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집 의사 친구, 닥터프렌즈
닥터프렌즈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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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웃집 의사 친구 닥터프렌즈》 닥터프렌즈(오진승, 우창윤, 이낙준) 지음, 아르테 펴냄


- 판형: 130*190mm / 무선
- 한 줄 소개: ‘이토록 재미있는 의사 이야기는 처음이다.’ 당신에게 건강과 웃음을 선물해 줄 의사 친구들, 닥터프렌즈.


♥ 선한 영향력


  최근, 많은 사람들이 책보다 멀티미디어를 먼저 찾는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책을 뒤지기보다는 포털 사이트에 검색어를 입력한다. 그것이 더 편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얻는 방법이기 때문. 매년 국민 독서량은 줄어들고 출판업은 사양산업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런데 멀티미디어 매체로 이미 이름을 알린 사람들이 책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이웃집 의사 친구 닥터프렌즈》는 책장이 정말 술술 넘어가는 에세이였고, 닥터프렌즈를 꾸리고 있는 세 의사가 진솔하고 유쾌하며 제 분야에 전문적인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해 주었다. 유튜브에서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하듯 존댓말로 에세이를 쓴 것은 유튜브 영상과 에세이 간 괴리를 줄이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학구적이고 고루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의사’라는 닥터프렌즈의 이미지를 책에서도 살린 것이다.


  ‘선한 영향력’을 지닌 유튜버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기는 것은 ‘선(善)’에 힘을 부여하는 행위였다. 기록은 말보다 오랜 효력을 발휘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반향을 일으킨다. 더불어 멀티미디어에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 멀티미디어를 향유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미디어 속 세계를 간접적으로 알려줄 수 있다. 나는 유튜브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아날로그형 인간이다. 그래서 아르테의 신간을 통해 닥터프렌즈를 처음 알았다. 그들의 에세이는 나처럼 닥터프렌즈를 모르던 사람들이 닥터프렌즈 채널을 검색하고 채널의 영상을 시청하게 해 주는 계기로 작용한다. 동시에 닥터프렌즈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보던 구독자는 평소 즐거움과 힘을 주었던 이들의 글을 궁금해하며 책을 찾아 읽게 될 것이다. 책의 내용은 유튜브 영상과는 다른 특성을 통해 대중에게 또다른 도움이 되어 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선한 유튜버들이 지닌 선한 영향력은 배로 불어날 수 있을 것이다.


♥ 인간으로서의 의사


  닥터프렌즈의 의사들처럼 환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환자의 친구가 되어 주려고 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가끔은 환자나 보호자의 말은 들은 체 만 체하고 제 이야기만 하는 의사도 있다. 후자가 더 오래 기억에 남고, 그래서 의사라는 직업에 더 거리감을 느꼈던 것 같다.


  에세이는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는 닥터프렌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목표를, 2장에는 닥터프렌즈 각자의 전문과별로 자주 접하는 건강 고민에 대한 해답을, 3장에는 닥터프렌즈가 대학생에서 의사가 되고 또 유튜버가 되기까지의 삶을 담았다. 닥터프렌즈를 좀 더 친근감 있게 여길 수 있는 이유가 3장에 있는 것 같다. 이들은 의사로서의 자신도 보여주었지만 인간으로서의 자신도 드러낸다. 유튜브 영상을 찍으면서도 사담을 곁들이거나 농담을 하면서 의사가 아닌 인간인 모습을 보여 준다. 우리는 보통의 의사를 '병을 진단하고 치료해 줄 의사'로 생각하며 '가정을 꾸리고 꿈을 꾸며 살아가는 인간'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의사도 마찬가지일 때가 많을 것이다.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는 철저히 의사와 환자의 관계로만 존재한다. 의사와 환자가 서로를 더 가까이하고 알아갈 기회는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사실 우리는 상대를 만나는 순간순간 상대의 역할을 통해 그 사람을 인식하고 판단하곤 한다. 의사 또한 환자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인간 대 인간 관계보다는 의사와 환자 관계를 먼저 고려했을 것이다. 우창윤 선생님도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음을 3장에서 드러낸다. '환자라면 그저 아픈 병을 치료하기 위해 입원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들에게도 소중한 일상이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거죠. 부끄러운 변명이지만 정신없는 일과 속에서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개인을 질환과 합병증으로 범주화해서 파악하고, 그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놓고 보니 의사와 환자는 그리 다르지 않다. 분명 서로는 서로를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의 역할로 상대를 파악하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창윤 선생님은 환자와의 면담을 통해 '매일 비슷한 병의 진단과 치료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들을 다시 일상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하며 환자들이 '환자'일 뿐만 아니라 각자의 사연과 일상을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음을 이야기한다.

 

  김춘수의 시, '꽃'의 구절 중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내가 당신을 먼저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고 인간인 당신을 이해한다면 상대도 물론 나를 한 인간으로 대해 줄 것이다. 닥터프렌즈는 그렇게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의사들의 모임이다. 닥터프렌즈가 유튜브 채널로 알려진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들이 인간 대 인간 관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아닐까. 그래서 그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남는 것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났을 테다. 그들이 먼저 인간으로서 타자의 고민과 흥미에 화답했고 더불어 또다른 누군가가 인간으로서 인간을 대할 수 있게 해 주었기 때문에. 그래서 그들의 글이, 그들의 이야기가 참 괜찮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 만듦새

 

  쓰다 보니 하고픈 이야기가 많아져 만듦새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지 못했다. 이 책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컬러의 사용'과 '재미있고 귀여운 일러스트'였다. 다채로운 색을 이용한 책 구성과 포근한 색감의 일러스트는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거리감을 줄여줌과 동시에 '의사가 쓴 책' 자체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데 한몫했다. 세 사람의 얼굴,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와 조회수를 띠지에 담음으로써 기존 구독자나 유튜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시선도 끌었다. 책이 아담한 사이즈인데다 그리 무겁지 않아서 편하게 들고 읽기 좋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격이 아니었을까. 풀컬러 사양인데다 내지가 두꺼운 편이라 그런지 통상 에세이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된 편이었다.)

 

※ 아르테 책수집가 8기 활동을 위해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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