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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미소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7월
평점 :
라디오에서 "쇼코의 미소"를 추천하는 방송을 듣고 대체 어떤 소설이기에 그렇게 강력추천하나 한 번 읽어보자 하는 약간의 오기로 접하게 되었다. 솔직히 표제작 "쇼코의 미소"는 별다른 감흥없이 읽었다. 뭐 그리 감동적인 부분도 없었고 평과는 다르게 이상하리만큼 내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이 없었다. 하지만 다음으로 이어지는 중편들을 읽어나가면서 이 소설은 나를 잔잔한 여운으로 끝까지 내몰았다. 체온과 비슷한 물에 몸을 담글 때 따뜻하게 감싸는 기온처럼 온 몸 가득히 온기가 퍼져나갔고 눈가에 눈물이 맺히게 했다. "씬짜오,씬짜오", "언니, 나의 작은, 순애언니", "한지와 영주", "먼 곳에서 온 노래", "미카엘라", "비밀" 속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소심하고 여린 감성을 지닌 인물들이 세상속에서 힘에 부쳐 살아가는 모습들은 마치 나를 연상케했다.
정의롭고 옳바른 세상을 만들기위해 자신의 전부를 바친 사람들에게 갖는 부채의식, 그러면서도 권력과 힘에 대항할 용기가 없어 자신의 모습을 세상이라는 틀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 용기 없다고 비겁하다고 말할 수도 없을 뿐이지만 결코 나약하지만은 않은 인물, 아주 특별하거나 잘난 사람을 제외한 평균적인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인물들에게서 또한 위로를 받고.
특히 세월호가 간접적 배경이 되는 "미카엘라"와 "비밀"은 여전히 목구멍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치받히게 만든다. 유가족들을 향한 악화되는 여론속에서 속으로는 이게 아닌데 하면서도 겉으로 말한마디조차 못하고 꾹꾹 숨긴 나 자신의 비겁함에 너무나 미안하다. "한지와 영주"편에서는 둘 사이가 소원해진 이유를 짐작해보지만 그 이유를 차치하고 그저 너무나 안타까웠다.
섬세하고 나약한 사람들의 감성과 유대를 끊임없이 탐구해내는 작가의 시선이 정말 고맙고 힘이되는 이야기. 맑고 순함의 힘을 믿게 된다.