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 속의 호랑이 (독일어 완역판) - 독일 전차 에이스 오토 카리우스 회고록
오토 카리우스 지음, 진중근.김진호 옮김 / 길찾기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격적인 서평을 쓰기에 앞서 솔직한 고백을 하나 하자면 사실 필자는 밀덕이 아니다. 필자가 지금까지 쓴 글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필자는 무기 제원이나 개발사, 각종 이론과 교리에 대해서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밀알못이다. 그럼에도 티거 탱크와 오토 카리우스의 존재는 그런 필자조차 모를 수 없는, 한국 인터넷에서 2차 세계 대전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씩 들어본 존재들이었다. 누구나 AK-47과 그 개발자 미하일 칼라니시코프의 존재는 알았던 것처럼 말이다. 20151, 그가 작고하였단 소식을 들은 후에 짤막하게 그를 애도했던 기억도 난다. 당연히 그의 회고록 <진흙속의 호랑이>가 국내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에 큰 관심을 가졌으나, 문제의 오역 논란 때문에 시도하진 않았었다. 정 돈주고 사는 것이 아까웠으면 도서관에 가서 읽어보면 되었겠지만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반드시 연체하고야 만다는 필자의 못된 버릇 때문에 끝내 시도해보지 않았다. 그렇게 그의 이름을 듣게 된 이후에 10년이 가까이 지나서 오토 카리우스의 회고록이 마침내 전격전의 전설을 번역한 진중근씨에 의해 완전히 번역되었다. 굴락 카페에서 진행된 서평 이벤트에 운좋게 당첨되었고 10년을 벼르던 그의 회고록을 마침내 읽게 되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구술사에 대해서 대단히 흥미가 많았는데 필자가 지금까지 읽은 구술사들은 대부분 외교관, 정치가의 회고록들이었고 일선에서 분투한 장병들의 회고록은 다소 생소한 것이 사실이었다. 자연스럽게 필자가 관심을 가지는 정치, 외교적 중대사의 내막이나 뒷모습에 대한 언급보다는 역사의 중대한 시기에 있었던 개인의 입장을 담고 있었으며 티거 에이스인 저자의 신분상 매우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얘기가 많아서 다른 회고록들에 비해서 읽기가 상당히 뻑뻑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특정한 주장을 담기보단 저자 오토 카리우스의 생애와 전쟁에 대한 인상을 담은 개인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필자가 지금까지 리뷰한 학술서, 교양서에 비해서 서평을 쓰는 것에 상당히 난관을 겪었다. 고민 끝에 본 서평은 오토 카리우스의 전쟁 경험을 서사적으로 정리하는 것에는 비중을 두지 않고 책을 읽으면서 필자가 주목하였던 몇몇 부분을 자세히 다루는 것에 집중하겠다.

첫번째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본 책이 제2차 세계 대전, 특히 가장 엄혹하였던 독소전쟁 중의 경험을 대부분 얘기하고 있지만 전쟁을 겪어보지 않았을 한국 군필자 독자들의 입장에서 굉장히 흥미로울 것이라는 점이다. 단순히 적을 죽였다, 뭔가를 때려부쉈다, 어디를 점령했다는 기술적 서술을 넘어서 상급자들과의 관계, 전우 및 후임자들의 관계에 대한 카리우스의 상세한 설명은 군생활에서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인간관계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다른 특기 분야 간의 갈등, 고압적인 장교의 지시와의 마찰, 무능하고 이기적인 직속상관과 부하들의 갈등은 군필자라면 모두가 자신의 군생활을 투영해보면서 읽을 내용들일 것이다. 다만 한가지 논쟁적인 부분이 있다면 카리우스는 군생활이 대단히 고된 것임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매우 가치 있고 고귀한 경험으로 간직하고 있는데, 군 복무 경험을 시간낭비로만 여기는 이들을 소위 뺀질이, 폐급으로 간주한다. 카리우스의 이런 논평에는 발끈할 독자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단순히 독일군에 복무했던 자신에 대한 정당화를 떠나서 그가 전쟁 중에 끈끈한 유대관계를 나눈 훌륭한 전우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도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의 경우에도 군생활 중에 형성된 인간관계가 지금까지도 유지되고 있고 그들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군복무 경험을 여전히 대체적으로 좋은 것으로 간직하고 있다.

