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수현 에세이
이수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5년 3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혼돈의 시기에 마주한 진심과 위로>
스스로에게 계속 되묻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p.136
'나'라는 존재에 대해 고민하면서도 타인의 시선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 많은 것들이 부정적으로 느껴지고 감정 기복이 심해지는 시기, 이성에 눈을 떠 좋아하는 마음과 괴로운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기도 하는 시기, 사춘기. 16살, 중학교 3학년의 저자가 자신과 마주하며 진심을 담아 종이 위에 써 내려간 글들은 그 나이에 맞는 고민이 가득하면서도 나이가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삶에 대한 통찰로 가득했다.
최근에 서랍을 정리하다 잊고 있던 수첩을 하나 발견했다. 노란 표지에 큼지막하게 내 이름이 써진, 조금은 닳고 더러워진 수첩. 보자마자 중학교 시절 몇 달간 머물렀던 미국에서 사용했던 수첩이라는 것과, 수첩에 써놓은 것들의 내용이 대충 떠올랐다. 그 시절의 나를 추억하니 괜히 웃음이 나와 피식하며 수첩을 열어보고선 깜짝 놀랐다. 거칠고 날선 날것의 문장들로 가득 찬 지면. 내가 기억하는 것처럼 소소한 일상이나 크고 작은 불만을 '이성적으로' 적은 귀여운 사춘기 중학생의 수첩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신의 마음을 글로 써 내려가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다는 아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며 자신을 더 사랑하는 방법을 찾아간 아이. 나도 비슷한 시기에 글을 써 내려갔지만, 그 기록은 헤어 나올 수 없는 분노의 조각들인데.
실제로 나의 사춘기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어른스러움을 강요당한 반동인지 어른들에 대한, 나를 가로막는 것들에 대한 반항심이 극에 달했다. 뭐든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났고, 조금의 가르침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내가 누구인지, 내 마음이 어떤지 돌아볼 새도 없이 투쟁의 날들을 지속하다 어느 순간 성인이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늘 모범생이라고 불렸다는 정도일까. 적어도 소위 말하는 비행 청소년이 되지는 않았으니까.
곧 사춘기를 겪을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시점에 이 책을 만나게 된 건 행운이다. 이미 지나온 혼돈의 시기를 어떻게 갈무리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아, 아이에게 어떤 식으로 말을 하고 어떻게 대해줘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마음에 단비가 되어주었다. 그 나이 때는 이런 게 고민이었지, 이런 불만이 생기고 이런 마음이 들었지, 하며 책을 읽는 동안 놀랍게도 깊은 곳에 숨어있던 어린 나의 슬픔과 화로 가득 찬 마음이 치유받는 느낌도 들었다.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내면에서 답을 찾으며 불만과 불안 대신 감사함과 사랑을 배웠다는 저자. 자신의 롤 모델이라는 선생님 덕분에 글을 써 보고 책도 냈다고 하지만, 책에서 저자가 말하듯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이다. 이 한 권의 책은 저자가 자신의 마음에 귀 기울이며 소중히 지켜낸 시간과 선택의 결과이다.
나는 지금 인생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잊고 있지는 않은가?
내가 바라던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이 맞나?
나는 오롯이 내 안의 목소리를 따라 행동하고 있는가?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이고, 내 안에 모든 답이 있다는 저자의 통찰과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 함께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소망에 기대어 나를 돌아본다. 특히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친구들이라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진솔하게 써 내려간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 자신의 진정한 마음을 깨닫고 자신을 사랑하며 괴롭고 힘든 시기를 헤쳐나가 단단한 사람이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