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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도시 Z
데이비드 그랜 지음, 박지영 옮김 / 홍익 / 2017년 6월
평점 :
품절
본 서평은 도서를 이벤트로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데이비드 그랜이라는 르포 소설 작가가 아마존 탐험가 퍼시 포셋의 발자취를 추적한 탐험기를 퍼시 포셋의 탐험기와 교차 편집한 르포 소설이다. ‘아마존 탐험 미스터리’라는 키워드가 전면에 내세워져 있어 독자는 탐험 소설로 착각하기 쉬우나, 사실은 "포셋이 어디를 거쳐 갔는가?" 혹은 "포셋은 무엇을 발견하였는가?"가 소설의 대전제이며 그의 활약 무대인 아마존은 도구적인 요소에 가까우므로 포셋이라는 인물에 대한 취재 르포라고 하는 것이 정확하다.
소설은 아마존을 탐험 중인 작가가 캠프 외부에서 접근해오는 기척을 느끼는 것에서 시작된다. 챕터 이름은 ‘머리말’이라고 되어있지만, 일반적으로 소설 시작 전에 배치된 ‘작가 서문’과 같은 머리말이 아니라 도입부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곧바로 19세기 초 포셋 최후의 아마존 탐험 출발 장면이 이어지는데 바로 앞 챕터의 ‘머리말’에 이어 잘못된 사전 정보와의 괴리로 인한 당혹감을 자아낸다.
그 후 초반 1/3까지는 탐험가로서의 삶을 시작하는 포셋을 그리는 이야기와 최후의 탐험을 좇으려는 작가의 이야기가 한 챕터씩 번갈아가며 등장한다. 3인칭의 탐험가 이야기와 1인칭의 작가 이야기가 반복되는 이 구성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일관되게 유지된다. 이는 중반 이후로는 절묘하게 맞아떨어져 몰입을 유도하나 초반 구성에는 적절하지 않다. 사전 정보의 오류로 소설의 성격을 잘못 판단한 독자가 어느 부분에 집중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 힘들게 만들며, 전문 번역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낮은 초반 번역 수준은 소설의 흡인력과 가독성을 심각하게 해친다. 인내하며 한 장 한 장 넘기던 중 발견하게 되는 “당신은 한 번도 캠핑을 해 본 적이 없죠? 그렇죠?”, “골디 경의 푸른 눈이 얼굴에 구멍이라도 뚫을 것처럼 예리하게 꽂혔지만, 포셋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그 앞에 섰다.”, “정말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저와 무슨 상관있습니까?”와 같은 기계적인 번역과 “방금 학습을 마친 초보 스파이의 활동은 단연 눈에 띄었다. 포셋의 이러한 탁월함은 영국 정부 식민지 행정관으로 일하던 조지 골디 경의 눈에 띄었다. 그는 1905년 왕립 지리학회 회장을 맡게 되는 거물이다.”라는 식의 매끄럽지 않은 문장 연결 처리 등은 독자가 중간 이탈을 고민하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1/3 이후로는 그러한 문장은 더 발견하기 힘들며, 난해하던 시점 교차도 점차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포셋의 가족을 방문하여 ‘데드호스캠프’ 암호의 비밀을 발견하자마자 끝난 챕터는 바로 다음 포셋의 “같이 가보지 않겠소?”라는 대사로 이어지는데, 바로 직전 챕터에서 정제되지 않은 번역으로 상기된 감정을 곧장 카타르시스로 승화시킨다. 이 이후로 소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생동감 있게 전개되며, 잦은 시점 교체에서 오는 짧은 호흡은 독자를 감질나게 만들어 책을 덮게 두지 않는다.
이 소설은 애초 표지에서 주는 기대감만큼 박진감 넘치지는 않으나, 매우 생생한 전개를 자랑한다. 미국 소설은 각 인물이나 서사 또는 장면을 세세하게 묘사하는 것보다 사건을 간결한 표현으로 끊김 없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마치 할리우드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하여 읽는 내내 아마존 밀림 속 탐사로가 눈앞에 영상으로 펼쳐져 있는듯하다. 후반부의 포셋 탐험기 마지막 문단부터 교차하는 작가의 추적 여정의 첫 문장까지는 이러한 서술 방식의 묘미가 극대화된 부분이다.
“포셋과 잭, 그리고 리멜은 가이드와 포터에게 손을 흔들고 밀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수야스족이든 샤반테족이든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뚜벅뚜벅 걷고 있는 포셋의 뒤를 따라가는 잭과 리멜의 발걸음은 심중에 있는 두려움을 반영하듯 무거워 보였다. 아마존은 이미 건기의 한복판으로 접어들고 있었다.”
- 20.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트럭 뒷좌석에 앉아서 현재 우리가 있는 위치를 알아보기 위해 GPS를 손보고 있었다.”
- 21. 마지막 목격자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특이점은 아마존 원주민이 겪어야 했던 고난을 비교적 객관적인 태도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탐사대가 맞서야 할 위기 요소 중 하나로 객체화된 원주민 마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과거에 어떠한 위험을 겪어야 했고 점차 외부인에게 위협적인 존재로 돌아섰는지 취재 기자의 관점에서 추측하는 부분이 여러 차례 등장한다. 백인 문명의 아프리카 침탈과 비교해 덜 알려진 ‘고무 노예’에 대한 서술은 소설의 중심 소재인 백인 탐험가 포셋을 영웅화하지 않도록 선을 긋는다. 포셋이 정복에 직접 가담한 것은 없을지언정, 아마존 원주민 ‘인디오스’의 터전인 아마존을 ‘문명화되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미지의 지대’로 정의하여 탐험하고 알아내려는 태도 자체가 백인 중심주의에서 비롯한 사고임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한다. 작가의 추적 탐사가 종반으로 다가가면서 발견하는 지형지물과 만나고 겪은 원주민 마을에 대한 묘사는 오만한 모험심과 대비되어 더욱 비극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 냉정한 시선을 일관되게 고수하며 소설은 완결된다.
전반적으로 훌륭한 탐사기라는 것은 출판사의 광고에 백 퍼센트 동의하여야 할 것이다. 다만, ‘미스터리한 탐험기’가 아니라 선명한 현장 르포이다. 책 뒤표지 홍보문인 아래의 문단은 이 책의 특징을 설명해주지 못하며, 독자에게 동떨어진 기대를 하게 하여 오독을 유도할 뿐이다.
“한 명의 군인이 실종되었다.
황금으로 가득한 전설의 땅, ‘잃어버린 도시 Z에서…
20세기 최대의 탐험 미스터리가 된 퍼시 포셋의 실종을 추적하여
뉴요커지 기자인 데이비드 그랜이 아마존을 향해 떠난다.
그리고 밝혀지는 놀라운 사실들…“
아마존에 대한 르포 소설이라고 광고하는 것보다 ‘인디애나 존스’의 실존 모델인 퍼시 포셋을 따르는 모험 소설로 광고하는 편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끌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나, 어떻게든 읽기 시작하기만 하면 되었다고 하기에는 초반부의 흡인력이 너무 약하므로 실효성 있는 방법인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