둘째는 이 책에서 가장 논쟁적인 내용일 것인데, 카리우스는 독일군을 단순히 침략자, 범죄자로 보면서 분투한 자국의 군인들을 폄하하는 여론에 대해서 책 곳곳에서 반기를 드러낸다. 또한 독일군의 분투가 볼셰비즘의 서진으로부터 서유럽을 구원하였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독소전쟁에서 누가 선제공격을 하였는지, 독소전쟁이 없었으면 과연 소련의 영향력이 엘베강까지 전진할 수 있었는지의 문제는 고찰의 대상이 아니며, 마치 90년대에 유행하였던 Ice Break 테제, 즉 소련은 어차피 독일을 선제공격할 것이었으니 독일의 전쟁은 예방전쟁에 불과했다는 블라디미르 레준의 엉터리 이론을 전제한 것과 같다. 카리우스가 독일군이 범죄와 완전히 무관하였다고 주장한다거나 러시아인들을 죽여 마땅한 벌레들로 폄하한 것은 아니었으나 (오히려 카리우스는 미군에 대해서 낮게 평가하면서 러시아인들은 일선 병사들에서부터 정치장교들에 이르기까지 매우 높게 평가하고 있다) 마치 독소전쟁이 전사 대 전사의 공정한 싸움, 혹은 침략자에 대한 방어전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회고록은 매우 주의 깊은 일독을 요구한다.

독소전쟁 중 독일군의 범죄와 전쟁의 참상, 소련 선제공격설의 허위 등은 이 서평과는 무관한 얘기이므로 자세히 얘기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카리우스의 이런 멘털리티가 분명 옳은 것은 아니나, 인간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완전히 부정하고 바닥에 납작 엎드려 땅을 기라고 요구하는 것은 어려운 것임은 이해해야 한다고 하고 싶다. 한국인들이 일본의 역사 문제를 다룰 때 자주 벌이는 실수 중 하나는 미군 폭탄에 맞아죽은 일본인들은 고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전쟁을 일으킨 죄많은 쪽바리들이니 감사하게 죽어야 한다라고 반성하며 죽어야 한다고 여기거나(이 정도로 극단적이진 않더라도 반딧불의 묘를 둘러싼 논란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뉘앙스들은 아주 많다) 당대 일본인들이 가졌던 모든 신념과 사고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허황된 개소리라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인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적어도 과거의 참상에서 한걸음 더 나선 우리는 이런 복잡한 문제에 대해 살육의 시대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수준에서 생각해보고 냉철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불운하게도 작금의 국제적, 국내적 상황을 보면 우리는 그런 교훈을 크게 얻지 못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인류사를 뒤흔든 거대한 사건 속에 있었던 개인의 관점이라는 점에서 가치 있으며 군필자들 입장에서 자신의 경험을 투영해 볼 수 있는 한 기회가 될 것이다. 독자들의 사려 깊은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
정의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본 서평은 부흥 카페 서평 이벤트에 응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유대인이란 말을 들으면 무슨 단어가 떠오르는가? 한국이라면 탈무드, 소수 민족임에도 세계를 주무르는 지혜로운 민족이라는 선망어린 이미지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적어도 필자가 어릴 때는 그런 느낌이었다. 요즘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분명히 해둔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유대인들이 단순히 지혜롭고’ ‘근면하다는 것보다는 로스차일드 가문으로 대표되는, 세계를 배후에서 주무르는 음모론적인 시각에도 상당히 힘입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본다면, 유대인에 대한 이미지는 실질적으로 일상생활에서 유대인을 그리 접할 일이 없는 (물론 이것도 요즘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한국과 달리 더 극단적인 것으로 치닫곤 한다. 세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의 이미지에서 20세기 유럽을 지배한 상반된 두 음모론인 유대 볼셰비즘과 월가 유대 자본에 이르기까지 반유대주의는 유서 깊고 광범위한 것이었으며, 비단 나치 독일 뿐만 아니라 드레퓌스 사건이 일어났던 프랑스를 비롯한 서유럽, 그리고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 이르기까지 이념과 지역을 가리지 않고 반유대 편견에 기인한 박해와 정치적 사건이 벌어졌다. 이러한 의미에서 유대인 하면 지금도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피해자라는 이미지 역시 강하다.

