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아니야
루비 슬리퍼잭 지음, 정미영 옮김 / 검둥소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혼자가 아니야,

제목이 말을 건네기보다는 소리치는 느낌이다. 그래도 시선은 끈다.

깊은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에 혼자서 카누를 타고 가는 표지와

‘나는 결코 인생을 혼자서 짓지 않았다’라는 선전문구.

알쏭달쏭하다.

인디언 오잡와족 출신의 저자.

선명하진 않지만 뭔가 궁금증을 자극한다. 이런 책이겠구나, 떠오르는 게 있긴 한데…….

380쪽 가량의 두툼한 소설.

주저하다, 집어든다.

 

 이 책의 출발을 자못 심각하다.

새엄마 사라의 폭력도 리얼하고, 아들을 저주하는 아버지도 광포하기 그지없다.

죽음의 위험에서 도망쳐나오는 어린 소년 대니의 모습은 너무도 처연해서 진저리를 치게 한다.

가출을 아이들의 성장통 정도로, 약간의 낭만적 색깔을 가미한 추억꺼리 정도로 삼고 있는

나를 꽤나 불편하게 만들면서, 대니는 숲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화물칸에 숨어들기도 한다.

조바심이 난다.

늙어가는 증세일까, 자꾸 마음이 흔들리는 걸 보면 곧 TV 드리마 앞에서 눈물을 쏟게 생겼다.




곧 숲속에서 기진해 쓰러지거나, 선로를 가로지르다 사고가 날 것만 같던 대니는

찰리라는 아저씨를 만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만든다. 

캐나다의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디언들의 문화 속으로, 

광대한 숲, 그리고 1만년 전 빙하기에 만들어진 호수 한가운데로 미끄러지듯 풍덩 빠져 버린다.




이제부터는 긴장의 끈을 풀어놓아도 좋다.

대니는 인디언 오지브웨이족이었고, 그들은 모두 한 가족이었다.

그들이 그곳에 살아가는 모든 생물을 대하듯, 대니도 그들의 일부로 대하고, 가슴으로 품어준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과 폭력으로 점철되는 도시의 생활이 대비되어 교차한다.




대니가 만나는 짐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헨리와 여러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하는 여정도 자연 그대로이다.

풍경화, 잘 짜여진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저자의 고향인 캐나다 온타리오 주 화이트워터 호수로 여행을 떠난 듯한,

카누를 타고 호수 위를 떠다는 것만 같은,

눈보라에 뒤덮인 설원의 눈썰매를 끌고 달려가는 것만 같은 장면들.




이제 대니는 안심해도 된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자연의 품으로 돌아온 아버지와 극적이고 가슴 아픈 화해를 한다.

그렇게 만나고 싶어했던 어머니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 슬픔을 안고.




슬프고 아름다운 소설이 가슴을 뻐근하게 한다.

할아버지와 함께 한 호수의 풍경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떠오르곤 한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묵직한 감동이다.




우리와 오지브웨이족 인디언들과는 무엇이 다른 걸까.

난 누구의 멘토가 될 수는 있을까

소박하게나마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마음 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