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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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불안한 사람들(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다산북스)

- 한 줄 소개: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불안한 사람들을 위한 유쾌한 위로.


#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등으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 책뿐만 아니라 영화로도 유명해진 '오베라는 남자'와 꾸준히 진행되는 집필활동 덕택에 프레드릭 배크만이라는 이름은 신작을 고민 없이 선택하게 해 주는 이정표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런 배크만의 소설을 꾸준히 출간해내는 다산북스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부조화


제목과 표지는 마냥 조화롭지만은 않다. 불안한 사람들이라는 불안한 제목에 쨍한 원색 표지에 피자를 먹으며 창밖의 불꽃놀이를 바라보는 토끼라니, 대체 표지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단박에 궁금해진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면 표지의 토끼는 왜 피자와 낙서같은 그림을 손에 든 채 불꽃놀이를 보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매력은 유머와 해학. 결코 가볍지 않은 주제를 재미있게, 그러나 너무나 가벼워지지는 않게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이다. 표지는 그런 유머와 해학의 연장선이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게. 재미있고 즐겁지만 진중하게.


# 조화


초장부터 내지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등장인물 소개 왼쪽 페이지에는 두 경찰과 오픈하우스의 인질들을 흑백으로 표현해두었고 소개 다음 페이지에는 불꽃놀이와 다리를 흑백으로 표현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예술적 요소로 인상을 남기고 책을 읽고 나서는 이 책의 디자인마저 작품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을 동네방네 알리고 싶어진다. 뒷표지의 떨어져 있는 권총도 눈에 띄었다. 여러모로 잘 만들어진 책이다. 완성본을 받은 것은 아님에도 그리 느꼈다.


# 불안한 사람들


인질극은커녕 자전거 도둑도 없는 작은 도시의 제야 전날, 권총을 든 강도가 은행에 침입해 단돈 6,500크로나를 요구한다. 6,500크로나는 한국 돈으로 87만원에서 88만원 정도의 돈이다. 은행 강도는 보통 그 정도 돈을 털려고 은행에 침입하지 않는다. 게다가 강도가 침입한 은행은 현금 없이 운영되는 은행이었다! 경찰이 출동하자 당황한 강도는 얼결에 은행 옆 아파트 오픈하우스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강도는 오픈하우스를 구경하러 온 손님들과 마주치게 되고... 은행 강도 사건은 순식간에 기상천외한 인질극으로 변하게 되는데...?!


작가는 15년 전에 강도 사건 현장에서 다리에 총을 맞은 뒤로 심리치료를 계속 받다가 2017년 가을의 어느 날 바닥을 찍었을 때 불안을 주제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극단적인 상황에 놓은 사람들이 아니라 주위를 둘러보면 다들 모르는 게 없어 보이는데 나 혼자만 어둠 속으로 추락하는 듯한 불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그저 버텨나가는, 자기처럼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인생에서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찾아오는 실패감과 공허감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말한다.


은행 강도도, 경찰도, 부동산 중개업자도, 오픈하우스 손님들도, 심리 상담사도, 이 책을 읽는 독자도 모두 아직 불안할 권리를 가진다. 어른이 되는 건 무척 복잡하고 어렵고 실패할 확률이 지독히도 높은 일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누구도 우리에게 어른이 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 모두는 충분히 불안한 세계에서 불안한 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불안한 세계라고 해서 마냥 절망과 비관에 빠져 있는 건 아니며 충분히 유쾌할 수 있음을 깨우쳐 준다.


- 서평단 활동을 위해 다산북스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


어떤 성별을 사랑하게 되는 게 아니잖아요, 안나레나. 어떤 바보를 사랑하게 되는 거지. - P258

결국에는 이해가 안 되는 사람과 결혼하게 된다고, 그래놓고 평생 이해하려고 애를 쓰게 된다고 하셨거든요. - P356

하지만 오늘 저녁에 집으로 돌아가거든, 오늘 하루가 끝나고 밤이 우리를 찾아오거든 심호흡을 한 번 하기 바란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보냈지 않은가. - P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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