역으로 이스라엘 건국 이후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동 분쟁 때문에 유대인하면은 ‘2천년만에 나타나 팔레스타인을 강점한가해자의 이미지 역시 강하다. 2차례의 인티파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분쟁, 레바논 전쟁, 그리고 네타냐후 내각 하에서 우경화되는 이스라엘의 사회 등 가해자 이스라엘에 대한 담론들은 오늘날에도 질리도록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양쪽으로 극단화되는 담론은, 모든 극단화가 그러하듯이 맥락과 사실보다는 이미지 소비로 이어지고, 결론을 정해놓고 심도있는 논의를 거부한다. 유대인 문제는 가장 감정적이고, 정치적으로 소비되며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이스라엘 민족이라는 고리타분한 찬양과 유대인만 없었으면 세상에 문제도 없었다라는 히틀러의 꼬리들을 한국 인터넷에서조차 모두 골고루 접할 수 있다. 샤일록이 외친 유대인은 눈이 없는가? 손도 없고, 장기도, 신체도, 감각도, 감정도, 열정도 없는가? 같은 음식을 먹으며, 같은 무기에 상처 입고, 질병에도 걸리지 않는가?”라는 절규는 두 극단적인 시선에 모두 적용된다. 모든 역사적, 사회적 문제가 그러하듯이 유대민족에 대해서도 다층적이고 심도 있는 접근은 필수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대인에 대한 신화에 대한 진중한 책이 나온 것은 대단히 환영할 일이다. 한겨레 기자 출신의 정의길이 집필한 <유대인, 발명된 신화 - 기독교 세계가 만들고, 시오니즘이 완성한 차별과 배제의 역사>는 무려 500쪽에 가까운 분량과 더불어 총 14장에 걸쳐 유대민족에 관한 다양한 주제들을 탐독한다. 고백하건데 필자는 이 책을 받기 이전까지 이 책의 지향과 접근방법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없었으며, 저자에 대한 지식도 없었다. 다만 근래에 중동전쟁에 관련된 논저들을 읽으면서 그간 피상적으로 알려졌던 문제들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가에 대한 신선한 충격을 느끼며 중동문제에 대한 몰이해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따라서 이스라엘 건국을 포함한 현대 중동사의 뜨거운 감자들도 다루는 이 책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고 서평을 신청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이사와 여러 개인 사정으로 인해 책을 수령하고도 펼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나, 하루만에 완독하는데 성공했다. 완독 후 느낀 것은, 필자의 관점에 동의되지 않는 부분도 있으나, 이런 책이 한국 인문도서 시장에 나온 것 자체가 상당한 성과라는 것이었다. 본서는 이스라엘의 기원, 성서학의 기원, 유대인 추방 문제, 유대인 공동체의 확산 등 유대인 신화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탐구하며, 이 과정에서 기존에 출판된 저서들에선 거의 다루지 않거나, 못한 주제들을 소개하였는데, 가령 예멘 유대인의 문제, 1차 중동전쟁 시점 팔레스타인의 분열과 붕괴, 요르단 국왕 압둘라의 야망으로 대표되는 각축하는 아랍 세력의 역학 관계, 아민 알 후세이니의 강경론의 파국 문제 등을 소개한 책은, 국내 저서 중에서는 이것이 처음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저 필자의 지적 게으름의 문제일수도 있다. 만약에 이미 다룬 책들이 있다면, 그 책의 저자분들께 겸허히 용서를 구한다)

