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 1 - 일하는 마음, 괜찮나요? 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 1
서늘한여름밤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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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 1 - 일하는 마음, 괜찮나요?》 서늘한여름밤 지음, 아르테 펴냄
- 판형: 148*210*15mm / 견장정


☆ 띠지를 벗기면 영어 문구만 남는다


  띠지에 서명과 저자명, 소개가 모두 쓰여 있어서 띠지를 벗기면 I'm not OK / It's OK / a working mind 라는 영어 문구만 남는다. 혹자는 이 정도 외국어는 다들 이해하겠지, 하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훼손, 분실될 가능성이 있는 띠지에 책 정보를 전부 기재해둔 상태에서 띠지를 벗긴 표지에는 외국어만 남겨두다니, 꽤 위험한 디자인이 아닐까. 언뜻 보면 원서로 오인할 수 있고, 영어 가능자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I'm not OK(나는 괜찮지 않아.) / It's OK(그래도 괜찮아.) 라는 문구 자체는 《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의 구성과 잘 어울렸다. 한글 책 제목을 표지에 넣고 그 아래에 영어 문구를 써넣는 식으로 디자인했더라면 좀 더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셀프 카운슬링: 스스로 상담


  셀프 카운슬링은 '왜 이렇게 힘들지?'하는 막연한 생각에서 출발하여 '오늘 힘들었던 나를 격려하는 법'까지 구체적인 일상으로 좁혀 들어가며 주제별로 세밀하게 나의 마음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스스로 상담'이다. (외국어인 '셀프 카운슬링'보다는 '스스로 상담'이 좀 더 직관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는 저자가 매일 자신을 돌아보며 스스로 던졌던 질문들을 독자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책 제목에 충실하여, 독자가 내용을 채워넣으며 완성해나가는 다이어리 형식의 도서라고 할 수 있겠다. 총 세 권의 시리즈 도서이며 지금 소개하고 있는 1권, '일하는 마음, 괜찮나요?' 외에도 2권 '관계 맺는 마음, 괜찮나요?'와 3권 '지금 내 마음, 괜찮나요?'도 함께 출간되었다. 일, 관계, 마음 중 독자가 원하는 주제의 다이어리를 선택해 써 보게끔 하는 구성이다.

 

☆ 셀프 카운슬링, 나는 할 수 있을까?


  고백하자면, 나는 마음의 고민을 사적인 글로 남기는 성격이 아니다. 물론 누군가는 고민을 글로 남김으로써 해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이에게는 다이어리를 통한 스스로 상담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하지만 나는 타인에게 털어놓을 수 없는 고민을 나만 볼 수 있는 다이어리에 기록하는 행위가 미래의 또 다른 고민을 불러올 수 있음을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다이어리에 응어리를 털어놓지 않는다. 그래서 《30일 셀프 카운슬링 다이어리》를 받고서 내용을 하나라도 채워 볼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그러나 결국 빈칸 그대로 남기기로 했다. 내가 탁한 색의 무언가를 덧대는 것보다 물음만 존재하는 백지대로 남아 있는 것이 더 마음 편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사실 예전의 나였더라면 '이런 책은 대체 왜 팔리는 거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나라면 사지 않을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단순히 개인 취향에 맞는 책이 아니더라도 책은 때때로 예상치 못한 도움을 준다는 것을. 책을 통해 타인에게 다정한 질문을 공유하고픈 마음을 책에 담아낸 저자를 떠올렸다. 그리고 책의 빈칸이 채워지든, 채워지지 않든 어느 쪽이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다정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저자가 독자를 위해 여백을 준비해 두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누군가는 위안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 '셀프 카운슬링'의 순기능


  번아웃 예방법을 읽으면서 번아웃은 개인이 노력한다고 무조건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현실을 깨달았다. '증상 알아차리기' 외에는 주변 환경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우스운 사실은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아, 번아웃은 나 혼자 예방할 수 없구나.'하는 사실을 깨닫고 리뷰를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중간고사를 준비하는 동안 사그라들었던 의욕이 조금이나마 되살아났다는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다이어리에 우울한 마음을 털어놓는 것보다는 SNS에 올릴 진솔한 리뷰를 쓰는 일이 마음 건강에 도움이 되는 쪽인 것 같다. 저자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이런 식으로 나 자신을 깨닫는 찰나를 거쳐 가는 것 또한 이 책의 순기능이라 믿는다. 좋은 책을 접할 기회를 주신 아르테 출판사 분들께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맺는다.

 

※ 책수집가 활동을 위해 아르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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