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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초콜릿 ㅣ 에프 영 어덜트 컬렉션
미리암 프레슬러 지음, 염정용 옮김 / F(에프) / 2017년 3월
평점 :

67 kg 의 소녀 에바..
달콤한 초콜릿을 그 자체의 맛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먹으면서도 씁쓸함을 머금고 있는 에바의 모습에서
나의 청춘이 느껴지는 건 도대체 왜일까...
15세.. 여자아이. 우리나라라면 중 2 정도의 나이.
한참 질풍 노도의 시기 감수성이 예민한 여자아이인데... 몸무게가 67 kg이나 나간다고 한다면 ...
그렇다면... 그 여자아이의 고민은 충분히 이해될만하다.
한참 예쁠 시기에 한참 예쁜 모습과는 동떨어진 에바.
속하고 싶지만 속할 수 없는 현실에서 오는 상실감과 좌절감. 혼자 아웃사이더가 되어 들어가지 못하고 그 주위를 맴돌고만 있다.
이 시대가 생각하는 날씬하고 예쁘고 수영복을 입으면 s라인이 드러나는 우리가 생각하는 걸그룹 같은 그런 모습.
에바의 친구들 카롤라, 레나, 밥시, 티네와 같은 모습이 바로 에바가 꿈꾸는 모습이다.
나 커온 어릴 적을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 역시도 에바와 같은 때가 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예뻐서 선생님의 관심. 남자아이들의 관심을 받는 걸 보면
'나는 왜 안될까?'' 나는 왜 이렇게 키가 작을까?'' 요즘 나 살쪄서 그런 건가?' 하며 혼자 고민하곤 했던.....

<씁쓸한 초콜릿>은 사춘기를 겪으며 성장하는 15세 소녀의 감수성을 그대로 담았다.
어쩜 저리 잘 알까? 작가도 뚱뚱했었나? 할 만큼.. ^^
다이어트를 결심한 것도 들키고 싶지 않아 하고 결심한 나의 마음도 모르면서 팬케이크를 하나 더 만들었다며 권하는 엄마도 맘에 안 든다.
먹고 싶은 유혹을 꾹꾹 눌러가며 하루를 잘 참았는데.. 결국 순간의 유혹에 와르르 무너지며 기름기 줄줄 넘치는 연어를 몽땅 흡입하고
빵 구워지는 냄새에 참았던 식욕은 더욱 증폭되어 버터까지 펴 발라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만다.
그러면서도 더 먹을 건 없나 이미 눈은 냉장고를 살피고 있고 고르곤 졸라 치즈를 찾아내어 칼로 자를 틈도 없이 한입 베어문다.
ㅋ~ 나도 분명 다이어트 한다고 에바처럼 그랬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다 먹어치운 다음 그 엄청난 먹거리의 잔해들을 그제야 살펴보며
그깟 거 하나 못 참은 바보 같은 나 자신에 한없이 속상해하며 쥐어박고 싶었던 때가.. 나에게도 분명 있었다.
작가 마리암 프레슬러가 첫 작품 <씁쓸한 초콜릿> 을 1980년에 발간했다고 하니
작품이 나온 지는 이미 30년도 넘은 이야기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고민. 소녀의 고민이 이렇게도 공감이 되는 걸 보면
여자의 고민은 시대나 나라와는 상관이 없는 만국공통 시대공감의 당연한 고민인가보다.

<씁쓸한 초콜릿>을 엄마인 내가 읽고 나서 중학생이 된 내 아들에게도 꼭 읽어보라며 건네주었다.
여자의 마음 여자의 심리를 이해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에바의 내면적 모습과 매력을 인정해주고 배려해 주었던 미헬의 모습을 살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15살이 나 된 여자아이 에바를 바라보고 6시 30분까지의 통금까지 두며 걱정하는 아빠의 마음도 한번 들여다보았으면 했다.
에바는 이제 제법 큰 여자로서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선택하며 성장하고 있으나
그걸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 아빠의 마음은 물가에 내놓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밑바탕이라는 걸 알아챌 수 있으려나...
꽤나 뚱뚱한 자신의 외모에 속상해하면서도 노력하면서 조금씩 마음이 강인해지는 에바의 모습이 흡족하였다.
외모가 크게 바뀌지는 않았으나 노력하는 자신의 의지를 부모에게 표현하고 친구들에게 표현하면서
뚱뚱함으로 인해 스스로 만들었던 장벽을 찾고 허무는 그 한 걸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누구에게나 초라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시기가 있음을.
그 시기를 이겨내는 힘은 내게 있음을..
<씁쓸한 초콜릿>을 읽는 우리 아이에게도 생겨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