그러나 몇가지 문제점 역시 보였다. 21세기 초, 기존 역사적 상식에 대한 딴지 걸기가 대유행한 적이 있었다. 사실 어떤 물건은 아무개가 발명한 것이 아니고, 성군으로 알려진 아무개는 사실 비루한 인간이었으며, 이러한 명언은 사실 누군가 말한 적이 없다는 류의. 이러한 역사 딴지걸기는 어느 정도 지적 유희는 제공했지만 무리수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이 책 역시 어느 정도 그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가령 저자는 아서 쾨슬러가 제시한 하자르족이 아슈케나지의 실제 조상이었다는 주장을 인용하면서 해당 주장이 반유대주의 주장으로 매도당했다는 것만 지적하지만 적어도 필자가 알기로 해당 주장은 유전자 연구가 이루어지면서 사장되었다. 그러나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은 없이, 유대교가 퍼지면서 없던 유대인들이 만들어졌다는 담론에 집착하는 면모가 책 전반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경향은 무려 500쪽에 달하는 긴 책을 쓰면서도 참고문헌이 지나치게 적은 것과도 연관이 있는데, 저자는 슐로모 산드의 <만들어진 유대인>에 상당수 출처를 의존하고 있다. 지나치게 적은 참고문헌 활용은, 일부 신선한 사실의 소개에도 불구하고 정작 핵심적인 내용들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가령 예멘 유대인을 소개하면서 중동 각지에서 벌어진 포그롬과 미즈라힘, 세파르딤에 대한 이스라엘 건국 세대들이 겪었던 딜레마(사실 이스라엘 건국의 아버지들은 이들을 받아들이는데 그렇게까지 열성적이지 않았으며, 따라서 모로코 유대인들은 상당수 돌아가기도 했다)에 대한 문제는 너무나도 빈약하게 설명된다.

또한, 아민 알 후세이니를 소개하면서 그가 영국 통치에 부역하다가 자신의 통치권 유지를 위해 반영운동으로 갑작스럽게 전향했고, 이후 히틀러와 협력하면서 홀로코스트에 참여하고 발칸반도에서 학살을 자행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으며, 벤구리온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건국의 아버지들이 가지고 있던 팔레스타인 인종청소문제가 근래 이스라엘 학계에서 지적되고 있지만 정작 이러한 연구 경향에 대한 소개가 없다. 영국과 중동에 대한 문제도 어느 정도 탄탄하게 근거를 갖추고 접근했으나, ‘기만적인 사이크스-피코 협정이라는 기존의 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책이 결론을 정해놓고 쓰여진 것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며, 첫 시도로는 의의가 있지만, 그 완성도가 탁월하다라고까지는 할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그리고 책의 후반은 네타냐후 정권 하에서 우경화되는 이스라엘에 대한 경계를 주로 담고 있으나, 흥미로운 주제이되 정작 90년대부터 이스라엘 민주주의의 퇴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음에도 이러한 연구를 인용하기보단 그저 네타냐후 정권이 얼마나 극우인가를 비판하는데 집중하였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주제가 유대인 신화 해체보다는 이스라엘 비판으로 전환되는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정치적인 이유로 소비되는 민감한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탐구 도서가 나왔다는 것은 대단히 환영할 일이며, 전체적인 책의 완성도는 중동에 대해, 유대인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보기에 나쁘지 않다. 또한, 하루 만에 읽었다는 필자의 부연에서 알 수 있듯이 문체 역시 이해하기 쉽게 잘 쓰였다. 여러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쟁으로 보는 서양사 만화라서 더 재밌는 역사 이야기 1
살라흐 앗 딘 지음, 압둘와헤구루 그림 / 부커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서평은 역개루 카페의 서평 이벤트로 쓰여졌음을 밝힙니다.


