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적 성교육
김수진 외 지음, 성평등교육활동가 모임 모들 기획 / 학이시습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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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에 들어가기 전 "포괄적 성교육, 이어 말하기"라는 재영 대표저자의 글 제목처럼, 이 책은 "포괄적 성교육(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을 실천하는 교사, 전문강사, 양육자, 기업인, 활동가의 현장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종합적' 성교육도 낯선데 '포괄적' 성교육이라는 어색한 용어를 붙잡고 고군분투 중인 그들의 발언들에서 한국 사회에서 성교육의 현재와 함께 절망과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솔직히 포괄적 성교육은 물론이거니와 성교육조차 들어본 기억이 희미하다. 나 역시 성교육을 떠올려보면 중학교 시절 남학생들은 운동장에 축구하라고 내보내고 여학생들만 교실에 남아 양호교사가 월경대를 아무렇게나 휴지통에 버리면 지저분하니 이렇게 말아서 버려야 한다고 가르쳐주었던 것 정도가 생각난다. 평생을 성적 존재로 살아왔음에도 그 어떤 시기에도 성과 관련해 구체적이거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도움을 받았던 일이 딱히 기억나지 않는 걸 보면 인상적이었던 무언가는 없었던 듯하다. 출산을 앞두고 필요한 무언가를 얻기 위해 맘까페를 들락날락할 때마다 어떻게 이토록 많은 엄마들이 이렇게 순식간에 댓글을 달아주는 건지 놀랐던 일 정도가 떠오르니 말이다.

출산한 지 백일쯤 지나서 접속한 온라인 부너미 모임에 참여한 어느 분이 소개해주셔서 검색해 읽어 본 <국제 성교육 가이드>는 놀라웠다. 상당히 광범위하면서도 명료하게 학습목표가 진술되어 있었다. 성적 존재로 산다는 것을 이토록 다채롭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구나 싶었다. 이 책 <포괄적 성교육>은 나는 글자로 읽었던 '포괄적 성교육'을 살아내고 있는 이들의 일종의 증언 같았다.

성적 존재 당사자인 나의 성적 욕망과 성적 행동에 대해서 내가 참 무지하구나 나 역시 성교육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실감하기도 했다. "무언가를 배울수록 내가 싸워야 할 가장 높은 장벽은 '기존의 나'라는 것(141쪽)"을 절감하게 됐다. 양육자로서 한 세대가 지나도록 성교육 현장의 변화가 미미하며 공교육의 장벽은 견고하고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다는 현실을 생생한 사례로 읽으니 갑갑하기도 했다. 언제까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은 포괄적 성교육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설명하고 홍보한다. 개인의 노력은 물론이거니와 특히 국가 단위의 변화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 책이 교육부나 교육청 고위관리자들의 책상 위에 한 부씩 놓였으면 좋겠다. 세상이 쉽게 바뀌지 않지만 이렇게 새로운 문화를 만들자고 먼저 나서주는 이들이 있어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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