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
정태화 지음 / 더블북 / 2025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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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셋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한동안 흐느꼈다. 고통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있었다. 미안함, 안타까움 등으론 표현이 안 되는 뜨거운 무언가가 그들을 쇠사슬처럼 꽁꽁 묶고 있었다. 평소 미처 깨닫지 못했던 가족이라는 뜨거움이었다.
p.235


 부모님을 떠올리면 울컥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부모가 되어 보니 더 그렇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에서, 나의 선택에서, 부모님의 마음을 떠올려본다. 어릴 땐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는데, 나름의 최선이 아니었을까 하며 어설프게나마 이해해 보기도 하고, 사랑하는 방법이었겠구나 하며 깨닫기도 한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도 부모님의 사랑을 온전히 알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혼자서 다 큰 줄 알았는데 절대 그럴 리 없다는 사실과 함께.


 «아버지를 구독해주세요»는 하루아침에 유튜브 스타가 된 아버지 기택과, 각자의 고단함을 끌어안고 허우적대는 아들 태경, 딸 지영의 마냥 웃지 못할, 폭풍처럼 몰아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아버지를 유튜브 스타로 만들어 큰돈을 벌어보려는 태경과, 아버지를 재력 있는 사람과 재혼시켜 돈을 받아내려는 지영. 사랑했던 과거의 연인인 영숙과의 만남을 주저하다 유튜브 스타가 된 뒤 자신감을 얻어 재회하게 된 기택. 그들의 이야기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이 갖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하기도, 나를 되돌아보게 하기도 했다.


 평소에 아버지께 안부 인사조차 잘 하지 않는 자식들이 갑자기 아버지에게서 돈 될 거리를 발견하고 시골집으로 몰려드는 장면은 약간의 거부감을 갖게 했다. 부모가 가난하면 짐이 되고, 부모가 재력이 있다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나에게는 상당히 상식 밖의 일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아버지를 돈줄로만 보던 자식들이 함께하는 동안, 기택은 매우 행복해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가며 생전 처음 해 보는 일들을 하고, 젊은 시절의 꿈을 다시 꾸기도 했다. 그것보다 더 좋은 건 자식들이 함께 있다는 것. 아버지라는 존재는 결국 자신을 내버리면서도 자식들을 지키고, 뭐든 더 내어주려 한다. 부모님의 사랑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자식이 내가 아닌 내가 가진 다른 것에만 관심이 있어도 결국 그 모든 것을 감내하게 되는 것. 내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보여주는 한없이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무조건적인 사랑.


 이야기의 결말은 예상보다 조금 더 충격적이었다. 선을 벗어난 자식들을 감싸기 위해 조롱당하면서도 애원하는 아버지. 그들은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하나가 되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안부를 묻는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기다리는 대신 직접 마음을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좀 많이 돌아왔지만 결국은 다시 끈끈해지는 한 가족의 이야기. 유쾌하지만 마냥 웃기지는 않은, 뭉클하고 또 울컥하게 하는 이야기.


 저자는 이 소설에 자신의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양가 부모님들의 추억과 사랑을 녹여냈다고 한다. 늘 감사하고,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나도 부모님이 곁에 계실 때 더 자주 안부 인사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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