역사에 대한 지식이 많든 적든, 인간의 역사는 전쟁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이라면 역사에 대해서 가장 쉽게 흥미를 가질 수 있는 부분도 대군의 진격, 제국의 확장, 기적적인 승리를 거둔 명장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 전쟁사에 대한 저작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더 정확히 말하겠다. 외국에 비하면 아주 적다고 하겠다. 한창 세계사 전반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생 시절 필자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제국의 지중해에서의 각축, 십자군 전쟁, 나폴레옹 전쟁 등 유명한 전쟁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자료의 부족으로 큰 좌절을 겪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전쟁으로 보는 서양사’, 그것도 만화로 나왔다는 사실은 역덕입문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필자가 근래에 서평을 쓴 대부분의 책은 서평 이벤트를 제의받고 나서야 그 존재를 알게 되었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트위터를 통해 일부 원고가 소개되었으므로 출간되기 한참전부터 필자의 관심을 끈 책이었다. 나중에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주저하지 않고 서평을 신청하였고, 근래에 서평을 쓰게 된 책들 중에선 가장 기대를 하였다는 사실을 먼저 부연해둔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일까, 이 책의 가치에 대해서 어느 인정한다는 것을 전제로 해두겠지만 몇가지 쓴 소리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같다.

 

우선 본 책은 서양사의 전쟁 중 십자군 전쟁과 2차 세계대전의 유럽전선에 대부분을 할애하며 백년전쟁, 나폴레옹 전쟁, 남북전쟁 등에 몇가지 에피소드를 할애한다. 십자군 전쟁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원정들도 모두 다루면서 정작 나폴레옹 전쟁은 워털루 전투만 나오는 등의 이 중구난방의 비중과 구성은 전쟁으로 보는 서양사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는다. 유럽 역사의 흐름을 뒤흔든 대규모 전쟁들은 유럽사에 문외한인 본인이 아는 것들도 숱하게 많지만 이 책이 다루는 범위는 제목에 비해서 너무 적다. (그러한 전쟁들의 목록을 굳이 적진 않겠다. 어느 전투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었다는 식은 흥미 본연의 서술을 무릅쓸 정도로 서양사에 대한 지식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작 필요한 내용은 없으면서 전간기 유럽의 국제정치적 위기처럼 명백히 외교사에 가까운 내용이나, 쿠바 미사일 위기처럼 단순히 서양사에 국한되지도, 그렇다고 해서 전쟁사라고 할 수 없는 사건이 들어가는 등 구성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차라리 만화로 보는 십자군 전쟁이나 만화로 보는 2차세계대전의 배경으로 세분화해서 접근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교롭게도 두 분야 모두 김태권 작가가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히틀러의 성공시대를 이미 출판한 적이 있다. 그 내용에 대해서 좋은 점수를 주긴 힘들지만 말이다.

 

내용의 밀도로 들어간다면 역시 아쉽다. 특히 한때 필자가 큰 관심을 가지고 섭렵했던 십자군 전쟁을 읽은 후에 내용이 지나치게 얇고 인터넷 드립위주의 가벼운 전개가 거슬렸다. 오해는 하지 말자. 필자는 이런 드립으로 가득 찬 가볍고 재밌는 전개를 아주 좋아한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에는 드립이 악영향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첫째는 내용의 밀도가 얇은 상태에서 설명이 드립으로 대체되고 있어 이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의 눈에는 불충분하고, 입문자의 눈에는 그저 과거 어딘가에 존재했던 멍청이들의 지리멸렬한 자멸이라는 이해로 이어지기 쉬웠으며, 둘째는 인터넷 드립과 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해하기 힘들어 입문용이라는 이점을 해칠 가능성이 높았다. 이는 과거 굽시니스트의 본격 2차세계대전 만화를 처음에 읽고 느낀 것이기도 한데, 굽시니스트는 2차 대전의 유럽전선에 주목하여 설명의 밀도가 높았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지만 본 책은 지나치게 넓은 범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내용의 밀도에 대해서 다시 지적을 하자면 역시 너무 얇다. 비록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가 정치적 주장에 근거한 악의적인 것이었을지언정 십자군 전쟁의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 대해서 길게 설명한 것은 구성으로서는 훌륭한 것이었으며, 따라서 필자도 한때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의 열렬한 애독자였다. 하지만 본 책의 내용은 배경이 없는 것은 애초에 문제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전쟁사의 내용 자체의 밀도가 낮다. 더군다나 해당 내용의 상당수가 나무위키의 영향을 받았단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단순히 관련 도서를 읽었다면 반드시 나와야 할 핵심적인 설명들은 없고 나무위키에서 강조된 서술은 나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것은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고, 작가들이 조사 과정에서 나무위키에 넣은 것일 수도 있다. (필자는 자주 그런다는 것을 밝히는 바이다) 하지만 어떻게 되었든 간에 실제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각 장마다 미주의 형태로 출처를 남겼으면 좋았을 것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림 출처는 있지만 어떠한 내용 출처도 찾을 수 없었다.

