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
정명섭 외 지음 / 한끼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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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그날, 서울에서는 무슨 일이»는 서울을 배경으로 네 명의 작가가 각자의 색을 입혀 완성한 미스터리 단편소설집이다. 각 단편 끝마다 작가의 인터뷰가 있어 책의 기획 의도와 작품 설명 등을 작가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구성이 좋았다. 서울을 바라보는 각기 다른 네 개의 시선은 서울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보게 했고, 서울이라는 도시의 보편적 이미지와 서울이 나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보게 했다.


서울에서 산 지 40년이 넘었다는 서울 토박이 정명섭 작가는 자신이 살던 동네에서 벌어졌던 비극적인 사건을 <사라진 소년>속에 녹여냈다. 그 사건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로 그곳에서 살아왔는데 영화를 계기로 조사하다 알게 되어 더 충격이었다고 한다. '서울엔 모든 것이 다 있지만 막상 정말 필요한 것은 쉽게 찾을 수 없다'는 저자의 말에 그의 소설의 키워드인 '실종'이라는 말이 겹쳐 보였다. 실제로 이것을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가 서울을 바라보는 복잡한 시선에는 반짝이는 서울의 이면에 있는 어두운 면들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왜곡되어 전해진 비극의 진실을 알리고 기억하기 위해 쓴 그의 글은 실제 사건의 진실뿐만 아니라 소설 그 자체로도 생각거리와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서울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콜린 마샬의 <(신촌에서) 사라진 여인>도 재미있게 읽었다.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사람들의 특징이나 서울에 대한 인식이 잘 드러나있고,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지혜를 찾아 여러 사람에게 수소문하며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이 유럽 여행 중에 사람들에게 길을 물으면 다 다른 방향을 알려줬던 기억을 떠오르게 해서 조금 심각한 분위기인데도 괜히 웃겼다.


외국에서 얼마나 오래 거주하고 그 나라 언어를 얼마나 유창하게 구사하는지와 무관하게 구성원이 아닌 이방인으로 여겨지는 것이 좋을 때도 있다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론 뭔가 외로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도 오랫동안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여기며, 혹은 그렇게 여겨지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외국 생활이 길어질 때도 어김없이 그랬지만, 태어난 고향에서 초, 중,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던 때에도 그랬다. 표준어를 사용하거나 문화적으로 당연한 부분들을 모른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는 경험보다는 조금 다르다는 시선을 받으며 성장했던 탓에 그 도시에 속한다는 느낌을 받지도, 애정을 느끼지도 못했다. 대학교에 진학하며 서울에 돌아왔을 때 나는 비로소 편안함을 느꼈다. 고향과 서울 그 어느 쪽도 잘 알지 못했고 서울 사람 입장에서는 표준어가 유창한 지방 사람일 뿐이었지만 말이다. 서울에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는 완벽한 외지인들이 서울에서 말투까지 바꿔가며 살아가는 모습에 그간의 내 모습이 비쳐 보여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늘 변화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인 듯하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를 수 있다. 나도 가끔은 이런 빠른 변화가 반갑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추억이 있는 공간들이 오랜 시간 그 자리에 있다는 것에 안심하기도 한다. <선량은 왜?>에서 주변 사람들이 다 떠나고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음에도 동네와 집을 떠나지 못하고 집착하는 모습이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천사는 마로니에 공원에서 죽는다>의 배경이 된 대학로와 마로니에공원은 요즘도 가끔 들르는 익숙한 장소 중 하나다. 김아직 작가의 말대로 공원 근처의 편의점에 들르거나 휠체어 그네 앞 벤치에 앉을 때마다 이 책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나에게 서울은 태어난 곳은 아니지만 내가 기억하는 가장 어린 시절이 시작된 곳이자 현재 살고 있는 곳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가장 빨리 미래를 향해 움직이는 곳.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서울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에 대해서, 여러 입장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모습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알아갈 수 있었다. 서울의 다층적인 얼굴에 대해, 살아가는 일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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