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학교 심포니 논픽션 1
가와이 마사오 지음, 김미숙 옮김, 정인현 그림 / 심포니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나의 고향은 세계적인 늪지인 우포늪 바로 옆이다.

우포늪이 나에겐 바로 집이고, 운동장이었던 거다.

8살 때까지 고향 한옥집에 살면서 나의 친구들은,

아침에 눈을 뜨고 방문을 탕~~! 열면 바로 보이는 하늘과 낮은 담 앞으로 쫙~ 펼쳐진 논,

마루 뒷문으로 보이는 산이었다.


​그 곳에는 내가 다가가기만 하면 함께 놀아 주는 친구들(생명체들)이 늘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종일 산과 들, 우포늪 물가를 정신없이 뛰어 다니다 보면, 하루 해가 너무 짧아서 지는 해가 서운해

해의 머리를 꽁! 쥐어 받곤 싶었다.

내 입장에서는 그들과 함께 노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들 입장에서는 내가 귀찮게 하고

생명의 위협을 느낄정도로 괴롭히는 거였다는 걸, 10살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내 삶은 훨씬 더 척박하고 메말랐을거다.


가이아(지구의 여신)의 품에서 마음 놓고 뛰어 놀던 기억들을 옮겨 놓은 듯한 책이라 읽으면서 회상도 되고

공감이 많이 되면서도.. 일본의 얘기다 보니 정서적, 환경적이 차이로 인해서 비교도 되었던 게 사실이다.

마치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분이 시골의 생활을 짐작하여 쓴 듯한 느낌이 들어 책을 읽어 나가기가

쉽진 않았다.  딱딱한 시멘트길만 밟아 본 사람이 고운 흙길을 밟았을 때의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억지로 표현법을 쥐어짜내는 느낌이랄까?

갈대숲을 헤쳐 나갈땐 저 느낌이 아닐텐데.. 비 오고 어두운 들길에서의 느끼는 감정들은 좀 더 복잡 미묘할텐데..

책을 읽으면서도 계속 떠오르는 어릴 적 기억과 경험때문에 가끔씩 책장을 덮게 되어서  번역상의 아쉬움이 컸다.

숲속에 들어 섰을 때 온 몸으로 느껴지는 숲의 향기와 편안함, 숲 속의 생명들과 동일체가 된 듯한

느낌들이 있을텐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표현이 미흡해서 아쉬움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읽는 동안 자꾸 되새기게 되었던 문장. "아... 나 우포늪에서 컸지.. 비교하면 안 돼지!! ㅠㅠ)


하지만 현재의 아이들은 정말 경험하기 힘든 얘기들인지라, 자연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읽는다면

상상과 함께 즐거움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책장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 평소에도 감사하고 있었지만, 우포늪에 안겨서 보낸 나의 유년 생활에 대해 정말 더 감사해야겠구나..

  1년 365일 8760시간 525600분 * 8년의 시간이 현재의 삶을 지탱해 주고 있음에 참 감사합니다."

였다.

늘 농사일로 바쁜 부모님 대신에 나를 보호 해 준 것은 자연의 따스한 품이​었기에 요즘 아이들도

이런 따스함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음 좋겠다.

요즘엔 체험활동으로 자연과의 경험을 많이 대체하던데, 체험활동과 연관하여 읽으면 좀 더 깊이 있는

숲 속의 학교를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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