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 우리가 외면한 또하나의 문화사 교유서가 어제의책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 교유서가 / 2022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 로저 에커치 지음, 조한욱 옮김, 교유서가 펴냄


 "예민한 눈으로 보면, 밤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올라간다." (29쪽)


★ 땅거미(gloaming), 닭 가두기(cock-shut), 더듬거리는 시간(groping), 까마귀 시간(crow-time), 낮의 대문(daylight's gate), 올빼미 빛(owl-leet). 영어에는 낮이 어둠 속으로 내려가는 것을 연상시키는 관용어가 방대하다. (중략) 낮이나 밤의 어떤 시간대도 이보다 더 풍요로운 어휘를 갖고 있지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밤이 내려오는 시간을 가리키는 명칭은 '문 닫을 때'였다. 그것은 집 지키는 개들을 풀어놓은 뒤 문을 닫고 빗장을 거는 시간을 가리킨다. 밤의 불결하고 고약한 공기와 불가사의한 어둠은 현실적이기도 하고 허구이기도 한 미지의 위험을 낳았기 때문이다. (30쪽)


  밤은 오래전부터 부정적 상징이었다. 원초적으로는 시야를 차단하는 불가사의한 '어둠'이라는 존재가 인간에게 낯선 공포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고 좀더 생각해 보면 밤에는 그 어둠을 틈타 갖가지 범죄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기 때문일 테다. 지금 우리는 환한 전구와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밤을 살아가고 있으나,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올라가면 사람들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악령이나 귀신으로 쉽게 오해하곤 했다. 『잃어버린 밤에 대하여』는 '밤'이라는 존재에 대한 고찰을 담은 책으로, 두려움의 대상이 되었던 밤에서 시작하여 밤의 범죄, 밤의 노동, 밤의 잠과 꿈을 순차적으로 이야기한다. 곱씹어보면 우리는 평소 -밤뿐만 아니라- 어떤 특정한 시간대에 관해 얼마나 깊은 관심을 가지는가? 나 또한 밤이 예술 작품을 이해할 때 줄곧 부정적 상징으로 읽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나 그 이유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책 덕택에 밤의 특성 때문에 밤에 어떤 사건과 범죄들이 일어났으며 또 사람들이 밤과 밤에 일어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밤에 하는 일과 잠과 꿈에 대한 인식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더불어 밤이 왜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내재하게 되었는지, 그럼에도 밤이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는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한 개인적으로 문학이나 미술 작품을 해석하고 분석할 때 크게 참고가 될 만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였고 이에 교유서가에서 이 책을 완역하여 다시 펴내준 것에 대해 감사를 전한다.


★ 어둠에 대한 본연적인 두려움이 인간의 정신에 언제 처음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했는지에 대해서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 최초의 조상이 틀림없이 느꼈을 두려움에 비추어볼 때, 이 가장 오래된 인간의 불안감은 버크가 주장한 것처럼 태곳적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렇지만 어떤 심리학자들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어둠을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두려워한 것이 아니라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특정의 위험에 공포를 느꼈을 것이라고 추론했다. 밤이 점점 위험과 같은 뜻이 되면서, 초기의 인간은 여러 세대에 걸쳐 본능적인 공포를 갖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36쪽)


★ 달빛이 인체에 해롭다는 속설이 있지만, 영국 여러 지역 주민들은 달을 '교구의 랜턴'이라고 불렀다. 보름날이나 그 전후에 달은 반농담으로 제2의 태양에 비유되었다. 때로 사람들은 동이 튼 줄 알고 한밤중에 일어났다가 '가짜 새벽'에 속았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207쪽)


★ 이스트앵글리아의 속어에 따르면, 잠드는 것은 "세상을 잊는 것"이었다. 세라 쿠퍼는 "그 즐거움이 순전히 부정적인 것이라 해도, 잠은 삶의 축복 가운데 하나로 꼽힐 수 있을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영혼이 고갈되면 우리는 현재 상황에 지쳐, 노인이 죽음을 찾듯 잠을 찾는다."고 그녀는 썼다. (419쪽)


# 교유당 서포터즈 활동을 위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리뷰는 개인의 주관적 시각에서 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