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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진짜 고양이 ㅣ 책 읽는 우리 집 21
미야니시 다쓰야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7년 4월
평점 :

< 고녀석 맛있겠다> 시리즈의 그림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며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미야니시 타츠야의 신작 < 내가 진짜 고양이 > 입니다.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두 공룡이 서로 서로 배려해가는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게 표현이 되었던지
그 이야기들에 푹 빠져들어 캐릭터 인형도 그려보고 펠트 인형도 만들고 했던 때가 떠오르네요.
하나의 그림책이 아이들 머릿속에 새겨지면 그다음부터는 제가 찾아와 권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먼저 찾아오는 책이 되어있습니다.
<고 녀석 맛있겠다>를 이어받아 <메리 크리스마스 늑대 아저씨>,<찬성>, <저승사자와 그 녀석들>까지~ ^^
모두 다 무한 반복해서 보는 책들이 되어있네요.

< 내가 진짜 고양이 > 에서도 작가 특유의 장난스러운 표정과 크레파스. 색연필로 그린 듯한 그림들이 단번에 눈에 들어옵니다.
두 주인공이 공룡. 늑대들에서 멋짐을 드러내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고양이들로 바뀌어 있네요~.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에 책을 읽는 저희 아이들의 눈도 반짝입니다.

두 고양이 나비와 네로는 복숭아 하나를 두고 괜한 경쟁구도를 갖게 되지요.
자기의 잘난 점을 어필하기 위해 상대의 못난 점을 말하기도 하고
자기의 멋진 점을 보여주면서도 상대의 더 멋진 점은 이미 보았기에 질투하고 있음도 여실히 드러냅니다.

분명 두 고양이는 서로에게 관심이 있고 친해지고 싶어 하며 나름 표현도 하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다만 그 표현이 좋아하는 여자아이에게 일부러 장난 걸고 퉁명스럽게 구는 사내아이들처럼
말 한마디도 짓궂게 하고 대결이라도 제안하면서 친교를 나누기 위한 어설픈 구실을 만드는 것뿐인 거지요~.
" 내 수염을 봐 어때 멋지지?" 하는 나비의 으스댐은
나 이렇게 멋진 고양이니까 나랑 친하게 지낼래? 하는 말이었던 것이고
" 고양이 라면 아무리 높은 곳도 오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 하며 이죽댔던 네로의 말은
나 이렇게 용기 있는 고양이야 그러니 친구할래? 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겠지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자랑하고도 싶고
또 잘 못하는 부분은 들키지 싶지 않아 안간힘을 다해 따라 하려고 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참 잘 반영하는 네로와 나비의 모습이었습니다.
나의 멋진 부분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반영된 아이들이 모습이
날쌔고 윤기 있는 털을 자랑하는 고양이의 캐릭터와 너무도 잘 어울리는듯해요~.

나의 능력을 과시하고픈 욕심에 좀 더 과장되게 행동하고
나의 나약함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에 좀 더 무리를 하다 결국 나비는 돌부리에 넘어지고 맙니다.
이런 모습을 본 네로 또한 그제야 정신이 퍼뜩 드는 것이지요.
아까 나도 물고기 잡는 거 못했었는데 ... 나도 그때 힘들었는데... 하며..
<내가 진짜 고양이>가 도착하자마자 엄마인 제가 먼저 읽어보았는데요.
고양이 나비와 네로의 행동 패턴을 보며
엄마인 저는 솔직히 화해의 계기나 공감이 다른 전작들에 비해 조금 약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내가 진짜 고양이>를 읽고 난 저희 두 남자아이들의 반응은
웬걸요 ~ 저와는 아주 다르더라구요. ^^
" 엄마! 고양이 둘 다 수컷인 거 아니에요? 남자아이들은 대부분 다 그래요~.
별 차이도 안 나는 기싸움하면서 친해지고 심술부렸다가 금방 미안해지고 그러다 친구하고 다 그러는데~~" 하는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저도 네로처럼 그제야 정신이 차려지는 겁니다.
책 속 어디에도 네로나 나비가 수컷이라는 말은 없지만
흔희 남자아이들이 갖는 묘한 경쟁과 친하고픈 어설픈 표현과 그걸 멋쩍게 들켰을 때의 약간의 창피함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는 것을요~
이 책의 진가를 저는 바로 알아채지 못했지만 아이들은 바로 알아채고 있다는 사실에 한번 더 놀라웠습니다.
어저면 우리 아이들의 말대로 저 두 마리 고양이는 수컷들이었을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