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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위의 새
로시오 아라야 지음, 김지연 옮김 / 너와숲 / 2023년 2월
평점 :

머리 위에 새를 잔뜩 얹고 있는 소피아는 선생님께 여러 질문을 한다. 더 나아지지도 않고, 행복해지지도 않는데 똑같은 글자를 왜 계속 써야 하나요? 구름의 크기를 잴 수 있나요? 왜 어른들은 늘 바쁜가요?
사실 처음 읽었을 땐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머리 위의 새는 뭐고, 이 아이의 질문들은 뭘 나타내는 것일까?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나면 항상 같은 길을 택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은 뭘까?
온통 물음표가 가득한채로 책을 덮었다. 그리고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머리 위에 새를 얹고 있는 아이를 다시 보았다. 꼼꼼히 보았다. 그 다음 선생님을 보았다. 선생님의 머리 위엔 아무 것도 없었다. 대신 안경을 썼다. 안경을 통해 교실을 보고, 결코 창 밖은 보지 않는다.
그제서야 책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의 머리 위에 있는 '새'가 무엇을 나타내는 것인지, '안경'을 쓰고 바깥을 바라보지 않는 선생님이 어떤 어른을 표현한 것인지, 책을 이해하고 나자 아이의 질문들이, 그리고 선생님의 대답이 좀 더 다르게 보이게 되었다.
아이의 머리 위에 있는 새는 마치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새들이 있기에 아이는 끝 없이 질문을 만들어내고 사고를 확장해나간다. 반대로 선생님의 안경은 편견, 아집, 마음의 틀처럼 느껴진다. 이 안경 때문에 어른들은 자신이 보고싶은 것만 보는 편협한 사고를 가지며, 남을 이해하는 마음을 잃어버린다.
마지막에 선생님께 새 한마리를 선물해드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린 어른들에게 많은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안경을 쓰고 창밖을 보지 않는 어른일까, 아니면 함께 머리 위의 새를 얹고 있는 어른일까?
숨겨진 여러 의미들을 찾는 재미가 있는 그림책이었다. 이 책은 아이들 보다는 어른들과 함께 읽고 싶은 그림책이다. '머리 위의 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자꾸만 생각을 하게 하는 멋진 그림책이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