 

쓴 소리를 잔뜩 적었지만 그럼에도 필자는 이 책의 가치에 높게 주목한다. 필자가 쓴 일련의 서평에서 밝혔듯이 이미 나무위키의 잘 쓴 문서조차도 장황한 헛소리 이상으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는 것이 요즘 세태이다. 전쟁사를 다룬 어려운 전공서들은 대부분 한국에 소개되지도 않았으며, 소개되었다 하더라도 도서관에서나 찾을 수 있는 절판된 책들이다. 누군가 이 만화를 읽고 역사학에 관심을 가진다면 이 책은 입문서의 가치를 톡톡히 한 것이며 필자는 앞으로도 많은 역덕들이 이렇게 출판사의 문을 두드리길 희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본 서평은 역개루 카페와 믹스커피 출판사 사이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세상을 뒤흔든 범죄’라고 한다면 사람들이 흔히 떠오를 것은 무엇이 있을까? 저마다의 기준이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두 가지가 떠오른다. 하나는 전쟁, 제노사이드, 국가폭력, 테러리즘과 같은 현대사의 굴곡을 바꾼 정치적 개념들이다. 또 다른 하나는 제프리 다머, 조디악 킬러와 같은 연쇄살인마들의 자극적인 이야기다. 『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의 서평을 의뢰받았을 때 처음에는 후자에 관련된 책으로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책장을 펼쳐 구성을 살펴보았을 때는 적잖게 당황했다.


이 책의 성격을 말할 때는 ‘교양서’라고 할 수 있다. 머리를 싸매면서 갖은 문서고의 기록과 국내외 연구들로부터 단서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서 씨름할 이유가 없이 평이하게 읽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교양서들에는 나름의 가치가 있다. 특정 분야에 입문하고 싶은 사람에게 좋은 가이드라인이나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읽기 쉬운 문체와 구성으로 조금 얕게나마 더 넓은 맥락을 파악하는데 더 수월할 수 있다. 하지만 통일성 없는 여러 사건들을 묶어 놓은 이 책은 그러한 성격보다는 ‘가십집’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역시 그러한 가십집 역시 의미가 없지 않다. 필자는 과거에도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에 대해서 호의적인 서평을 남긴 바가 있다.


본격적인 평가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분명히 밝혀둘 것이 있다. 필자는 과거 수차례 책을 집필하려고 시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권의 책을 완성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잘 이해하고 있으며, 실제로 책을 써낸 작가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집필의 고통을 아는 입장이 되면서 남의 책을 비판하고 폄훼하는 것에 대해서 더욱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이 책의 책장을 넘길수록 필자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우선 기본적인 사실 관계 오류가 많다. 가령, 홍콩의 염정공서 설립 계기가 된 피터 고드버 사건에선 영국령 홍콩의 역사를 설명하면서 “홍콩섬과 카오룽반도는 반환할 필요가 없었지만”(p. 24)라는 내용이 나오지만, 인터넷에 퍼진 낭설에 불과하다. 중화인민공화국은 홍콩섬과 구룡반도를 영국에 할양하기로 한 청나라의 조약에 대해서 처음부터 그 유효성을 인정한 적이 없었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1997년 반환’에 대해서도 중국은 큰 의미를 둔 적이 없었다.(김옥준: 2013) 99년 뒤의 일이라는 이유로 영국인들이 ‘범연히 넘겼을 것이다’라고 하지만 영국은 1920년대부터 이미 신계의 존재가 홍콩의 존망에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대응에 나섰다.(Steve Tsang: 2004, 96-106) 고드버의 범행에 대해서도 근거 없이 아마 억울했을 것이다(p. 28)라고 쓰지만 당시 홍콩 경찰에 만연한 부패 관행이 일선 조직에 국한한 것이라고 생각되었으며 고드버와 같은 고위 행정관조차도 부패로 얼룩져 있었다는 것은 대다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Steve Tsang: 110-111)


