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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 ㅣ 메르타 할머니 시리즈
카타리나 잉엘만순드베리 지음, 정장진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라스베이거스라...
메르타 할머니를 비롯 노인 강도단이 활약하게 되는 주요 무대가
바로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즉흥적이며 정신없고 가장 복잡한 도시 라스베이거스라는 점이 단연 흥미롭다.
도시 자체의 에너지만 살펴보더라도 70대 노인들과는 전혀 어룰릴만한 곳이 아니다.
그렇기에 그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의 노인들의 활약상은 오히려 더 두드러질 수 밖에 없는 듯 하다.
전작 <감옥에 간 메르타 할머니>에서도 그러했듯이 사회에서 뒷전으로 밀쳐진 주목받지 못하는 노인계층이기에
그들이 내는 목소리는 연륜이 묻어있으며 진정성이 내포되어 있어 더 큰 울림으로 다가선다.
책속에서 등장하는 사건들은 오히려 현실 가능성은 떨어지는 황당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강도들이 떨어뜨린 다이아몬드를 습득하게 되는것도 그렇고 그 경계가 삼엄하고 보는 눈이 많은 카지노에서 칩을 훔쳐내는것도 그렇다.
거액의 다아아몬드를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고 세관과의 말다툼 끝에 흘리고 온것도.. 마네킹을 잃어버린것도 ..
노인들이라는 설정이기에
허술하지만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노인 강도단들이 하는 일들은 철저한 계획으로 이루어진것들이 아닌 변수에 요행이 많이 작용하여 등장한다.
하지만 그런 황당한 부분들을 아주 유머있게 그러내었기에 메르타 할머니를 비록 다섯명의 노인 강도단의 모든 행적이 흥미로웠다.

세관과 경찰의 공무원을 따돌리고 부정한 방법으로 돈만 챙기는 자들의 돈을 가로채며
부정행위를 눈감아주는 댓가로 뒷돈을 챙기는 관리를 응징하는
홍길동이나 임꺽정의 의적같은 노인강도단이었다.
정당하다 말할 수는 없지만 변칙같은 방법으로라도 의를 따르며 가려운곳을 긁어주는 요소들이 들어있기에
우리 나라를 비롯 세계여러나라에서의 메르타 할머니에 대한 뜨거운 반응은
바로 응원이지 않을까 여겨진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도 그 재미적인 요소들안에 현실을 꼬집는 풍자와 시원한 외침들이 들어있어서 더 통쾌하였을것이라고 생각한다.
노인분들이 내뱉는 정치권을 향한 거침없는 발언은 꼭 우리나라만을 겨냥한 것은아닐텐데
지금 우리 나라의 정치권에게 하는 직접적인 외침처럼 들리는 건... 비단 나뿐만은 아닐듯 하다.
<감옥에 간 메르타 할머니>의 연장선에서 <메르타 할머니. 라스베이거스로 가다>는
보다 더 적극적 행동과 청취와 대화의 움직임이었다.
세상을 살만큼 살아 무엇인가 더 배워보고자 하는 의욕을 갖기는 어려운 나이라고
먼저 치부해버리는 현실에 대해 과감히 정면으로 맞서는 메르타 할머니.
훔쳐온 돈도 제대로 간수못하는 노인들이지만 경제적모순과 제도적 불평등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자들에게 제대로 돌아가기를 원하는 가장 고령자.
그들이 하는 힘겨운 움직임과 외침에 또 한번 귀 기울여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