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보다 가벼운 둘이 되었습니다 - 비울수록 애틋한 미니멀 부부 라이프
에린남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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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미니멀리즘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이 책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미니멀리즘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으로 그 범위가 방대하다. 따라서 '채워나가던 사람'이 무언가를 '줄이기 시작하며' 새로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찾았다면 그 또한 미니멀리즘이라 할 수 있을 테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미니멀리스트의 에세이였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미니멀리스트의 에세이'라 규정하기보다는 새로운 환경과 생활을 통해 성장을 경험한 개인의 성장기라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건 '비우며' 삶의 균형을 맞추는 삶의 지향이 아니라 '필요'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에게 맞는' 삶의 균형을 찾아가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그리고 사실 그것은 맥시멀리즘과 미니멀리즘을 따지지 않아도 현명하고 유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수적으로 고민해보아야 할 문제가 아닐까. 삶의 균형을 찾지 못한 생활은 흔들거리다 언젠가 무너지기 마련이므로.

 

♥ 저자는 다양한 결혼생활 에피소드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생각을 바꾸었던 과정을 이야기한다. 남편의 운동화를 고를 때 제 취향을 고집했다가 남편이 그 운동화를 거의 신지 않자 결국 처분하게 된 이야기 말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나는 그 경험을 통해 또 한 번 다른 마음을 갖게 됐다. 남편 물건을 살 때는 내 기준이 아닌 남편의 기준으로, 남편을 위한 것을 사겠다고 말이다. 원래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내가 아닌 타인이 사용할 물건을 고르는 것인데 내 취향을 고집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른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줄 선물을 준비할 때도 내 취향대로 고르기보다는 선물을 받을 상대의 취향을 좀 더 생각하는데, 애초에 상대가 사용할 것을 이미 알고 함께 고르는 물건이라면 더더욱 상대의 생각을 먼저 듣고 나의 생각을 얹는 식으로 의견을 조율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사실을 일찍 깨닫지 못했던 저자를 탓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개개인의 속도는 모두 다르고 마찬가지로 저자가 이미 깨달은 무언가를 나는 알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저자는 자신의 부족했던 부분을 되짚으며 성장해온 그의 길을 되돌아보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 결혼하면 아이를 낳길 바라는 남성과, 그런 남성과 결혼해 거듭 고민하고 갈등하는 여성의 모습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저자는 '미래에 내가 엄마가 된다면 부디 그 결과가 다른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었길 바란다.'라고 말했지만 나는 모든 여성이 엄마가 된다면 '그 결과가 다른 누구를 위한 일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한 여성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놓는 선택임에도 어떤 여성은 타인의 기대와 바람을 충족시키기 위해 아이를 '낳아야만' 했다. 앞으로 이 세계를 살아갈 여성들은 정말 자신이 원하고 바랄 때, 그것이 온전히 자신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을 때 아이를 낳았으면 좋겠다. 프롤로그에 나왔던 '공부하고 일하느라 고생하는 남편을 대신해' 집안을 꾸려나갔다는 말이 책을 덮은 뒤에도 마음에 남았다.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바라는 남편을 대신해' 아이를 낳지 않길... 소망할 뿐이다.

 

♥ 귀여운 일러스트가 가볍고 편안한 글과 조화를 이루어 좋았는데, 글꼴 선정이 조금 아쉬웠던 것 같다. 제목과 부제목에 쓰인 둥근 글씨체와 이외 다른 정보나 문구에 쓰인 고딕체가 묘한 부조화를 이루었다. 제목 글씨체는 일러스트에 맞추어 둥글고 귀여운 느낌을 살리려 했던 것 같은데, 같은 면에 들어가는 서체끼리의 조화도 조금 더 고려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


​​​​​​​※ 아르테 책수집가 활동을 위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아주 조금, 정말 아주 조금 아까운 마음에 속이 쓰려왔지만, 나는 그 경험을 통해 또 한 번 다른 마음을 갖게 됐다. 남편 물건을 살 때는 내 기준이 아닌 남편의 기준으로, 남편을 위한 것을 사겠다고 말이다. 원래 그게 당연한 일이지만...... - P28

다른 사람들은 크게 상관하지도, 쓸데없이 걱정을 하거나 참견하지도 않았다. 그런 환경 속에서 나도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 되었고, 조금씩 자유로워졌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보다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시도해 보지 않았던 새로운 옷에 도전했다. 자유로운 기분을 자주 느꼈다. - P34

미래에 내가 엄마가 된다면 부디 그 결과가 다른 누구를 위한 일이 아니었길 바란다. 엄마가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절대 후회하거나 스스로를 탓하지 않기를 바란다. - P216

내가 받은 무조건적인 사랑을 다른 누군가에게 되돌려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선택한 사람과 우리의 관계를 지켜내기 위해, 계속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제는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것들이 보인다. 나는 우리의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매일 배운다. - P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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