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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광고 인문학 - 광고인의 시선으로 떠나는 유쾌한 인문 여행기
이지행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역사와 문화 속 광고 현장으로 떠나는 인문 여행>

이것은 광고와 사람과 인간성에 관한 B급 보고서다.
p.9
책을 처음 만나고 제목의 'B급'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혔다. 뭔가 조금 어긋나있고 거친, 정석적이지 않은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타인의 시선을 통해 보는 세상은 그 자체로 흥미롭지만, 'B급'과 '광고'라는 단어가 주는 특별한 기대감이 인문학에 더해져 목차부터 나를 빵 터지게 만들고 궁금증을 유발했다. 과연 프로 광고인답다.
《B급 광고 인문학》은 제목 그대로 광고에 대한, 인문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광고나 광고계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기본으로 해서 역사, 문화, 예술 등 인문학과의 연결고리를 찾아 광고인의 시선으로 인문학 이야기를 풀어낸다. 광고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며 배경지식을 쌓아주고, 어렵거나 지겨울 수 있는 인문학 이야기를 조금은 거칠지만 쉽고 솔직한 언어로 풀어주니 잘 알지 못했던 인문학적 요소들도 대단히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이야기를 읽다 보니 자꾸 궁금한 점이 생겨 검색을 하고 관련 도서를 찾아보며 자발적으로 인문학적 소양을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깊게 파고들어 다 떠먹여주는 전문성 대신 인문학에 대한 관심 유발과 '자기주도학습'을 유도한 것만으로도 여타 인문학 입문서를 압도한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시시껄렁하고 가볍게 관대한 마음으로 읽으라는 작가의 매뉴얼에 따라, 실제로는 꽤나 깊이 있는 내용을 어쩐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낼 수 있다.
이 책은 무거운 내용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는, 그저 유쾌하고 신나는 인문 여행기이다. 광고와 사람과 인문을 연결하는, 그리하여 결국은 삶과 사람을 향하는 생생한 탐구 보고서이다.



이야기는 17,000년 전의 라스코 동굴벽화에서 시작된다. 광고주의 말씀에 따라 그 의지를 전달하는 것 자체가 목표이자 목적인 태초의 광고다. 최고의 프레젠터, 마케터, 카피라이터 등 인간에게 관심을 갖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역사의 한 축을 장식한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로 나온다.
알렉산드로스는 인류 최초로 화폐에 자신의 얼굴을 넣어 광고한 최초의 인물이 된다. 더 이상의 퍼스널 브랜딩이 어디 있을까? 그로 인해 헬레니즘 문명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것이 바로 석굴암 부처의 얼굴이 그리스인인 이유다. 마케도니아의 왕, 이집트의 파라오, 페르시아 대제국의 왕이 된 알렉산드로스는 이 세상 끝까지 가보려 했던 최초의 글로벌 광고인이다. 그가 이룩한 창의성의 원천은 끊임없이 다른 곳을 보려는 삐딱한 시도가 아니었을까?
p.68
연옥의 끝자락에서 단테는 꿈에 그리던 베아트리체를 드디어 다시 만나고 그녀의 인도하에 천국을 여행하게 된다. 잔잔한 멜로드라마보다 자극적인 광고에 시선에 끌리듯, 광고인의 시각으로 보면 역시 ≪신곡≫은 ≪신곡- 지옥편≫이 가장 흥미로운 꿀잼이다. 광고는 통쾌해야 오래 기억된다.
p.102


광고모델, 광고주, 특별하고 재능 있는 광고인 등이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광고와 브랜딩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광고 혁명!!
마라의 죽음은 혁명을 더 과격하게 만들었다. 그의 죽음은 혁명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가 그린 <마라의 죽음>으로 재탄생한다. 이것이 바로 대혁명 최고의 광고물이다. 다비드는 마라를 혁명 최고의 순교자로 만들어 버렸다. 혁명세력은 <마라의 죽음>을 여러 복제화로 만들어 혁명에 앞세웠다. <마라의 죽음>을 혁명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이자 감성 광고로 만든 셈이다.
p.186
호가스는 자극적인 소재에 광고인 다운 혁신적인 방법으로 그림을 연재했다. 바로 선불 구독제다.
먼저 유화로 그린 첫 작품을 전시했다. 대중의 기대감과 관심을 확 끌며 구독자를 모집하고 이를 판화로 대량 제작해서 판매했다. 맞다. 유화는 미끼 샘플 광고이다. 여기에 구독자 모집을 위한 광고 카탈로그까지 만든다. 이쯤 되면 광고 천재다. 게다가 선불제다. 이거 이거 남는 장사다. 사람들은 미리 구독료를 지불하고 작품이 완성될 때마다 시리즈의 각 판화를 받을 수 있었다. 한 번에 한 개씩 받아 보다 보면 전체 풀세트로 시리즈를 모을 수 있으니, 수집욕까지 자극했다. 여기에 집으로 배달까지 해줬으니 새벽 배송 부럽지 않았다.
p.217-218


B급이라 불리는 비주류들이 써 내려간 광고의 역사와, 퍼스널 브랜드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시대를 앞서간 이들에 대한 이야기. 당시엔 B급도 안되는 폐급 취급에 시대를 너무 앞선 모난 돌이었을지 몰라도, 현재의 광고인들에겐 귀감이 되는 선배 광고인이자 인재들이다. 온몸이 부서지도록 패배를 거부한 남자,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이야기와 함께 인문 여행은 끝이 난다.
'거짓도 천 번 말하면 진실이 된다.'라고 말하며, 악마 같은 언변과 잔꾀를 부린 인류 역사상 최악의 광고인들도 있었으니, 이들의 선전과 선동꾼들에게 절대 현혹되지 말아야 함도 당부한다!
모네를 제외한 대부분의 인상주의 화가들은 가난 속에 생을 마감했다. B급이라 무시당하며 수십 년간 모욕과 조롱을 당하던 이들은 그들의 퇴장과 함께 현대 생활과 인상을 그린 화가들로 인정받게 된다. 다행히 모네는 장수했다. B급 전성시대에 별이 되려면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다. 잊지 말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거다.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놈이 강한 법이니까. 만고의 진리이자 광고의 진리다.
p.254
모름지기 광고와 프로파간다는 한 끗 차이다.
p.318
대중들은 여전히 헤밍웨이의 글을 사랑한다. 왜일까? 헤밍웨이 글은 언제나 인간을 향하기 때문이다. 그는 늘 현실 속에서 글의 주제와 소재를 찾았다. 헤밍웨이는 말한다. "인생에 관한 글을 쓰려거든, 먼저 그 삶을 살아 보라." 죽는 날까지 패배를 몰랐던 어느 멋진 광고인의 말이다. 옳은 말이다. 그렇다. 광고는 언제나 인간을 향한다.
p.334

우리는 모두 광고하는 존재다. 광고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드러내는 존재 방식이다. 고로, 나를 세상에 드러내는 모든 활동이 바로 광고이자 존재 이유인 거다.
p.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