필자는 이 책에서 고드버의 정식 직함을 적지 않고 그저 ‘카오룽반도 지역 경찰의 NO.2’라고만 적은 것에 의문을 품고, 고드버 단락의 출처로 제시된 것에 의문을 품고 (참고로 고드버의 정식 직함은 총경(Police Chief Superintendent)이었다.) 출처로 제시된 주간조선 기사 “홍콩 염정공서와 공수처는 뿌리부터 다르다”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웬일인가. 여기에는 고드버의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다. 필자는 처음에 이 책의 서평을 쓸 때 참고문헌이 충실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지적하려 하지 않았다. 아예 적지 않는 소위 ‘교양서’들이 많은 현실에 비춘다면 적은 것이 어디란 말인가? 하지만 출처로 제시된 기사 어디에도 관련 내용이 없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부실한 출처 때문에 이 책에 제시된 상당수 내용들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책의 구성 역시 매우 혼란스럽다. 사건들의 선정 기준은 정치적 사건, 잡범, 연쇄살인마, 문화재 절도, 심지어 여자 해적까지 종잡을 수 없다. 여자 해적 메리 리드와 앤 보니의 존재는 호사가들 사이에서 유명하지만 이들이 ‘역사의 변곡점’과 무슨 관계에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책에 적힌 내용들이 출처를 추적하기 위해서 검색하던 중에 이 책이 시사IN에 연재되었던 칼럼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 서문과 작가 소개에도 적혀 있다. 필자의 게으름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받은 충격과 의문은 대다수 해소되었다. 대개 칼럼을 쓰면서 열심히 출처를 기록하는 경우는 잘 없으며, 다시 책으로 편집하기 위해서 출처를 찾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다. 그러나 책으로 내려고 결정했다면 거쳐야 하는 작업이다.


이 책이 칼럼 모음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당혹감도 줄어들었고, 뒤로 갈수록 다소 평이하게 읽힌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마도 과거에 중국 현대사에 대해서 탐독했던 필자의 지식이 다른 분야에는 깊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되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더 지적해야 할 것은 ‘딸에게 들려줄’ 이야기치고는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물론 어린이들에게 정치 주제가 금지되어야 한다고 보진 않는다. 하지만 일부 사건을 가지고 본서와 같이 단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리고 오늘날의 상황을 평가하기 위해서 과거의 사건을 가져오는 것은 극도로 조심해야 하는 일이다. 가령 가브릴로 프린치프에 대해서 복합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과거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은 대조선주의를 부르짖지 않았으니 오늘날의 친일몰이는 떨떠름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 책의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것이 사라예보 사건을 보면서 나올 결론인지는 의아스럽다. 조선의 독립운동과 범슬라브주의는 애초에 비교 대상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전공자도 깜짝 놀라는 역사지식’이란 말은 함부로 쓰는 말이 아니다.


