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오팅캘리의 슬기로운 기록생활 - 사소한 일상도 특별해지는 나만의 작은 습관
이호정(하오팅캘리)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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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딱 한 개의 단어일지라도, 사진 한 장일지라도 충분하다. 다른 사람들의 기록과 또 기록에 대한 조언은 참고할 만한 것이지, (그것을) 나한테 적용할 필요는 없다. 다른 것들을 신경 쓰는 순간 내 기록은 방향도, 쓰고자 하는 바도 잃는다. 또 좋은 것만 '잘' 써넣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87쪽)


대학에 진학하고서부터 다이어리를 본격적으로 쓰게 되었다. 기존에 스터디플래너였던 것이 다이어리로 한 단계 진화했고 공부 이외의 하루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다이어리 혹은 플래너 쓰기는 개성이고 취향이며 극한의 주관적 영역이라고 생각해왔다. 작년 시월 『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 리뷰에서도 말했듯, 나는 마음의 고민이나 사적인 기분을 글로 남기는 것을 지양하는 편이다. 그래서 나의 다이어리는 객관의 일기에 가깝다. 그래서 저자의 다이어리 사진을 볼 때는 왠지 남의 내밀한 일기를 훔쳐본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저렇게까지 솔직한 심정을 남길 수 있다니. 나는 가끔 모든 감정이 휘발되어 사라지고 '감정'이라는 존재를 새로 익힐 수 있게 되길 바라곤 하는데. 


나의 다이어리에서 거의 유일하게 객관적이지 않은 영역은 '아이디어'다. 다이어리는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메모하는 공간으로도 쓰인다. 휴대전화 메모장과 병용하긴 하지만 갑작스레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단상들을 개괄식으로 끄적이기는 다이어리 쪽이 더 편하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 있듯 타인의 기록과 기록에 관한 조언은 상대방의 것일 뿐이다. 다이어리 쓰기가 필수적인 것 또한 아니다. 내 주변에는 오히려 다이어리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 독서 기록을 남기는 것도 하나의 '기록'이다. 형태는 다양하고 방법은 무궁하며, 어쩌면 기록 자체가 개성이고 취향이며 극한의 주관적 영역일지도 모른다.


2.


아무래도 나는 쓰지 않는 삶이 무용하다고 느끼기에 계속 무언가 기록하려 드는 것 같다. 생각한다기보다는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내 안에 존재하는 무언가가 나에게 계속 쓰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목소리는 머리와 이성으로만 들을 수 없는 음성이다.


3. 


'글'은 '개성이고 취향이며 극한의 주관적 영역'인 '기록'의 결과물이다. 그래도 가끔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보통의 산문에 '(?)'가 삽입되면 글의 흐름이 끊기며 저자의 글에 대한 신뢰성이 조금 떨어진다. 책을 읽으며 '(?)'를 발견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내 안의 의아함은 뭉실뭉실 부풀어 오른다. 저자는 '(?)' 표시를 붙일 만큼 불확실한 표현을 반드시 글에 포함해야만 했을까? 다른 표현으로 바꾸어보거나, 혹은 '(?)' 앞에 쓰인 내용을 확신의 영역으로 이행시키려고 노력한 결과물일까? 그런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의 활용이 저자의 작법이고 개성이라 하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특별한 문학적 장치가 아닌 이상 사용을 지양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역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은 어쩔 수 없나 보다.


4.


『하오팅캘리의 슬기로운 기록생활』과 같은 생활지침서 성격의 에세이를 평소에는 잘 읽지 않는 편이라 이러한 책을 읽는 사람들의 성향이나 취향이 궁금해졌다. 에세이의 경우 문학서나 인문서에 비하면 내지에도 그림이나 일러스트, 디자인 요소가 여럿 들어가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결국 책을 집어 들고 선택하여 읽고 구매하는 것은 독자들인데, 에세이를 주로 읽는 독자들은 어떤 디자인의 도서를 선호할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개인적으로는 내지 편집에 많은 종류의 서체가 사용되어 다소 소란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대부분의 본문 내용이 반점(쉼표)의 크기가 크고 형태가 뚜렷한 서체로 쓰였는데, 저자가 글에 반점을 상당히 많이 사용하고 있었던지라 문장 부호가 자꾸 눈에 띄었다. 너무 긴 문장이나 주술 호응이 어색한 문장도 종종 보였다. 이러한 점들이 자칫하면 독서에 불편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만, 자간과 행간이 넓고 글씨 크기도 커서 읽기 자체가 그다지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쉽고 편한 글이어서 정말 순식간에 읽었다.


- 책수집가 활동을 위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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