에 붙이는 우푯값은 사람마다 다르게 책정된다. 자산과 수입에 따라 최저금액인 15만 엔부터 시작된다. 답장을 받고 싶으면 우표를 한 장 더 사야 하므로 2배를 내야 하고, 추가로 물품 등을 넣어 보낼 경우 무게에 따라 추가금을 낸다. 이 책에서 나온 가장 비싼 우표는 무려 편도 50억 엔이다.
하지만 떠난 이에게 꼭 전해야만 하는 것이 있고 그럴 방법이 있다는데 돈 때문에 망설이는 사람이 있을까. 그들은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빚을 내서라도 편지와 물건을 천국에 부친다. 답장을 받기도 받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편지를 부친 사람들은 떠난 이와 마지막으로 주고받은 진실한 마음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자신만의 삶을 이어간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상실의 아픔을 안고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목도해왔다. 그래서인지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의 죽음과 상실, 그리고 그 이후에 대해 자주 생각하곤 했다. 상실이 누군가의 삶의 의지를 꺾는 모습도, 새롭게 의지를 다지고 살아가게 하는 모습도 봤다. 하지만 제대로 슬퍼하지 못한 채 그저 죽음이나 상실을 입에 올리길 꺼려 하는 분위기는 모순적이라고 느껴졌다. 흘려보내지 못한 슬픔은 겉으로 보이지 않아도 안에서 곪고, 언젠가는 터져 나온다. 충분히 애도하고, 위로를 주고받는 과정을 거쳐야 다시 온전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우리에게 상실의 슬픔을 공유하고 함께 살아갈 용기와 위로를 주는 치유의 이야기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 소설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이니 살아서 행복해지고, 용기 내어 스스로의 길을 찾아라. 자의로든 타의로든 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들려주는 마지막 말에 우리는 상실의 슬픔에도 또다시 살아나갈 용기를 얻는다. 굿럭 인형이 돌고 돌아 다시 첫 주인에게 온 것처럼 슬픔을 공유하며 애도하고, 함께 세상을 살아가며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본다.
본문 시작 전에 나온 누군가의 편지의 전문이 맨 끝에서 이어지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이유를 알게 된다. 굿럭 인형의 이동 경로를 쫓거나 인물들 간의 연결고리를 찾아가며 책을 읽어가다 보니, 내용적인 측면이나 구조적인 측면에서 모두 이 책이 하나의 루프(Loop, 순환구조)처럼 느껴졌다.
책을 읽는 내내 눈물 콧물 범벅이 되었지만 끝까지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자마자 엉망인 채로 여럿에게 진심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현실에서는 돈이 얼마나 많든 천국으로 연결되는 우체국이 없으니 역시 마음은 전할 수 있을 때 전해야 한다.
떠난 이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 있는 사람, 상실의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 그저 삶에 지쳐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