참고문헌

김옥준, "홍콩반환협상에서의 쟁점과 중국의 협상전략", 한국사회과학연구 32(1)

Steve Tsang, A Modern History of Hong Kong(Bloomsbury Academic, 2004)

Steve Tsang, Governing Hong Kong: Administrative Officers from the Nineteenth Century to the Handover(Bloomsbury Academic, 200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 - 세계를 바꾼 사소하지만 중요한 188가지 사건 하룻밤 시리즈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오근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역개루 카페와의 서평 이벤트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하룻밤에 읽는 숨겨진 세계사>에 대한 서평 의뢰를 받은 것은 수주 전의 일이었다. 의뢰를 받은 시점까지만 해도 별다른 소일이 없는터라 가벼운 과제가 될 것으로 생각했으나 공교롭게도 책을 받기가 무섭게 매우 중요한 발표와 논의가 이어져서 책을 펴볼 수 있던 것은 책을 받고 10여일 가까이 흐른 후였다. 상당한 악운과 함께 시작된 만남이었으나 책과의 대화는 매우 평이하였다. 너무 평이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책의 원제가 어떤 지는 알 수 없으나 ‘숨겨진 세계사’라는 제목은 상당히 도전적이고 도발적이다. 자칫 보면 음모론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책의 저자인 미야자키 마사카쓰 씨는 고등학교 세계사 교사를 역임한 인물이고 NHK 방송의 고교생 대상의 세계사 강좌 방송을 진행하는 등 매우 무난한 경력을 밟아왔다. 그런 그의 손에서 나온 책이니만큼 책의 내용 역시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흠잡기 어려울 정도로 양순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물론 책의 내용이 반박을 할 수 없는 정확한 역사적 사실과 최신 이론으로 촘촘하게 무장되어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이 책은 동서고금의 수천년 인류사에 걸친 188가지 사건을, 중구난방의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썰을 풀 듯이 접근하는 에피소드집에 가까운 것이다. 정신을 가다듬고 날을 세워서 반박을 할만한 벼려진 이론이 있는 것도 아니며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흥분하여 성토할만한 대단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있을 수도 없는 책이다. 각 사건은 2~3페이지 가량의 짧은 호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읽기에 부담이 없으나 역으로 말해서 깊은 고찰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세계사 교사인 저자답게 무리한 내용이 눈썹을 꿈틀거리게 하지는 않지만 교과서에 볼법한 구태의연한 일부 학설이나 고개를 갸웃하게 기묘한 내용들은 계속해서 확인된다. (가령 영국사에 있어 엘리자베스 1세를 옹호하고 그 후임 제임스 1세를 격하하는 휘그 사관적인 논조는 구태의연한 내용에 해당하며 제국의 정의에 종교적 권위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생소한 내용에 해당한다)


그러나 사흘이 삼일을 뜻하는 사실이 논란에 해당하고 금일이 오늘이란 뜻도 몰라서 시끄러워지는 작금의 세태를 생각해본다면, 이 책이 ‘오만한 강단사학을 굴복시켜주마’라는 공격적 의도를 가지고 역사학자들을 독자로 설정하여 출판된 것이 아니고서야 대단히 문제삼을 이유가 없는 부분으로 생각된다. 오히려 상식 부족의 오늘날에 읽기 쉬운 무난한 역사 상식을 다룬 책이 나온다는 것은 반겨야할 일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역사의 대중화라는 개념이나 전략에 대해서 찬동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을 떠나서 학문이 존재하기 힘든 것 역시 사실이며 식자층의 엘리트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수준의 공급이 있어야 새로운 학도로의 유입의 계기 역시 제공할 수 있다.


종합적으로 평하기에 이 책은 초등학생들에게 읽히기에는 그 문체나 구성에 있어서 어느 정도 격식과 수준이 있고, 역사에 관심이 있고 특히 식사 자리에서 가볍게 분위기를 풀 수 있는 역사 상식이 필요한 어른에게 가장 유익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본 책의 상당수 내용이 음식과 관련된 내용이라는 점은 이 부분에서 더욱 도움이 될 것이다. '하룻밤에 읽는'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이라 하더라도 완독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역사에 관심은 있었으나 입문의 계기가 필요했던 청소년이라면 다양한 주제의 역사 상식들에 대해서 읽으면서 자신에게 와닿는 분야로의 심화를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