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코프, 넌 루저가 아니야 상상놀이터 6
제리 스피넬리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발표를 하고 싶어 의욕에 가득 찬 아이의 표정이 너무도 해맑다.

두 다리가 바닥에서 한참이나 떠 있고 조금이라도 더 선생님의 시야에 들고 싶어 한껏 치켜든 손에 

 함박웃음 가득한 그 표정은 진심으로 즐거워 하는 아이의 표정이다.

그러나 그 해맑은 아이를 향한 손가락들은 어째 날카롭기만 하다. 엄지가 아래로 내려가 있는  넌 아니라는 비난이 폭주하고 있다...

'루저' 라는 표현은 참 슬픈 현실을 반영하는듯 하다.

노래의 가사에도 등장할 만큼 보편화 되어있는  비난적. 자조적 단어이면서도 1등이 아니라면 어느 누구나 루저인, 세상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루저들이다.

세상의 보편적 잣대로만 이야기 한다면  징코프는 이름에서 부터 루저이다.

우리나라의 ㄱ~ㅎ 의 순서대로  번호를  주는것처럼 징코프는 시작철자가 Z이기에 배치받는 자리마저도 늘 마지막이었다.

글씨가 괴발개발은 물론이요. 아무장소 아무때나 토해버리고   칠판으로 나오다 넘어지는것은 예삿일.

다 이기고 있었던 운동회 마저도 꼴찌로 만들어 버리는  비난 받을 수 밖에 없는 아이이다.


 

그러나 징코프는 진심으로 학교를 좋아하고 진심으로 학교를 다니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는 아이이다.

자기가 정말로 좋아하는 기린모자를 가지고 학교를 등교하였음에도  그것을 4학년 형이 가지고 싶어한다고 판단이 들었다면,

그래서 그 형이 행복할거라고 믿었다면 징코프는 그 기린모자를 기꺼이 " 좋아요" 라고 대답하며 형에게 주었다.

그 4학년 형은 어리숙한 징코프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기를 기대하고 일부러 건 딴지였음이 분명하지만

징코프는  그 형의 제안을 딴지라 생각하지도 못하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징코프의 사람을 위하는 마음은  책의 곳곳에서 드러난다.

앤드류와 헥터를 대할때도 그러했으며 거친 눈보라속 클로디아를 찾아 나설때도 그러하였다.

그런 징코프의 행동들이 때론 이용되어버리고 때론 일방통행으로 끝나버릴지라도 징코프의 마음만은 늘 따뜻했던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될때까지 징코프에게는 징코프로서 인정받는 이야기들이 없어 속상하였다.

 속상함이 좀 오래갈즈음 4학년이 되어서야  징코프의 다른점을 알아봐주시고 관심을 표현해주시며 

  첫째줄에 앉는 인생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주신 얄로비치 선생님의 등장에 막힌 속이 조금은 후련해지며 내가 다  감사하였다.

 그리고 무사히 초등을 졸업하고  중증생이 되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징코프를 응원하게 되었다.


 

 

부족한점 투성인 징코프에게  주변의 비난을 조금 무릅쓰고서라도 편을 들어주고 그 허술함을 채워주는 친구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생각해본다.

요즘 아이들 왕따 당하는 아이를 섣부르게 감싸줄 수 없는 이유가 나도 함께 왕따당할까봐이라고 한다.

왕따 당한 아이를 보고 그것이 옳지 않다고 판단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신변이 걱정이 되기에 암묵적으로 왕따에 동참하게 되어버리는  현실속에 우리 아이들이 있는것이다.


징코프를 보며 우리 아이는 어느 곳에 서 있을까 돌이켜보게 되었다.

분명 우리 아이도 징코프처럼 어리숙하고 막무가내인 때가 있었으며 선생님께 혼나고 야단맞던 때가 있었다.

그렇기에 징코프의 모습은 다른 아이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였으며

너무도 더디지만 차츰 차츰 존재를 찾아가는 징코프의 성장이 반가울 수 밖에 없었다.

꼴등은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유일한 사람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늘 패배만 하는 징고프이지만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았다는 당당함이 있었기에

징코프의 표정은 저리 밝을 수 있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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